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10월호에 게재된 글임
국민은행 사보 연결 사이트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말과 벗 되어
즐거운 황혼을 준비하다.
인생의 황혼을 바라보는 나이에 평생을 함께할 특별한 취미를 찾고 있다면,
늠름하고 기품이 넘치는 말과 교감하며 하늘과 땅을 향해 거침없이 달려보자.
승마, 그 참을 수 없는 매력을 발산하다.
말춤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가수 싸이가 부른 K-팝 '강남스타일' 덕분인데, 전세계 남녀노소가 말춤을 추는 모습을 곳곳에서 확인할 수 있다. 손목을 엇갈리게 앞으로 내밀고 말 타는 자세로 추는 춤이 전세계인의 춤이 되어버린 이면에는 누구나가 말을 타고 싶어하는 소망이 담겨있기 때문이 아닐까?
승마는 갈기 휘날리는 말 잔등에 올라타서 거친 광야을 힘차게 달리는 속도감과 대지의 바람을 온 몸으로 맞는 역동성, 거기에 말의 탄탄한 근육이 빚어내는 움직임 속에서 하나 되어 호연지기를 기를 수 있는 스포츠 중 하나다.
승마의 특별함은 옛 위인들이 남긴 말에서도 엿볼 수 있다. 처칠은 “말 위에서 보내는 시간은 낭비가 없다”라고 했으며, 그는 말과 함께하는 시간에 위대한 정치적 구상을 많이 한 것으로 알려졌다. 르네상스 시대의 천재 미술가이자 과학자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살아생전 수레와 말 습작 스케치를 수없이 그렸고, 그 제작을 위해 열정을 불태웠다. 또 서양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말의 발굽이 닿는 땅의 노래는 더 음악적”이라 했고, 그리스의 크세노폰은 승마를 ‘예술’이라 평했다. 공자는 ‘준마의 덕성’을 얘기했으며, 관자는 승마를 ‘헤아림’이라 했다. 그동안 꿈으로만 그려본 거침 없는 무한 매력의 레포츠, 승마를 노후의 취미로 선택해보는 것은 어떨까.
말과 교감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다
경마는 사람과 기수가 하나 되어 우승을 가리는 스포츠, 반면 승마는 말과 기수가 호흡 을 같이하여 마술적인 스릴과 쾌감을 얻는 레저 스포츠로 구분된다. 오늘 다룰 얘기는 ‘승마(Riding Horse, 乘馬)’에 관한 것이다. 본래 승마는 서양에서 ‘스포츠의 왕(King of Sports)’ 또는 ‘왕의 스포츠(Sports of Kings)’라고 불리며 귀족 스포츠로 인식되어왔다. 따라서 승마는 일반인이 접근하기에는 부담스러운, 부자들만 즐기는 사치스러운 스포츠라 생각해 멀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승마가 건강에 미치는 효과가 한둘이 아니라는 점과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승마의 대중화에 힘이 실리고 있다. 승마는 위아래로 계속되는 반동으로 장 운동이 활발해져 변비에 효과적이며, 발이 땅에 닿지 않은 상태에서 운동하기 때문에 척추 교정과 골반 강화에 효과가 있다. 특히 혈압 조절과 당뇨병, 전립선 예방에 도움이 된다. 그뿐 아니라 골반이 강해지면서 요실금도 예방할 수 있어 중년 여성에게 좋은 운동으로 알려졌다. 또 말의 감정 상태를 이해하고, 애정과 관심을 전달하는 방법에도 신경을 써야 하기 때문에 은퇴 후 적적한 노인에게 무척 좋다.
