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퍼드 대학의 심리학 교수인 터먼 박사는 1910년 전후에 태어난 총명한 1,500명을 선발했다. 터만 박사는 이 아이들의 인생 전반을 집요하게 추적하면서 건강과 행복 사이의 흥미로운 상관 관계를 밝히는 새로운 장을 열었다.
놀라운 사실은 실험 참가자들 중 장수한 사람들의 건강 비결이 브로콜리라든가, 건강 검진, 비타민, 조깅 따위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들의 성격, 직업, 사회생활이 오랫동안 건강하게 산 비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음이 입증되었는데, 거기엔 우리가 전혀 예상치 못한 면이 꽤 많았다.
터만 교수의 연구는 제자들이 80년 간 연구를 이어가면서 진행했는데, 중요한 것은 유년기와 성년기 양쪽 모두에서 ‘성실성’은 성격 중에서 장수 여부를 예측하는 핵심 변수였다. 그렇다면 왜 성실한 사람들이 더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걸까?
가장 확실한 첫 번째 이유는, 성실한 사람들이 건강을 지키기 위한 행동을 더 많이 하고, 위험한 활동에는 가급적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술과 담배, 약물 같은 것을 멀리하고, 운전할 때도 과속하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또한 잊지 않고 안전벨트를 착용하고, 의사의 지시를 성실하게 따를 공산이 더 크다.
두 번째 이유는, 성실한 사람들은 이미 건강 상의 이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사람들은 생물학적으로 더 성실하고 더 건강한 성향을 갖고 있다. 성실한 사람들은 위험한 습관 때문에 생기는 질병 뿐 아니라 다른 여러 질병 전체에 걸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다.
세 번째 이유는 성격이 성실하면 더 건강한 습관과 두뇌를 가졌을 뿐만 아니라 더 행복한 결혼생활, 더 좋은 친구 관계, 더 건강한 근무 환경을 만들 줄 안다. 건강하게 오래 살 수 있는 인생 경로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런데 성실하고 믿음직스러운 사람들은 오래 사는 대신 따분하고 지루하게 사는 것은 아닐까? 터먼 연구 참가자들 중에서도 성실한 사람들 대부분은 다양한 분야에서 중책을 맡아 흥미진진하고 보람 있는 삶을 살았다.
▲ 상해박물관에서 만난 서양 시니어. 이들의 진지함은 학생과 비길 정도가 아니었다 /사진.김형래
또한 직업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요절할 가능성이 가장 낮았다. 실제로, 가장 성공한 사람들은 가장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보다 평균 5년을 더 살았다. 중간 정도로 성공한 사람들은 덜 성공한 사람들보다 오래 살았지만 더 성공한 사람들 만큼은 오래 살지 못했다. 즉, 성공의 양이 클수록 더 오래 산다는 것이다. 직업적으로 거의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 중 어린 시절의 성격평가에서 별로 성실하지 않았던 남성들은 사망 위험이 엄청나게 높았다. 성실하지도 않고 성공하지도 못한 사람은 60세가 채 되기도 전에 사망할 가능성이 특히 높았다는 것이다.
야망의 크기로 직업적 성공을 예측할 수 있다는 사실은 그리 놀랍지 않다. 더 중요한 사실은 야먕이 인내심, 충동 억제, 높은 수준의 동기와 결합되면 일을 성취하는 데 유리할 뿐만 아니라 직장 생활 중에 좌절을 겪더라도 빨리 회복하는 데 분명히 큰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교향악단 지휘자, 회사 사장 등 각종 대표들은 아랫사람들 보다 더 오래 사는 경향이 있었다는 연구 결과이다. 보통 책임져야 할 일이 늘어나면 도전 과제와 업무량이 많아지지만, 역설적이게도 이는 장기적으로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최근 들어 기대 수명 연장에 따른 장생 위험을 꼽으며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서 무위 도식하는 인생을 두렵게 바라보는 시각을 거둘 수 없다. 과연 불안감으로 장수를 바라볼 것인가? 아니면 성실과 도전의 시작으로 흥미진진한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것인가? 기우(杞憂) 라는 한자 성어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하늘이 무너질까 두려워서 전전 긍긍했던 기나라 사람처럼 쓸데없는 걱정에 사로잡힐 시간이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우선이다. 부지런하면 손해라는 우려섞인 속설도 거짓으로 확인되었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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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5/11/20120511005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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