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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행복한 인생 2막-13] 트레킹, 자연과 동화되어 심신을 치유하다 [GOLD&WISE] 11월호

by Retireconomist 2012. 11. 7.





트레킹, 자연과 동화되어 심신을 치유하다
가을 산행,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
만추의 계절 11월, 청명한 하늘과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몸과 마음을 재충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위해 공통적으로 추천되는 신체 활동이 걷기 운동이다. 그중에서도 안전하고 여유 있게 산과 들을 즐기며 자연과 동화되는 심신 치유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시니어 건강 전도사로 부각되고 있다.

문화적 배경에 따른 트레킹의 다양한 의미
트레킹(Trekking)의 어원은 남아프리카 원주민이 달구지를 타고 정처 없이 집단 이주한 데서 유래한다. 트레킹은 각국의 문화적 배경에 따라 서로 다르게 불리기도 하는데, 독일에서는 ‘반더포겔(Wandervogel)’의 어원인 ‘반데른(Wandern)’이 있다. 반더포겔은 ‘철새’라는 뜻으로, 청년들의 집단 도보 여행 운동을 말한다. 허약한 도시 청년들을 대자연 속으로 끌어내 자연에 대한 사랑과 조국애를 함양한 걷기 운동이다. 프랑스에는 ‘랑도네(randonner)’가 있다. 짧게는 반나절에서 길게는 일주일 정도 산책하듯 걷는 운동을 말한다. 프랑스 사람은 자연을 벗 삼아 걷다 보면 정신과 육체가 동시에 건강해진다며 자연 속으로 걷기 여행을 즐긴다. 호주에선 배낭을 메고 인적이 뜸한 산길이나 숲 속을 걸어 다니는 여행이라는 의미로 ‘부시워킹(Bushwalking)’이란 용어를 쓰고, 뉴질랜드에선 ‘트레킹’과 ‘캠핑(Camping)’을 더한 ‘트램핑(Tramping)’이란 말을 즐겨 쓴다. 미국에선 ‘트레일(Trail)’이라는 용어를 쓰는데, 버몬트 주와 같은 일부 지역에서 횡단 하이킹을 가리키는 ‘애팔래치아 트레일(Appalachian Trail, AT)’ 또는 ‘롱 트레일(Long Trail, LT)’이라는 용어를 쓴다. 인도, 네팔, 북미, 남미, 그리고 동아프리카 고산 지대에선 트레킹이라는 용어를 가장 많이 사용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기원을 자연 속에서 수련하던 신라 시대의 화랑도에서 발견할 수 있다. 1990년대 들어 전문 산악인이 일반인을 위해 네팔의 히말라야 산맥이나 유럽 알프스 산맥, 뉴질랜드 등 산악 지대를 걸을 수 있는 산악길을 개척했는데, 그 길을 걷는 것으로 ‘트레킹’이라는 용어를 주로 쓴다.

시니어 건강 전도사, 
트레킹 역사적으로 걷기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한 활동으로 크게 부각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산업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농촌 사회의 붕괴와 함께 인간의 삶의 양식이 크게 변했다. 산업화와 함께 진행된 도시화는 열악한 환경에서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을 병들게 했고, 이는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그리하여 인간의 건강 유지를 위한 다양한 활동이 전개됐다. 금주·금연 운동, 일광욕, 수영, 체조, 자연식,반더포겔 운동 등이 이 시기에 시작되었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시니어의 건강을 위해 공통적으로 추천되는 신체 활동이 걷기 운동이다. 그중에서도 안전하고 여유 있게 산과 들을 즐기며, 자연과 동화되는 심신 치유적 활동이라고 할 수 있는 트레킹이 시니어 건강 전도사로 부각되고 있다. 단순하게 걷는 도보(Walking)나 건강을 위해 미지의 땅을 견문하거나 자연과 풍경을 즐기기 위해 장기간 걷는 하이킹(Hiking), 위험과 역경을 극복하고 모험과 도전을 통해 성취감을 얻으려고 산을 오르내리는 등산(Climbing)보다 시간적·정신적 압박이나 신체적 부담을 주는 무리한 활동이 아닌 산길 걷기를 통해 자연과 어우러지는 여유롭고 안전한 방식의 걷기 활동이 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숨에 정상에 뛰어올라 야호를 외치던 흔한 등산에서 벗어나서 이번 가을에는 트레킹을 하자.