애니멀 테라피(Animal Teraphy)로서 승마의 치료 효과는 특별하다. 17세기 말, 영국의 히포크라테스라고 할 정도로 유능했던 옥스퍼드 출신의 의사 토머스 시드넘(Thomas sydenham)은 “몸과 영혼을 위해 안장 위에서 말과 함께하는 것보다 더 좋은 치료는 없 다”는 글을 남겼다. 이보다 더 오래된 기록도 있다. 기원전 400년경 고대 그리스에서 “부상당한 병사를 말에 태웠더니 치료 효과가 있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1901년 영국의 아그네스 헌트 자작 부인이 ‘치료 승마(Riding for the Disabled)’라는 개념을 도입했다. 개나 고양이, 또 지능이 낮은 동물과 함께 소통하고, 교감하면서 정신적 안정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바로 애니멀 테라피. 1952년 헬싱키 올림픽에서 덴마크의 리즈하텔이라는 승마 선수가 소아마비임에도 은메달을 획득하면서 승마의 치료 효과가 입증되고, 재활 승마(Therapeutic Riding)라는 개념으로 노르웨이, 덴마크, 영국 등지로 확산되었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우울증, 시각·청각 장애, 당뇨병, 중풍 등 다양한 분야에서 동물과 함께 치료하는 애니멀 테라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대표적 관심 단체로는 대구시 수의사회, 한국마사회(KRA) 재활승마단 등이 있으며, 그외 다양한 분야에서 애니멀 테라피를 도입해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시니어에게 승마는 가장 일반적인 레크리에이션 승마를 비롯해 재활을 돕는 치료 승마까지, 그 효과나 기대 목표는 무척 다양하다. 자폐증이나 우울증을 앓는 사람들은 외부와 교류를 하지 않고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 산다. 이런 사람들이 말과 대화를 하면 상대에 대한 부담감을 줄이고 말문이 자연스럽게 트이면서 몸에서 ‘옥시토신’이라는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호르몬이 분비된다. 이에 그치지 않고, 말을 타게 되면 끝까지 출발점으로 되돌아와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된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은 자신의 난독증 탓에 열등감을 갖고 움츠러들기 쉬운데, 말과 마주 보면서 이야기하고, 또 말에 올라타서 말의 움직임을 느끼며 대화를 하게되면 열등감을 이겨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말과 자유롭게 소통하면서 타인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도 해소되어 치료 효과를기대할 수 있게 된다.
급기야 승마 힐링이라는 용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6월 한국마사회에선 승마힐링센터를 개장하고, 사회 문제로 대두된 다양한 청소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말을 활용한 청소년 정서 장애 치료 사업을 시작했다. 다른 동물보다 교감력이 뛰어난 말의 특성을 치료에 이용하는 것이다.
승마, 알고 시작하면 쉬워진다
운동 경기에 규칙이 있듯 운동복 차림에도 규칙이 있다. 어떤 운동이나 오래 지켜온 기본적 옷차림이 있는데, 운동을 즐길 때는 정해진 차림을 따르는 것이 예의다. 특히 승마는 복장을 잘 갖춰야 한다. 먼저 낙마 시 머리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모를 착용해야 하고, 엉덩이 부분의 마찰이 심하고 때로 충격이 가해질 수 있으므로 종아리 안쪽과 엉덩이 부분에 감을 덧댄 팬츠를 입는 것이 좋다. 상의는 허리 아래로 내려오는 길이를 선택한다. 상의를 바지 속에 넣고 단추를 채워야 말 장구에 있는 많은 고리에 걸려 발생하는 낙마나 옷 손상 등을 방지할 수 있다. 등자쇠(발걸이)는 보통 폭이 12cm밖에 안되므로 폭이 좁은 신발을 착용한다. 머리핀이나 반지 등 액세서리는 사고 때 흉기로 변할 수 있으니 착용하지 않는다.
승마를 시작하기 전에 먼저 가까운 승마장을 직접 찾아가 살펴보는 것이 좋다. 승마장이 어떤 곳이고 어떻게 운영되는지 알아보고, 용기를 내어서 승마 체험도 해본다. 편안한 복장으로 갔다면 승마에 필요한 모자와 보호대, 그리고 장화를 대여할 수 있다. 말과 친해질 수 있을지, 친절하게 배울 수 있을지 등을 확인해보는 것이다. 관광지에서 체험형 코스로 승마를 접할 기회는 많은데, 이런 경우를 승마를 배웠다고 하긴 어렵다.
