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어디를 가나 빚을 진 것이 짐이 되고 문제가 되고 해법이 무엇인지 골몰하고 있는 모습이 역력하다. 누군가가 빚을 탕감해주면 좋으련만 그런 해법은 좀처럼 나올 수 없는 기적 같은 일이기에 혹시나 어떤 정치가나 어떤 독지가가 나에게 손길을 내밀어 줄 것인가 하는 상상 속에 막연한 해법을 찾고 있는지 모른다.
나라도 마찬가지이지만, 개인도 주머니에 있는 돈을 계산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라 생각하지 않지만, 빚을 굳이 계산하려 하지 않는 것은 갚고 싶은 마음이 있어도 갚은 능력이 되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방치되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볼 일이기도 하다.
은퇴 준비 중에서 중요한 일 중의 하나가 현재의 재산을 정확하게 환산하고 그중에서도 빚과 저축을 정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일 중의 하나다. 강조되는 일이지만 실천하기 싫고 귀찮고 계산해 봐야 해법이 없기 때문이라는 자조적 회피 기능이 작동하고 있을 것이라고 미루어 짐작한다. 특히 자산과 부채를 계산하는 방법 중에 하나가 현재 가치를 산정하는 것에 대한 오류인데, 주식에 투자를 하건, 부동산을 소유하건 간에 본능적으로 구입한 가격이나 현재의 시세를 계산의 기준에 두지 않고 최고점 이었던 것을 기억하고 그 가격을 현재의 자산으로 환산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남들에게는 현재가가 얼마냐고 물어보지만, 본인은 최고가를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착각 또는 일방적 사고는 정확한 판단을 할 수 있는 근거에 혼동을 초래한다. 나의 총자산이 얼마인지 그리고 나의 월 생활비가 얼마이고 얼마의 수입이 예상되는데 얼마가 남는지 또는 얼마가 모자라는지 판단하는 기준이 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에서 ‘가계 부채의 미시구조 분석 및 해법’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금융위원회 출입기자단을 대상으로 세미나를 개최한 적이 있다. 이 세미나 개최의 목적이 가계 부채의 총량이나 증가속도 등 거시적인 관점보다는 가계부채의 구조를 이해하고 취약부분을 정확하게 식별하는 것으로 채무자의 소득 수준, 연령, 직업, 신용등급, 보유 대출상품 등 다양한 정보를 이용하여 취약 부분을 식별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하자는 취지로 개최되었다. 이날 나이스신용정보의 데이터베이스를 활용하여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2012년 6월말, 3개 이상의 금융회사로 부터 대출을 이용하고 있는 다중채무자는 약 316만명으로 대출총약은 약 279조원이라는 것이다. 이들 중에서 30일 이상 연체를 하고 있는 대출자는 36만2천명으로 다중 채무자의 11.5%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행스러운 것은 2011년보다 2012년 들어서 다중채무자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저소득층과 고연령대의 가계부채 문제에 대해서 언급한 것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가계부채 미시 데이터 상에서는 연령대별로 40대, 소득 계층별로는 고소득층에서 부채 금액이 큰 것으로 나타났는데, 60대 이상 시니어층의 경우는 전체 평균 부채금액보다 약간 상화히는 수준의 평균 부채금액 약5,648만 원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발표하였다. 특히 60대 이상 시니어의 대출 형태를 보면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부실 위험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지적되었다. 이는 부동산 자산의 비중이 고연령대로 갈수록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액이 소득(경상소득)의 60%를 초과하는 그래서 돈을 벌면 대부분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써야하는 ‘잠재적 위험 가구’는 약 56.9만 가구이고, 이들은 신용 대출을 포함한 금융대출금이 149.5조원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 ‘잠재적 위험 가구’ 중에서도 금융 대출이 부동산 평가액의 60%와 금융 자산의 합을 초과하거나, 금융 대출이 부동산 평가액과 금융 자산의 합을 초과하거나, 순자산 즉 자산에서 부채를 뺀 순수한 자산이 마이너스인 경우의 금융 대출 규모는 16.3조 원에서 47.5조 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국 주택가격의 기준 시점 대비 평균 20% 하락할 경우, 고위험가구수는 최대 14.7만 가구까지 증가하고, 금융권의 손실 규모는 최대 16.6조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소득의 60%이상을 대출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 푸어’ 57만 가구 중에서 60세 이상 가구는 11만8천 가구에 해당하고 이 중 3만1천가구는 소득의 80%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위태로운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향후 부동산 가격의 향배에 그들의 운명이 갈려질 수도 있어보이는 심각한 상황이고, 시니어도 ‘하우스 푸어’에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주목해야 할 것이다. ⓒ 김형래
'칼럼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하는 재테크-132]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교훈 (0) | 2012.11.25 |
---|---|
[금융주의보-227] 늘리는 것은 쉽지만 줄이는 것은 어렵다는 교훈 (0) | 2012.11.21 |
[준비하는 재테크-131] 시니어도 '하우스 푸어'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0) | 2012.11.20 |
[준비하는 재테크-130] 은퇴 준비 제대로 안 된 '희망퇴직' 불안하다 (0) | 2012.11.11 |
[행복한 인생 2막-13] 트레킹, 자연과 동화되어 심신을 치유하다 [GOLD&WISE] 11월호 (1) | 2012.11.07 |
[금융주의보-225] 은퇴 준비 제대로 안 된 '희망퇴직' 불안하다. (0) | 2012.11.06 |
[준비하는 재테크-129] 또 공부에 돈을 쓰는 시니어, 과연 무슨 공부를 할까? (0) | 2012.11.0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