트레킹, 어디로 가면 좋을까
국내 트레킹 코스로 대표적인 곳을 꼽아본다. 북한산 둘레길은 전체 길이가 71.8km로 21개 구간이 있다. 마지막 21구간인 우이령길은 사전 예약을 해야 방문할 수 있다. 지리산 둘레길은 구간별로 4일에서 최장 10일까지, 다섯 권역으로 조성되었는데 합계 300km로 전체 트레킹에는 32일 정도 걸린다. 제주도 올레길은 총 350km로 올해 20코스까지 개장했고, 제14회 제주 올레 아카데미 일반 과정이 열릴 정도로 그 역사가 깊다. 여주 여강길, 강릉 바우길, 경상북도 외씨버선길, 울산 하늘억새길, 부산 갈맷길, 남해 바래길, 청산도 슬로길, 다산 유배길, 전주 천년 고도옛길, 내포 문화숲길, 인천 둘레길, 그리고 국내 최장의 트레킹 코스인 동해안 탐방로 해파랑길이 있다.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를 시작으로 고성 통일전망대까지 688km를 잇는 길로 4개 테마, 40개 탐방 코스를 선정해서 운영되고 있다. 전 구간이 완공되는 시기는 2014년으로 부분별로 공사 구간이 포함되어 있다. 
해외에서 가장 많이 꼽히는 트레킹 코스는 네팔의 히말라야 쿰부 에베레스트, 안나푸르나, 랑탕 히말라야 코스다. 파키스탄의 카라코람 지역, 중국 카슈가르에서 파키스판 아슬라마바드까지 총 1,257km에 이르는 구간으로, 옛 신라 고승 혜초가 걸었던 비단길인데 난이도가 네팔보다 높기에 사전에 단단한 준비를 해야 한다. 남미 파타고니아는 안데스 산맥을 중심으로 아르헨티나와 칠레에 걸친 곳으로 히말라야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트레킹 지역이다. 뉴질랜드 밀퍼드와 남섬 피오르랜드 국립공원 내에 자리 잡은 밀퍼드 사운드 트랙, 1930년대 <내셔널 지오그래픽> 표지를 장식하면서 외부 세계에 알려진 곳으로 ‘샹그릴라의 혼’이라 불리는 중국 쓰촨 성의 야딩 풍경구, 보르네오 섬 최북단에 위치하고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산으로 우리나라 사람도 많이 가는 해외 트레킹 지역 중 하나인 말레이시아 보르네오 섬의 키나발루, 적도 최고의 봉으로 적도 부근에 있으면서도 만년설에 덮여 있어 백산이라고도 하는 탄자니아의 킬리만자로 산, 금전적으로 비용이 가장 많이 드는 트레킹이라 탐방객이 적은 베네수엘라 카나이마 국립공원에 자리 잡은 로라이마 산 등도 명성이 높은 트레킹 지역이다. 한편 티베트 서부의 카일라스 산은 갠지스 강과 인더스 강의 발원지로, 트레킹 코스 중 가장 힘든 곳으로 알려졌다. 보통 3박 4일에 걸쳐 카일라스를 도는데 이것을 ‘코라’라고 한다. 티베트인은 오체투지로 코라를 한다. 코라를 하면 전생의 업이 소멸된다나? 인도네시아 자바 섬의 부르모 화산은 인도네시아인에게는 ‘불의 신’이 살고 있는 성스러운 산으로 받아들여지는 곳이다. 일출이 아름답기로 유명한데, 판타지 세계에 있는 듯한 몽환적 분위기가 연출된다고 한다. 비교적 쉬운 트레킹 코스로도 유명하다.