승마를 제대로 배우려면 일주일에 2회 이상 20회 정도 꾸준히 해야 한다. 그래야 이른바 ‘승마 근육’이 형성되고, 말 위에서 자세를 잡고 통제할 수 있는 균형 감각이 생기며, 말과 교감하는 능력도 생긴다. 초기에 집중적으로 배워두어야 승마를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말의 습성과 말을 대할 때 대처하는 안전 교육과 함께 말에 오르내리는 방법을 배운다. 다음은 말등 위에서 균형 잡는 법을 배운다. 말의 걸음걸이는 빠르기에 따라 평보(시속 약 5km, 사람이 보통 걷는 속도), 속보(시속 약 15km 속도) 그리고 구보(시속 약25~30km 속도)가 있다. 평보와 속보 걸음걸이로 정해진 궤도를 돌면서 말등에서 몸의 긴장을 푼 채 균형을 잡을 수 있도록 원형 마장에서 숙달될 때까지 연습을 한다. 그다음에는 말을 원하는 방향으로 보내기 위해 방향 전환하는 방법을 배운다. 고삐, 다리, 소리 등 다양한 신호 방법을 익혀서 말이 말을 탄 기승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도록 훈련시킨다. 이 단계는 기승자의 기승 능력뿐 아니라 말의 성격과 특성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아 ‘말과의 교감’이 중요한 단계다. 말에 앉아 운행하는 기좌가 안정되고 어떤 경우에도 몸의 균형을 잡을 수 있고, 방향 전환에도 익숙해지면 시속 25 ~30km에 해당하는 구보에 접어든다. 구보까지 숙달하면 승마장을 벗어나 자연 속에서 말을 타는 승마의 꽃 ‘외승'을 즐길 수 있다.
시니어에게 가장 좋은 외승은 승마장이 해변가에 있는 경우. 해변가 모래사장을 거니는 해변 외승, 산악 지역에 있을 때는 등산하듯 산에 말을 타고 오르는 산악 외승을 즐길 수 있다. 말의 고장인 제주도에는 전통 유럽식 승마를 즐길 수 있는 승마장을 비롯해 벌판을 달리는 필드 승마, 폴로를 즐길 수 있는 폴로 경기장 등이 있다. 가장 유명한 것은 스노 승마(Snow Riding)다. 눈 쌓인 벌판을 달리는 스노 승마는 북유럽, 미국, 캐나다의 승마인이 즐기는 레저로, 낙마를 해도 부상 위험이 낮고, 새하얀 눈이 쌓인 경치를 보면서 말을 타는 경험은 이색적인 체험이 아닐 수 없다. 일반적으로 말을 타는 기승 요금은 5만~10만원이고, 회원은 월 50만~100만원이다. 회원제로 운영되는 곳 가운데 5,000만원 이상의 입회금을 내는 곳도 있다.
승마, 인생 후반기의 새로운 도전이 되다
말에 대한 사랑과 새로운 직업인으로 활동하고 싶으면, 승마 관련 자격증에 도전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오는 11월에 처음 실시되는 세 가지 국가 전문 자격으로 말의 용도별 조련, 말의 능력 향상 등 말 조련에 관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역량 자격의 말 조련사, 말발굽 깎기, 편자 제작 등 장제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역량 자격의 장제사, 승마를 통하여 신체적·정신적 장애를 치료하도록 지도하는 업무를 수행하는 전문 역량 자격의 재활승마지도사가 있다.
올해 처음 시행하는 말 산업 국제전문자격제도는 말 산업 육성법에 따라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이 발급 주체가 되고, 한국마사회에서 주관한 시험 종목은 필기와 실기 시험을 치르며, 자격 조건은 만 18세 이상, 결격 사유가 없으면 3급 자격 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
※ 구체적인 승마 정보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호스피아(www.horsepia.com)를 비롯해 전국승마연합회 (www.horse7330.or.kr), 라이딩클럽(www.ridingclub.co.kr) 등의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전국 승마장 기본 정보, 약도, 보도 기사, 사진과 동영상 등 상세한 정보가 담겨 있다. 또 전국승마연합회나 각 지역 승마클럽에서 운영하는 승마교실, 승마아카데미도 눈여겨볼 만하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 주1 <클래식 승마>(김운영 지음, 김영사 펴냄)
'칼럼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하는 재테크-129] 또 공부에 돈을 쓰는 시니어, 과연 무슨 공부를 할까? (0) | 2012.11.03 |
---|---|
[금융주의보-224] 또 공부에 돈을 쓰는 시니어, 과연 무슨 공부를 할까? (0) | 2012.11.01 |
[준비하는 재테크-128] 시니어도 스스로에게 지켜야 할 예절이 있다. (0) | 2012.10.27 |
[준비하는 재테크-127]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의사 면허는 없었다 (0) | 2012.10.20 |
[금융주의보-223] 시니어도 스스로에게 지켜야 할 생활 예절이 있다. (0) | 2012.10.17 |
[금융주의보-222] '의사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도 의사 면허는 없었다. (0) | 2012.10.17 |
[준비하는 재테크-126] 경제적으로 신체 건강을 다지는 다섯가지 방법 (0) | 2012.10.1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