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은 필자의 칼럼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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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을 앞둔 어머니께서는 매주 수요일이면 젊은 며느리 못지 않은 건강한 모습으로 아침을 맞이하신다. 연세가 많으신지라 아침에 일어나시면 몸도 찌부드드하실 텐데 수요일 만큼은 감기 몸살마저 달아난다고 하신다. 그 이유는 수요일마다 오후에 선생님이 되어서 학생들을 가르치시기 때문이다. 어머니가 가르치시는 수업은 교회 문화교실에서 시니어를 대상으로 한 ‘한자교실’ 교재는 천자문이다. 평생 초등학교 선생님으로 봉직하시면서 학생들에게 가르치시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누구보다도 잘 가르칠 수 있는 재능을 가진 셈이다. 몇 달 전에 시작한 한자 교실 강의는 어머니의 생활 패턴을 바꾸어 놓았다. 화요일이면 한자 교실에서 가르치실 교안을 준비하고 심지어 간식과 유머까지 준비하신다. 설레는 마음으로 수요일 교회를 향하는 발걸음은 젊은 시절 선생님으로 출근하던 발걸음만큼 활기차고 즐겁게 이끌고 계신다.
한자 교실에서 한문을 가르치시는 재능 기부를 하시기 전에는 사랑의 식탁 ‘봉사’를 하셨다. 교회에서는 사회 기부 및 봉사 차원에서 주변에 주거하시는 분 중에서 끼니를 제대로 때우지 못하는 분들을 모시고 점심을 제공하는 일을 수요일마다 진행하고 있다. 집에서도 가까운지라 교인들이 식사를 준비하는 일을 돕는 것으로 꾸준히 나가셨는데, 수 백 명에 달하는 손님에게 음식을 준비하는 일이라 익숙하지 않고 연세보다 일이 고되다 보니 수요일이면 몸져누워 계시는 모습을 목격하곤 했었다. 힘에 부치시는데도 불구하고 봉사를 의무 수준으로 두고 무리하시는 일이 되셨던 것이다.
▲ 유어스테이지 클럽 '메구미의 쌩쌩 일본어'는 김혜련 선생님의 '재능기부'로 진행되고 있다 /사진.김형래
무엇인가 봉사를 해야만 처지라 그만둘 수도 없었는데, 어느 날 문화 교실을 개설한다는 공지와 함께 ‘선생님’을 모신다는 내용을 보시자마자 “저것이야말로 내가 잘할 수 있는 일이다.”라고 판단하시고 참가하시겠다는 의사표시를 하셨다. 많은 분들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어머니의 한자 교실 재능 기부는 순항을 하고 있다. 벌써 여름방학 없이 계속하자는 학생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이 잘 설명하고 있는 셈이다.
지혜와 경험, 인적 관계를 주변과 자녀 그리고 사회에 나누어주는 것은 큰 기부 중의 하나고 인류에 대한 봉사다. 어쩌면 가옥, 음식, 의복, 의료 보험료, 이동 수단, 여가 생활 비용 그리고 비상시를 위한 자금만 마련되었다면 나머지는 잉여 자산인 셈이고 기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물론 잉여 자산이 없는 경우라면 질서를 지키고, 친절을 나누고, 다른 사람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기부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봉사에서 기부가 목적에 집중되었다면, 더욱 개인적인 능력(Talent)를 활용하는 기부는 없을까? 바로 재능 기부가 있다.
봉사 활동은 각자가 가진 재능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재능 기부는 개인의 능력을 중심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봉사 활동과 다른과는 다르고 개인의 차이를 존중한다는 데 있다. 기부를 받아야 할 대상이 다양한 만큼 기부할 수 있는 재능도 다양하다. 돈을 내는 금전 기부가 일회성이 대부분인 데 비해, 재능 기부는 각자의 전문성과 지식을 바탕으로 한 지속적인 기부 형태라는 점에서 한 단계 진화한 기부 모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선생님이셨던 나의 어머니에게 한자 교실은 ‘재능 기부’였고, ‘사랑의 식탁’은 봉사였다. 봉사나 기부가 이 세상을 맑고 밝게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요소가 되고 있다. 더구나 경험과 지혜로 뭉쳐진 상급생이 가진 재능을 잘 활용하는 사회, 그들에게 ‘봉사’보다는 ‘재능 기부’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더더욱 맑고 밝게 세상을 만드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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