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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행복한 인생 2막-09] 나눔으로 행복한 노후를 채우다. [GOLD & WISE] 7월호

by Retireconomist 2012. 7. 1.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7월호에 게재된 글임
국민은행 사보 연결 사이트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나눔으로 행복한 노후를 채우다 

은퇴 후 40년. 지금까지 살아온 시간에 버금가는 이 시간을 무슨 일을 하며 보낼지 준비해두지 않는다면 남은 인생의 절반은 무의미해질지도 모른다. 은퇴 후 시간의 일부를 봉사하는 시간으로 할애하면 어떨까. 봉사는 시간을 단순하게 보내기 위함이 아닌, 인간으로서의 내 가치를 확인하고 경험을 나눌 수 있는 좋은 기회이자, 이 사회를 한층 더 밝고 건강하게 해줄 것이다. 

우리나라는 자원봉사의 뿌리가 깊다

길흉사가 있거나 일손이 모자라서 일이 밀려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무보수로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협동 관행이 있었다. 함경북도 명천군 하운면 명천동에서는 환자가 생겨서 농사일이 뒤처지거나 곤란을 받는 농가, 또는 주택의 신축이나 개축, 10세 이하의 사망자가 생겨서 장례를 치러야 할 때, 그 밖에 농가에서 곤란한 사정이 생겨 농사일을 도와주어야 할 필요가 있을 때는 마을 사람들이 공동으로 도와주는 관습이 있었다. 이를 부근(附近)이라고 한다. 부근을 행할 때는 마을의 대표인 존위(尊位)가 총지휘해 작업을 진행하며, 모든 마을 사람이 동원된다. 이와 같은 협동 관행은 1940년대까지만 해도 함경북도에서 자주 행해진 것으로 보고되어 있다. 용어는 달리하지만 이와 유사한 협동 내지는 봉사 노동 관행이 우리나라 촌락 사회에서 널리 행해졌다. 경상북도 문경 지방에서 관행된 ‘우살미’와 경상남도 내륙 지방에서 아직도 행해지고 있는 ‘울력’이 그 좋은 예다. 우살미는 신축 가옥의 지붕이기를 할 때 마을 사람들이 무보수로 공동 작업을 해주는 관습이다. 울력은 길흉사가 있거나 일손이 모자라 농사일이나 가사(家事)가 밀린 가정이 있으면 마을 사람들이 의논해 무보수로 노동력을 제공해주는 관습을 말한다.
 
부근을 비롯한 이런 관습은 두레나 품앗이보다 공동체 의식이 더욱 강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협동이라기보다는 봉사에 가까운 노동 형태다. 이런 성격의 노동 관습은 우리나라 어느 곳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현대 사회에서는 자원봉사자(自願奉仕者,Volunteer)라는 명칭으로 사회 또는 공공의 이익을 위해 자신의 의지로 일정노동을 무보수로 제공하는 형태가 많다. 사회 또는 공공의 자원봉사자를 줄여서 봉사자라고도 하며, 그런 자원봉사자가 모인 단체를 자원봉사단이라 한다. 이들의 봉사 활동은 보통 비영리 단체(非營利團體, Non-Profit Organization, NPO)를 통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방식의 봉사 활동은 공식 봉사 활동으로 불린다. 하지만 공식 봉사 단체와는 달리 개인 또는 몇몇 사람이 비교적 격식을 차리지 않고 자유롭게 봉사 활동을 펼치는 경우도 있다. 이런 비공식 봉사 활동은 보통 알려지지 않기 때문에 통계치로 확인하기가 쉽지 않다. “뛰지 마라. 배 꺼진다”라고 호통치시던 외할머니의 잔소리가 수십 년이 지난 지금도 귓가에 생생하다. 무한 욕구를 가진 이들이 어찌 내 배 채우기에 급급하기보다는 남의 허기를 걱정하는 것인지 늘 궁금했다. 