트레킹, 꼼꼼히 준비해야 실패하지 않는다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트레킹은 배낭 하나만 짊어지고 산이나 들판을 여유 있게 걸으며 그 지역과 자연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자신을 발견할 수 있는 최상의 레포츠다. 트레킹을 제대로 즐기려면 신체를 단련해야 한다. 평지에서는 보통 1시간 걷고 5~10분 휴식, 경사가 있는 산지에서는 30분 걷고 5~10분 휴식을 반복하면서 근력과 심폐력을 늘리는 과정이 필요하다. 특정 트레킹을 목표로 한다면 코스와 개인 건강에 따라 훈련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 사전에 목표 트레킹의 2~3배 되는 거리를 걸어보고 시작하는 것이 좋다.
트레킹 지역에 대해 공부한다. 자연과 동화하고 나자신을 찾는 과정이라지만, 트레킹은 특정 지역이나 테마를 중심으로 진행되기 마련이라서 주변 환경에 대한 사전 정보를 숙지할 필요가 있다.
발목을 잡아주는 등산화는 필수다 트레킹이 등산보다는 가벼운 걷기 운동이기 때문에 좀 더 가볍고 편한 신발을 신을 수 있으나 모든 코스가 잘 정비된 건 아니기 때문에, 변화무쌍한 길바닥을 고려해 안전성 높은 등산화를 신는 것이 좋다. 시니어는 젊은 층보다 안전성에 특히 신경을 써야 한다.
고리 있는 일자형 스틱이 필요하다 일상에서는 T자형 스틱(지팡이)을 사용한다. 그러나 트레킹에서는 알파인 스틱이라는 손목 고리가 있는 일자형 스틱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젊은이도 꼭 사용하는 장비이니만큼 시니어를 나타내는 표식이라고 외면해서는 안 될 장비다. 스틱은 내리막길에서 무릎에 가하는 충격을 30%가량 줄여주고, 보행 속도를 15% 향상시켜준다는 전문가의 조언이 있다.
부피 큰 배낭이 좋다 배낭은 짐을 담는 기능뿐 아니라 넘어졌을 때 몸을 보호하는 역할도 한다. 그래서 짧은 거리의 트레킹이더라도 배낭의 부피가 작은 것보다는 조금 큰 걸 권한다. 적어도 30L 이상은 되어야 수납뿐 아니라 몸 균형 잡기에도 좋고, 넘어졌을 때 충분한 방어벽이 되어줄 수 있다.
기능성 복장이면 더 좋다 트레킹을 하는 지역의 일기는 변화무쌍함을 기본으로 생각하는 것이 안전하다. 따라서 급변하는 자연 환경으로부터 몸을 보호하고 쾌적한 상태로 유지하기 위한 복장이 필요하다. 체온은 유지하되, 땀은 빨리 배출하고 바람이나 눈비로부터 몸을 보호해야 한다. 너무 많은 옷은 트레킹 때 큰 부피와 무게로 짐만 될 뿐이다. 상황에 맞는 모자, 스카프, 장갑 등의 소품도 준비해야 한다. 특히 가을은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날씨 변화가 심하고 때늦은 태풍과 가을 장마로 인한 조랭 현상으로 기후를 예측하기 어렵다. 일몰 시간이 빠른 데다 해가 지면 기온이 급격하게 떨어지므로 이에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 높고 푸른 하늘과 청명한 날씨가 이어지는 가을이지만 간혹 차가운 대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서리가 내리거나 때 이른 눈이 쏟아지기도 한다. 따라서 보온 의류뿐 아니라 보온 장갑이나 방한모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경험이 많은 안내자를 동반하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
평소보다 많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기본 식사량으로 트레킹을 즐길 수 없다. 트레킹 자체가 열량을 많이 소모하는 운동이기 때문에 당질이 풍부한 음식물을 섭취하고, 적은 양으로 높은 열량을 내는 비상식량도 챙겨 가는 것이 좋다. 음료로 맹물보다는 흡수가 빠르고 염분과 전해질이 보충되는 이온음료가 훨씬 좋다.
스마트폰에 트레킹 애플리케이션을 꼭 내려받자 스마트폰이 일반화되기 전에는 지도와 나침반이 필수였다. 그러나 이제 스마트폰 덕분에 트레킹에 필요한 여러 기능을 하나로 통합해 활용할 수 있다. 심지어 트레킹 궤적과 소모된 열량도 계산해주고, 특정 지점, 움직인 경로, 고도·속도 변화 등을 저장하거나 웹에 게시하는 기능이 있는 것도 있다. 유의할 사항은 해외 지역에서는 적용되지 않는 애플리케이션도 종종 있기 때문에 트레킹 지역을 고려해 다운로드하는 것이 좋다. 아이폰은 App Store에, 구글 안드로이드폰은 T Store나 Play Store에 ‘trekking’을 입력하면 트레킹과 관련된 다양한 정보가 담긴 애플리케이션을 무료로 내려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유의할 사항은 트레킹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면 스마트폰 전원 소모가 평상시보다 많다는 점이다.
트레킹 예절을 사전에 숙지하자 미국에서 시작된 환경보호운동으로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가 있다. 트레킹 때 꼭 필요한 예절인데, ‘사전에 충분히 계획하고 준비한다, 지정된 구역에서 탐방하고 야영한다, 쓰레기를 확실하게 처리한다, 본 것을 그대로 둔다, 캠프파이어로 인한 폐단을 최소화한다, 야생 동식물을 보호한다, 다른 탐방객을 배려한다’ 등 7가지다. 이 정도의 예절은 꼭 지켜야 한다.
시간적 여유가 있으면 교육을 받는 것이 좋다 트레킹을 전문적으로 가르쳐주는 곳도 있다. 트레킹이 무엇인지, 자연과의 교감은 어떻게 하는지를 배우고, 바른 보행법, 적정 체온 유지법, 오르막과 내리막 보행법, 심지어 등산화 끈을 묶는 법도 배울 수 있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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