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102] 돈 냄새가 자식을 부른다는 조사결과

by Retireconomist 2012. 4. 26.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04/26/2012042600920.html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사회적인 단어에 대해서는 자신감이 떨어지지만, ‘효도’라는 가족 단위의 문화는 사라지지 않았다고 어느 정도 확신하고 있는 우리네 정서를 과학적으로 입증한다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료를 찾다가 우연히 ‘돈과 가족 간 접촉 빈도’에 관한 논문 기사를 읽게 되었다. 각박한 세태를 설명하듯이 "자식과 손자 얼굴 자주 보려면 죽을 때까지 돈을 움켜쥐고 있어야 한다". 세간의 속설이 조사를 통해 사실로 검증되었다는 것이다. 더구나 우리나라 자녀들은 떨어져 사는 부모와의 접촉이 세계적으로 가장 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지난 2004년 국내에서 1천312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국종합사회조사와 2001년 세계 26개국 3만3천232명이 참가한 국제사회조사(ISSP)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는데, 이에 따르면 자녀와 동거하지 않는 60세 이상 부모의 속성을 소득.교육.연령.성별.결혼 상태 등으로 나누고 각 속성이 자녀와의 대면(對面) 접촉 빈도에 미치는 영향 정도를 분석한 결과, 한국의 경우 '소득' 변수만 회귀 계수가 0.729로 의미 있는 상관 관계를 보였다. 다시 말하면 60세 이상의 부모가 자녀와 얼굴 마주치는 빈도는 ‘돈’과 연관이 가장 크다는 연구 결과이다.  거기 에다 통계적으로는 부모 소득이 1% 높아지면 부모가 자녀와 1주일에 한 번 이상 얼굴을 마주할 가능성이 2.07배나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 결과는 한국인구학회에 속한 정재기 숭실대 정보사회학과 교수가 학술대회에서 '한국 가족.친족간 접촉빈도와 사회적 지원 양상:국제간 비교' 논문을 발표하면서 널리 알려지기 시작한 것이다.

 

특이한 것은 OECD 회원국인 14개국을 대상으로 같은 분석을 실시한 결과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돈과 부모가 자녀와 얼굴 마주치는 것과는 부(-)의 관계가 확인되었다. 다시말하면 돈이 없는 부모 자식 간 얼굴 마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것이다. 양(+)의 관계를 보인 호주, 스페인, 폴란드 등도 정(+)의 관계로 나타났지만 별로 연관성을 둘만한 의미 있는 수준은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다른 나라들에는 '한 사람의 사회 경제적 지위가 높을수록 친족 이외 인적 네트워크가 커져 상대적으로 친족과의 접촉 빈도는 낮아진다'는 학계의 일반적 학설이 대략 맞아 떨어지지만, 유독 우리나라 부모-자식 관계에서는 반대 현상이 뚜렷하다는 설명이다.


▲ 돈이 가족 만남을 결정한다는 조사 결과를 다시 검증하고 싶다. 전등사 입구에서


 그렇다면 만남의 관계에서 ‘돈’이라는 매개를 빼고 본다면 어떨까?

 

우리나라 사람들은 따로 사는 부모, 친지와 직접 얼굴을 보고 만나는 기회 자체가 일본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가장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동거하지 않는 어머니를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난다"고 대답한 자녀의 비율은 한국이 27%로 27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일본 역시 같은 27%였다. 아버지를 1주일에 한 번 이상 대면접촉하는 비율도 일본과 한국이 26%로 나란히 꼴지를 차지했다. 이스라엘에 거주하는 아랍인의 각각 93%, 98%가 모친과 부친을 1주일에 한 번 이상 만나는 것과 비교해 엄청난 차이다.

 

정 교수는 보고서에서 "사회적 지원망 설문조사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와 자녀 접촉 빈도 분석 결과 등으로 미뤄 한국의 친족 관계는 정서적 성격보다 도구적 성격이 강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평을 하였는데, 이 조사 결과가 벌써 5~6년이 흘렀던 과거의 이야기로 새로운 조사를 통해서 이 시대에 다시 한 번 ‘돈’과 ‘대면 기회’의 상관 관계를 확인하고 싶다. 조사라는 것이 한 번에 그치고 시간이 흐르면 지금은 어떨까 하는 다시 확인하고 싶은 심정이 누구에게나 있고, 과거의 조사 결과가 너무 '돈'에 치우쳐진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는 아쉬움 때문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