자원봉사자는 봉사를 국가에 대한 7대 의무 사항으로 생각한다
 
복잡한 사회 현상을 반영하듯 봉사 활동을 하는 동기도 다양하다. 높은 영적 상태에 도달하기 위한 수단으로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고, 종교적 의무감에서 봉사 활동을 하는 경우도 있다. 또 다른 사람의 안녕을 위해 봉사 활동을 한다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진정한 애타심(愛他心)에서 우러나온 봉사 활동이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어떤 이들은 봉사 활동을 시민, 국민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로 받아들인다. 봉사자 중에는 자신을 봉사자라고 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무엇보다 봉사 활동이 봉사자의 삶을 윤택하게 해주기 때문이다. 이것은 봉사 활동의 가장 중요한 동기가 될 수 있다. 봉사 활동을 하면서 봉사자는 다른 사람과 어울릴 수 있으며, 사회 활동을 유지할 수 있다. 무엇보다 삶의 다른 영역에서는 느끼기 힘든 끈끈한 유대감을 얻을 수 있다는 점이 사람들로 하여금 봉사 활동에 나서게 하는 게 아닐까 싶다. 자원봉사에 임하는 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보상을 받지 않는 것이라는 오해가 있으나, 다양한 형태로 보상을 얻는다. 즉 보람이나 경험 등을 얻게 되는데, 이는 정신 적 보상이라고 할 수 있다. 교통비나 식사비, 소정의 활동비 등을 제공받는 금전적 보상도 있을 수 있다. 그 밖에 취업 또는 진학에 도움이 되는 경력 보상을 위한 목적에서 자원봉사를 하기도 한다. 자원봉사는 국방, 납세, 교육, 근로, 재산권 행사, 환경보전에 이은 7대 의무 사항이라고도 한다. 국방과 납세를 제외하고는 권리인 동시에 의무에 해당하지만, 자원봉사를 7대 의무 사항이라고 하는 이유는 뭘까? 아마 시대적 흐름이라고 하는 것이 가장 쉬운 기부(Donation)라고 하는 의미와 직결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시니어에게 기부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받은 혜택 중 일부를 공동체에 반환하는 것이고, 부유하거나 가난하거나, 기업이나 개인이거나 예외 없이 이를 감당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발전해온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안락한 생활에 꼭 필요한 것을 초과한다면 그것을 기부하자는 운동도 확산되고 있다.
 
선진국에서는 퇴직 후 시간의 2/3를 취미와 봉사에 할애하고, 나머지는 약간의 금전적 보상을 받는 일을 한다고 한다. 그들이 받는 급여는 아주 작지만 그 줄어든 급여를 사회에 기부했다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2006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남녀 인구 중 봉사에 참여하는 사람 비율은 평균 20%다. 나머지 80%는 봉사하기 싫은 것일까? 그 이유를 확인해보면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와 ‘현재는 여유가 없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어렵게 여기고, 무언가 갖춰졌을 때나 할 수 있는 것으로 오해한다. 지혜와 경험, 인적 관계를 주변과 자녀, 그리고 사회에 나눠주는 것은 큰 기부 중 하나고 인류에 대한 봉사다. 어쩌면 가옥, 음식, 의복, 의료보험료, 이동 수단, 여가 생활 비용, 그리고 비상시를 위한 자금만 마련되었다면 나머지는 잉여 자산인 셈이고 기부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잉여 자산이 없더라도 질서를 지키고, 친절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기부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봉사에서 기부가 목적에 집중되었다면, 보다 개인적 능력(Talent)을 활용하는 기부는 없을까? 바로 재능 기부라는 것이 있다. 

재능 기부를 말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용어, 프로 보노(Pro Bono)
 
