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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228] 세계 제2의 베들레헴 철강은 왜 카지노로 사업을 바꾸었나?

by Retireconomist 2012. 11. 28.

베들레헴 철강(The Bethlehem Steel Corporation)은 미국의 산업혁명의 심장이자 바탕이었고, 미국내에서 산업혁명이 일어나는 과정에서 중공업과 무역의 중심지였다. 1860년 6월14일 알프레드 헌트가 사장으로 취임하면서 회사의 형태를 띠기 시작했고, 1904년에 회사 형태로 설립을 변경한 베들레헴 철강은 미국에서 만들어지는 폭이 넓은(wide-flange)건축 구조형태를 가능하도록 한 'I 빔 (영어 알파벳 I형태의 철근기둥)을 양산한 첫번째 회사이다. 이로 인해서 1.2차 세계대전에서는 장갑판과 군수품의 주요 공급자였다. 더구나 이 회사에서 만든 철판으로 베들레헴스틸은 H빔 발명한 회사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고층 및 초고층 빌딩에 필수적인 I 빔보다 이전에사용 되었던 H 빔, 아마도 전세계에서 H빔을 사용하지 않은 고층빌딩은 없지 않을까 생각될 정도이다. 


철강을 생산한지 대략 140년이 지난 1995년, 베들레헴 철강은 생산을 중지했다. 왜? 어떤 회사도 파산 시기를 정하고 사업이 시작된 것은 아니다. 더구나 베들레헴 철강이 가진 기술이나 특허 그리고 사업을 영위하는 네트워크 등은 어디하나 내 놓을 것이 없을 정도로 간주되었고, 그 누구도 쇠락할 것을 예견하지 못했다. 베들레헴 철강을 2차세계대전 기간동안 1,127척의 전함을 건조했던 기업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쇠로 만든 크리스마스 트리가 인근 100리(30마일)를 밝히기도 했었던 곳이다.  맨하탄과 뉴저지를 관통하는 터널에도 철강을 공급했고, 20세기 최고의 스카이라인을 만드는데 제1의 공헌을 한 기업이었다. 1955년에는 포춘지가 선정하는 세계 500대 기업에서 제5위를 기록하기도 했었다. 그러던 베들레헴은 2002년 440등으로 밀려나더니 2004년에는 500위 밖으로 아예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 1941년 대학졸업자들은 너도나도 베들레헴 철강에 입사하려고 몰려들었다. 그런데 몇가지 통계를 보면 베들레헴 철강의 쇠락을 예견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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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덴버시에서 '광고 돌리기'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시니어. 어느 도시나 빛과 그림자는 공존한다 /사진.김형래]


1954년부터 2003년 기간동안 열연강의 가격은 220% 상승했는데, 임금은 무려 900% 상승했다는 것이다. 임금과 연금에 대한 접근방식이 너무 낙관적인 경기상황을 전제로 추진되었고, 심지어는 퇴직자에게도 이와 관련된 비용을 지급하기로 노조와 타협했다는 것이다 . 업친데 덥친 격으로 퇴직적립금을 새로운 플랜트 건설에 투자하였으나 모두 실패하면서 4억8천3백만달러가 날아간 것이다. 1957년 16만7천명을 헤아리던 직원이 1980년대 중반에는 3만5천명으로 줄어들었으나, 이곳의 은퇴자 7만명에 대한 은퇴 비용을 감당해줄 회사는 능력을 상실한 것이다. 베들레헴의 경쟁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 외국의 경쟁사들이 벤치마킹한 결과물을 시장에 내놓기 시작하면서 위협이 현실로 등장하기 시작했고, 세계적인 경기 둔화로 철강수요가 줄어들고 있으나 가격이 낮은 외국산 제품이 계속 밀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과잉 탓에 현재 국제 철강시세는 최근 20년간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는 상황에서 품질과 가격의 시장 경쟁에서 지고 강력한 노동조합과의 타협에도 실패하면서 회사는 문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 그야말로 폐기물만 넘쳐나는 죽은 도시가 되어 버렸다. 


미국도 강하고 젊은 나라라고 하는 선입관이 퇴색하기 시작한 듯 싶다. 낡은 도로, 퇴락한 산업 현장, 융통성없는 공무원들이 즐비하다고 한다. 아무튼 세계적인 철강, 조선의 중심이었던 베들레헴은 어떻게 살아나고 있는가? 이 지역을 다시 살리기 위해 재개발을 하게 되는데 그 대안은 카지노. 카지노의 이름은 '샌즈 도박장 (Sands Casino)'이라는 곳이다. 미국 도박업계의 거물인 샌즈 아델슨이 소유한 7억4천300만 달러를 투입한 '샌즈 카지노 베들레헴'은 베들레헴 철강의 옛 영광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 20층 높이의 주 용광로를 그대로 살렸으며 한때 세계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이었던 457m 높이의 제2 '머신숍'도 건드리지 않았다. 미국 동부 연안의 첫 카지노로 문을 연 '샌즈 카지노 베들레헴'은 뉴욕과 뉴저지주가 130km 이내이기 때문에 연간 250만명 가량을 끌어들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샌즈측은 베들레헴 카지노 개설을 계기로 그룹 전체의 수익성이 개선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의 철강과 부품을 공급하고, 2차 세계대전에서 전함의 갑판의 1/4, 가장 큰 대포의 1/3을 생산하던 세계 최강의 철강회사가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도박자금을 끌어들이는 사행성 사업체로 바뀐 것이다. 이제 베들레헴 철강은 추억의 회사로 온라인에서나 만날 수 있다. 베들레헴 철강의 추억(http://www.bethlehempaonline.com/steel.html)


세계경제를 이끄는 기반이 되었던 철강산업이 사행산업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어떤 강력한 기업도 영원하지 못하다는 교훈을 얻게 된다. 누구에게나 왕년은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쇠락의 길을 걷기도 하지만, 한 순간 한 순간의 선택과 결정의 누적이 현재의 모습이 되는 것이다. 그것이 추억이기도 하고, 비극이기도 한 것이다. '(잘 하고) 있을 때 잘 해'라는 충고도 사소하고 깊이 없는 것 같지만, 그보다 더 강력한 신호는 없을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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