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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132]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교훈

by Retireconomist 2012. 11. 25.

본 칼럼은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2/11/22/2012112201813.html 

 

그리스 경제 위기를 부른 두 주범으로 과잉 복지와 공직 부패가 꼽는다. 그런데 이 모두 공무원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공무원이 바로 일하지 않는 것을 공직 부패를 통해서 설명할 수 있는 것은 바로 탈세다. 그리스에는 '4-4-2'라는 탈세 셈법이 있단다. 세금이 10이라면 4를 세금공무원에게 뇌물로 바치면 4를 탈세하게 도와주고 2만 낸다는 얘기다. 세금을 내는 국민입장에서는 정부가 알린 10만큼의 세금이 6으로 줄어드니 이 방법을 택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 되어버린 것이다.

 

헌법으로 평생직장을 보장받았던 그리스 공무원. 그들의 호시절이 시작된 것은 공무원 해고를 금지하고 노동조합 결성을 합법화한 지난 1911년의 헌법 개정부터이다. 19세기 말부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치인들이 제멋대로 수많은 공공부문 일자리를 자기 사람으로 채워넣고, 이 바람에 쫓겨난 공무원들이 수십년 간 항의 시위를 벌여온 성과였다. 그러나 공무원이 ’안전한 피난처’로 계속 남으면서 팽창을 거듭해 작년 정부 센서스에 따르면 그리스 전체 노동인구 약 420만 명 중 약 5분의 1이 공공부문 근로자일 정도로 비대해졌다. 정부가 실업률을 낮추려고 2004년부터 5년 동안 7만5천 명을 더 뽑은 탓이다. 85만 공무원에게 주는 월급만 GDP의 53%를 차지한다.

 

그리스 공무원은 오전 8시 30분 출근해 오후 2시 30분 퇴근한다. 노동조합을 통해 해마다 수당 요구를 해왔고, 그래서 제 시각에 출근하면 '정시 출근 수당'도 받고, 손을 씻으면 건강을 위한 노력을 했다고 '손씻기 수당'을, 업무 중 FAX를 보내면 'FAX 수당', 서류를 들고 윗층 또는 아래층으로 이동하면 '층간 서류이동 수당'을 받는다.

 

▲ 고층 빌딩의 매달린 방수공들. 큰 건물을 보유하고 있으면 유지보수 비용도 비례해서 늘어나는 법이다


한 고위 공무원의 지적에 따르면 인공위성으로 아테네 북부 고급 주택가를 촬영하면 1만7천개에 가까운 수영장이 발견된다. 하지만 세금을 피하기 위해 현지에서 수영장을 보유 중이라고 신고한 가구 수는 324개에 불과했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공무원이 노동인구 넷 중 한 명꼴로 늘어나면서도 연간 GDP의 12~15%에 이르는 탈루액을 징수하지 못하여 그리스가 현 위기와 맞닥뜨리게 된 연유가 공무원 때문이라는 비판이 서기도 했다. 이러한 뭇매를 맡기 시작하면서 적어도 25% 공무원은 쓸데없는 인력이라는 지적을 받기에 이른다.
 
그리스는 오는 9월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으로부터 315억유로(약 44조원)의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2013~ 2014년 115억유로(약 16조원) 규모의 정부지출 감축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여기엔 공공부문 임금 및 연금 삭감, 공무원 인력 축소 등이 포함돼 있다. 그래서 그리스 정부는 재정난 타계를 위해 공무원들에게 '상식시험'을 보게 한 뒤 성적이 나쁜(dullest) 공무원들을 해고할 예정이는 보도가 있었다.
 
현 정부는 유럽연합(EU)·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긴축 정책의 일환으로 2015년까지 공공부문 인원 15만명을 감축할 방침이다. 또 정부 기관 수십 개를 폐지하고 공무원 임금 체계를 개편, 평균 임금을 20%까지 줄이기로 했다. 그런데 이 문제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헌법으로 금지된 공무원 정리해고를 밀어붙이기 위해 합법적인 방식을 찾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자칫하면 해고 대상자들의 소송 사태로 정부가 정리해고로 절약한 예산보다 더 큰 비용을 치러야 할 수도 있다는 것이고, 공공부문 해고는 금기 사항이고 지금까지 누구도 이 사안을 건드리고 싶지 않았고 이러한 조치에 필요한 준비가 없었다는 여론도 들끓는 모양이다. 노동계의 반발도 거세 조합원 250만명을 거느린 공공·민간부문 노조는 연이은 데모와 총파업으로 대항하고 있다.

 

나라의 운명이 경각에 달려있어도 생계가 달린 일이면 물불을 가릴 수 없는 입장으로 바뀔 수 밖에 없다는 인간적 고뇌를  생각하면 비난 만을 할 수 없는 상황임에는 틀림없다. 우리네 소비도 이와 마찬가지 아닌가? 자동차를 교체할 때마다 배기량을 늘리는 것은 쉽게 결정하지만 줄이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우리에게도 이러한 내핍의 미덕을 실천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오는지 잘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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