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3/15/2012031501388.html
학연과 지연이 현주소와 관련없는 지방이다 보니 총선을 앞두고, 현 주소지와 고향 두 곳에서 출마한 선량들의 선거정보를 접하게 된다. 그 중에서 당연히 눈에 떠오르는 것이 '공약' 노출이다. 특히 선심성 복지 공약이 이번 총선에는 유독 부각되는 것처럼 보이는데, 왜 이렇게 큰 공약만이 떠오르는 것인지, 그리고 실현 가능성 여부를 재원 조달과 연관지어서 걱정스러워하는 국민들의 눈치를 알았는지 언론에서도 앞다투어 이 문제를 다루고 있는 것이 자주 목격된다.
공천이 확정되어야 정당후보로 활동할 수 있지만, 공천을 받기 위해서 우선 후보자들이 공천 심사위원과 선거구 주민에게 점수를 받기 위해서 실현가능 여부와는 관계없이 이상적이고 원대한 공약을 내세우는 것을 목격할 수 있다. 심지어는 입법활동에 참여할 분을 뽑는 총선인지,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자치단체장 선거인지를 구별하지 못할 정도의 공약도 각종 매체를 통해서 전달되고 있다. 재래시장 활성화를 위한 획기적인 방안이 있다거나, 자치구 인구 증가를 위해 노력하겠다거나. 무엇이든간에 유권자의 관심과 호감을 불러일으킬 온갖 정책을 내놓고 있다.
▲ 이탈리아 한 호텔에서 만난 변기 버튼, 크기 경쟁이 붙었는지 어른 손바닥만하게 과장된 모양이다 /사진.김형래
더구나 총선을 앞두고 반드시 서민 행보를 보이기 위해서 허름한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장면이나, 사거리 한 쪽 건널목에서 행인들에게 큰 절로 지지를 호소하는 장면을 그리 어렵지 않게 목격하게 된다. 물론 당선이 확정되는 순간 큰 절로 호소하던 그 자리에는 '당선사례' 프랭카드가 지체없이 게시되겠지만, 유권자들을 향해 당선된 선량들이 선거 전처럼 인사를 나누기 위해서 굽히던 허리각도 90도를 계속 유지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과 인사를 나누던 상인들에게 차갑게 언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아주는 따뜻한 면모를 계속 보일 것이라는 기대도 하지 않는다.
그건 그렇고, 수 많은 공약 중에서 유독 나에게 좋게 들리는 공약이 크게 들리고 귀에 걸리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것이 바로 '브라질 땅콩 효과'라고 할 수 있다. 브라질 땅콩 효과 (Brazil-nut effect)는 물리학 원리 중에 하나인데, '여러 종류의 땅콩을 한군데 섞어 놓은 땅콩 믹스 캔을 사서 뚜껑을 열어보면 항상 가장 큰 브라질 땅콩이 위에 있다'는 것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깡통 속에 크기가 여러 가지인 땅콩을 넣고 흔들면 가장 큰 것들만 위로 올라오는 현상이다.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는 깡통을 흔들면 땅콩들의 대류(convection)가 일어나는데, 용기 벽 주변의 좁은 띠와 같은 영역에서는 물질들이 계속 가라앉는 곳이 생기고, 용기 벽에서 떨어진 곳에서는 물질들이 위로 올라가게 된다는 것이다. 즉, 큰 땅콩들은 용기 벽 주위에 형성된 가라앉는 좁은 띠에 비해서 너무 크기 때문에 가라앉지 못하고 위에 갇혀 버리게 된다는 것이다.
큰 공약은 떠오르고 작은 공약이 가라앉는 것이 바로 이러한 물리학의 원리가 아닐까. 분명한 것은 캔속에 있는 여러 가지 땅콩 중에서 작은 종의 땅콩은 사라지고 큰 땅콩만 남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캔 속에 있는 땅콩의 위치가 묘하게도 큰 브라질 땅콩처럼 좋게 들리는 공약만이 위로 올라온 것이다.
앞으로 총선이 지나고 대선으로 이어지면 더욱 더 현혹시키고 더욱 더 자극적이고, 더욱 더 큰 감흥을 줄 수 있는 공약들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그 공약은 캔 속에 들어있는 브라질 땅콩과 같은 크게 보이는 것이 더욱 더 크게 노출되는 것으로 보일 뿐이지, 캔 속에 있는 가라앉은 작은 땅콩들의 속성은 변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캔 뚜껑을 열었을 때, 큰 땅콩이 보인다고 해서 바닥까지 큰 땅콩이 있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윗부분부터 먹기 시작하면 점차 작은 땅콩이 나오면서 실망감이 커졌던 것처럼, 더 큰 공약으로 기분이 한층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치로 복지 기대를 바라본다면 아주 큰 실망으로 뒤돌아 설 것이다. 재원 없는 무한 복지는 상상 속에서 벗어날 수 없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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