미국변호사협회(American Bar Association)는 1993년부터 협회 방침을 통해 소속 변호사들이 연간 50시간 이상 사회 공헌 활동을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변호사들이 할 수 있는 일은 법률 서비스다. 그들은 변호사를 이용할 여력이 없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무료 변론이나 무료 법률 상담 서비스를 해준다. 이렇게 자신이 가진 지식이나 기술, 경험을 활용해 사회 공헌 활동 또는 기부를 하는 것이다. 단순한 봉사의 차원과 달리 자신이 가진 전문성을 활용해 사회적 약자와 소외 계층을 돕는 활동을 ‘프로 보노(Pro Bono, 재능 기부)’라고 한다. 여기에 사회 단체나 공공 기관 등에 기부하는 공익이라는 말을 더해 라틴어로 ‘프로 보노 퍼블리코(Pro Bono Publico, 공익을 위하여)’라고 한다. 우리나라 법조인들도 프로 보노를 할까? 물론이다. 사법연수원에 입학하면 1학년 여름방학 기간에 법률 봉사 활동을 하는데, 구청, 법률구조공단, 노동 단체, 소비자 단체 등에서 방문자, 전화 상담, 인터넷 상담 등 2~4주간 무료 법률 상담 활동을 한다. 바로 재능 기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이제 재능 기부(Talent Donation)는 그 활용 범위가 개인 중심에서 벗어나고 있다. 기업이 가진 가용 자원을 회사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마케팅이나 기술 개발에만 활용하지 않고, 이를 사회에 기여하는 새로운 기부 문화가 확대되고 있다. 재능 기부가 개인의 능력을 중심으로 한 봉사 활동과 다른 점은 개인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데 있다. 봉사 활동은 각자의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기부를 받아야 할 대상이 다양한 만큼 기부할 수 있는 재능도 다양하다. 돈을 내는 금전 기부가 1회성이 대부분인 데 비해, 재능 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 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각 장애인을 위한 책을 읽어주는 기부 활동을 보네이션(Vonation)이라고 한다. 목소리(Voice)와 기부(Donation)의 합성어로, 불편한 이웃을 위해 목소리 출연을 통해 기부 활동을 하는 것이다.
 
지난 2009년 12월 한류 스타 배용준이 UN환경계획에 ‘기후 변화관심촉구 캠페인’의 일환으로 목소리를 기부한 것이 대표 사례인데, 배용준의 보네이션으로 서명자가 300명에서 2주일 만에 7,000명으로 늘어나는 효과가 있었다. 이를 계기로 연예인의 보네이션 활동이 크게 늘어났다. 금융 회사 직원들이 연탄 나르는 봉사를 하고, 식품 회사 직원들이 집짓기 봉사를 하는 시절은 이제 조금씩 바뀌고 있는 듯하다. 금융 회사는 무료 금융 교실을 개설해 금융 상식을 높이는 일을 하고, 식품 회사는 김장을 담가주는 것이 바로 기업이 가진 재능을 나누는 진정한 의미의 재능 기부라 할 수 있다. 일반인에게 보네이션과 같은 재능 기부는 꿈일까? 국립중앙도서관의 장애인정보누리터는 장애인이 도서관 자료에 쉽게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시범적 독서 환경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곳에 3개실의 대면낭독실이 있다. 이곳에서는 시각 장애가 있는 독서자를 위해 책을 대신 읽어주는 목소리 기부를 할 수 있다. 

시니어가 가진 경험과 경륜은 아직 배우고 익히는 젊은 세대가 가진 재능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강점이 있다. 강아지가 싫은 이에게 유기견 돌보기는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반대로 오랜 기간 반려견과 함께 생활하며 강아지 습성을 잘 이해하는 이에게 유기견을 돌보는 봉사는 그야말로 재능 기부가 될 수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재능과 능력을 구분하지 않고 추진해야 하는 봉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재능에 따른 봉사라야 효율도 높아지고 성과나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게는 어떤 재능이 있을까? 의료·보건·건강과 관련된 분야, 문화·예술 관련 분야, 저소득층 및 사회 복지 분야, 멘토링·상담·교육 결연 분야, 체육·기능·기술 관련 분야 등 재능대로 기부할 수 있는 곳은 어떻게 찾을까? 단체나 모임, 그리고 온라인 사이트는 인터넷 검색에서 수없이 노출된다. 그중 재능 기부가 필요한 사람, 재능 기부를 제공할 사람이 함께 모이는 인터넷 사이트 하나를 소개한다. ‘재능을 나눕시다(http://volunteerkorea.or.kr/)’라는 곳인데, 한국자원봉사협의회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가 공동 캠페인으로 진행하는 곳이다. 시니어가 가진 경험과 경륜은 아직 배우고 익히는 젊은 세대가 가진 재능과는 확연히 구별되는 강점이 있다. 어떤 경우에는 재능과 능력을 구분하지 않고 추진해야 하는 봉사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회 전체적으로 보아서는 재능에 따른 봉사라야 효율도 높아지고 성과나 보람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 파트너즈 상무, <나는 치사(致仕)하게 은퇴하고 싶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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