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어떤 아버지였습니까?
아버지에 대한 평가는 가족 구성원마다 크게 다르다. 사회에서 아무런 지원 없이 독립군처럼 사회 이곳 저곳을 누비며 가족의 생계를 위해 동분서주하지만, 가족들이 집안에서 생활하는 행동 양식을 지켜보면 물 한 잔을 스스로 찾아 마실 줄도 모르는 골칫거리로 비추기 일쑤다. 아버지들은 가족들을 위해서 몸이 부서져라 일한다고 생각하지만, 가족들은 아버지가 본인의 성취감을 위해서 일한다고 믿는다.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좀 더 경제적 여유를 돌려주기 위해서 자신의 외모 가꾸기에 열중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데, 가족들은 극복할 수 없는 체형에 더 이상의 투자는 소용없으니 차라리 빨리 깨닫고 일찍 포기하기를 잘했다고 격려한다. 자녀 교육비가 걱정되어 좋아하는 술도 담배도 끊었다고 선언하지만, 아내와 가족들은 곧 다시 흡연할 것이고, 곧 마시게 될 것을 왜 무모한 약속을 하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더 많다. 가끔 소리쳐 드러낸 잔소리에 미안해서 ‘다 잘되라고 하는 얘기’였다고 변명 섞어 희석 시키려 하지만, 가족들은 이건 분명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가족에게 전가 시키는 치졸한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과연 아버지는 가족과의 갈등 관계의 근원일까? 대결 구도라고 보면 부부간의 1:1 상황이 아니다, 자식까지 포함해서 1:다로 불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을 때마다 실감하게 된다. 가족. 즉, 아내와 자식들에게 있는 뜻 모를 불신의 벽은 예상 밖으로 두텁고 높다. 더구나 가까이 다가갈수록, 해결 방법을 찾으려 노력할수록 내 방식과 태도로 점증된 다는 의견이 주류를 이루게 된다. 아버지가 은퇴 후 가정으로 돌아와 늘 함께 지내는 생활이 쉽지 않다는 것을 단적으로 설명하는 셈이다.
가까운 일본에서 황혼 이혼이 늘어나는 이유를 평소에 가부장적인 태도의 남편에 대한 반발을 꼽기도 하지만, 바쁠 일 없는 퇴직 후에도 가족과 가까이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외부인처럼 겉도는 것에 원인을 두는 이들도 많이 있다.
은퇴 후 아버지는 ‘홀로서기’를 배워야 할 대상
“아버지는 행복한 사람이다. 동네 사람들에게 축복 받아서 멀리 있는 딸보다 친하게 지내고, 이 이웃에 넷이나 생겼다. ‘여러 사람들 가운데 자신이 살고 있다’하는 뜨거운 감정이 아버지를 감싸서 고독을 몰아내고 있었다.” 일본 작가 사하시 게이죠가 쓴 ‘아버지의 부엌’의 한 구절이다.
평생을 의지하며 살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자식들은 저마다 생활이 있어 함께 살 수 없는 아버지, 그에게 셋째 딸은 밥 짓고 빨래하는 것을 평생 해본 적이 없는 아버지에게 군대 식의 혹독한 ‘홀로서기’ 특별 훈련을 시킨다. 자립하기 위해 분투하고, 늙었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폐를 끼치며 살지 말자고 눈물겹게 노력하는 그 가련함과 용기가 감동을 불러일으키는 아버지의 얘기를 소설로 엮은 것이다. 일본의 얘기이지만, 우리나라와 크게 다를 바 없어 아버지는 그저 집안일에 대해서는 미숙아같은 존재이다. 그렇게 때문에 홀로서기를 배워야 한다.
이제 회사가 아닌 가정으로 출근할 시간이 되었다.
회사 가듯 가정으로 출근해서 가족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까? 회사에 근무하기 위해서 무엇인가를 배워왔듯이 가정으로 출근하기 위해서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가장 먼저 가족을 사랑하는 방법을 다시 배워야 한다. 월급을 전해주는 것이 사랑을 전해주는 유일한 방법이었다면 이번 기회에 바꾸어야 한다. 가족에게 지시하거나 요구하는 전달 방식이 아닌 서로 다른 의견을 들을 수 있고 상대방을 인정해줄 수 있는 마음가짐을 갖고 대화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 정도는 완벽하게 배워야 집안에서 낮 시간을 보낼 수 있고, 하루 세 끼니를 집에서 먹더라도 체하지 않는다.
가장 좋은 대화 방법은 ‘가족을 위해 음식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메뉴를 묻고 재료를 준비하고 함께 먹고 그 자체를 평가 받고 설거지 하는 등의 과정에서 사랑을 확인하고 대화의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자녀들에게 재능과 경험을 나눌 수만 있다면 턱없이 비싼 교육비의 많은 부분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함께하는 시간이 늘어날 것 것이다. 물론 덤으로 존경하는 마음까지 얻을 수 있을 것이다. 그 다음 사회와 교류하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이웃의 얼굴도 새로 익혀야 하고 인사하는 것뿐만 아니라 어울려 봉사하고 함께 즐기는 법도 배워야 한다. 가족과 함께 자연을 접하는 여행을 떠나보는 것도 좋다. 대화의 시간도 늘리고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면서 체온으로 가까워지는 것이 가족의 정을 일깨워지는데 큰 보탬이 된다.
이렇게 한다면 가정은 열린 마음으로 활짝 문을 열어 둘 것이고, 진정 따뜻한 가족애가 자연스레 만들어질 것이다. 장대 같은 소나기가 내려도 뚜껑을 닫아 놓으면 항아리에 물이 들지 않는 법. 일터에서 가족을 위해 평생을 바친 공을 가슴 속에 감추어 놓고 마음을 열어 가족의 사랑을 받을 준비만 하면 된다. 그러면 가정으로 출근하는 아버지의 온 몸을 장대 같은 가족 사랑의 비가 흘러넘치도록 가득 채워질 것이다.@김형래
본 칼럼은 교보생명에서 매월 발행하는 잡지 'Health & Life' 2012년 5월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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