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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195] 요즘 일본 젊은이들은 왜 소비를 혐오(嫌惡)할까?

by Retireconomist 2012. 4. 4.
젊은이 남성이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끊고, 젊은 여성이 해외 명품에 눈을 돌리지 않는 현상이 있다면 과연 믿기는 일일까? 일본의 다이이치생명 경제연구소는 최근 10여 년간 일본의 2~30대 젊은 층의 뚜렷해진 소비성향에 대해서 분석한 자료를 발표했다. 내용은 ‘절약 지향’의 경향이 강해져서 소비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장년층이 소비 시장에서 확고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는 반면, 수입이 늘지 않고 희망을 갖지 못하는 젊은 층은 소비의 주체 자리에서 자리를 내어주고 있다는 것이다. 일본 총무성의 가계 조사에서 밝혀진 자료를 근거로 조사된 2000년 부터 2009년 사이에 2~30대가 세대주인 가계지출이 소비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율 추이를 품목별로 보면 총 38개 품목 중에서 36개 품목의 비율이 감소했음을 알 수 있다. 조사 품목은 크게는 외식, 주류, 교통 통신, 레저 교양 등의 항목이었다. 자동차 구입은 32.5%에서 19.0%로 13.5%가 하락했고, 자동차 관련 용품은 39.8%에서 22.1%로 17.7% 감소했다. 또 맥아 비율 67% 이하의 저가 맥주인 발포주의 소비도 29.6%에서 21.1%로 8.7% 감소했다. 휴대전화 통신료도 35.4%에서 24.3%로 11.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증가한 대표적인 품목은 자전거로 자동차의 지출 감소에 비해서 증가폭은 미미하지만 22.7%에서 26.2%로 3.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반영된 것으로 보여진다.

무엇이 일본 청년 세대의 소비를 감소 시켰을까? 그 이유 중에 가장 근거 있는 이유는 급격한 젊은 층 인구의 감소를 들 수 있다. 그 감소 속도는 아주 가파른데, 1995년 일본의 20대 인구는 1,900만 명이었지만 2015년에는 1,300만 명 수준으로,  15년 뒤인 2030년에는 1,100만 명으로 줄어들 것이 예상되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른 해당 연령대가 선호하는 품목의 소비가 감소하는 것으로 그 일차적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그것에 더해서 1990년대의 소위 ‘취업 빙하기’ 이후에 젊은 층의 고용은 불안정한 상태이고 실업과 비정규직의 비율도 급격히 상승하고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젊은 층의 소득은 계속 줄어들고 있는 것이 두 번째 이유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어려운 경제 환경 속에서 자란 젊은 층은 미래를 비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함으로 스스로 생존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하는 가운데 ‘소득의 증대를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소비를 축소시키는 고육책’을 찾게 되는 것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일본의 에도무라(日光江戶村)에 입장하는 간편 복장을 한 가족단위 관광객]


이러한 현상을 일본 현지에서는 ‘혐(嫌)소비’라고 부르는데, 이를 주도하는 세대로는 1979년부터 1983년 사이에 태어난 연령대를 주목하고 있다. 이들은 수입이 충분하거나 늘어나도 소비를 늘리지 않는 경향이 짙다. 이들은 초등학교 시절에 한신 대지진과 도쿄 지하철의 사린 가스 투입사건을 겪었고, 중학교와 고등학교 때 금융 빅뱅과 잇따른 금융 기관의 파산을 경험했고, 대학 졸업 후에는 취업 빙하기를 겪은 바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상존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는데, 특유의 일본적 교육 지침인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는 사회 활동’이 좀 더 강화되어서 ‘눈에 띄지 않고 분위기를 파악해가면서 가능한 깊이 관여하지 않으며 살아가려는 의식’이 강하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결론적으로 보면 돈이 없기 때문에 소비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안한 미래를 대비해서 예비 한다는 것을 다른 면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사춘기를 겪으면서 거품 경제 이후의 혼란을 보고, 취업 빙하기와 고이즈미(小泉) 총리의 구조 개혁을  보면서 불안한 미래, 불투명한 수입, 저소득층의 증가 등 3가지 큰 경제의 흐름을 가까이에서 체험한 이들은, 불황이 다가오면서 2009년부터는 월급과 보너스의 감소와 같은 수입 감소 요인까지 추가되면서 그 위축됨은 더욱 강하게 자리를 잡은 셈이다. 결국 이들의 소비 패턴이 절약하기, 기다렸다가 저렴해졌을 때까지 기다리기 등의 계산되고 현명한 판단이 작용하고 있고, 사고 나서 후회하거나 미래에 부담이 될만한 위험을 피하려는 철저히 계산된 소비 활동을 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자신의 꿈이나 이상을 갈망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과 충돌하기 보다는 분위기에 따라서 자신을 맞추어 가겠다는 심리도 작용하고 있는데, 그 배경에는 어린 시절에 겪은 험한 세상의 변화와 이에 따른 직업관의 혼란 그리고 취업 빙하기를 겪으면서 심어진 ‘열등감’ 같은 것이 작용한 이면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는 ‘자아 실현’을 목표로 매진하던 40대 이상의 기성세대 가치관과는 대조적이다. 이 세대가 ‘혐소비’를 이끌고 있으며, 연령별로는 바로 아래 세대인 20대 전반의 소위 ‘저출산 세대’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물론 이들의 소비가 축소되어 경기 활성화에 저촉된다는 불평도 생길 수 있지만, 이들은 취미 등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는 집중적으로 투자하는 경향도 있어서 쇼핑하기 전에는 인터넷과 소문 등을 잘 파악하고 현실적인 정보를 참고로 하면서, 광고나 유행에 좌우되지 않고 자기 자신이 확신을 가진 경우에만 현명하게 소비하는 세대라는 긍정적인 평가를 받기도 한다.

아무튼 일본인을 경제 동물로 취급하면서 돈을 많이 쓰는 것을 통해서 풍요로움과 행복의 상징으로 여겼던 단카이 세대는 사라지고 그들의 2세는 각자의 주관을 존중하는 소비 스타일이 자리잡고 있는 것이 현재 그들의 모습이다. 2009년 12월 31일. 웬디즈 햄버거는 일본지출 29년만에 완전히 철수를 하기로 하고 이날 마지막 영업을 마쳤다. 일본 햄버거 시장의 75%를 차지하고 있는 ‘맥도날드’도 점포 433개를 폐쇄하기로 했다.

일본 국립사회보장 인구문제연구소가 2004년 통계를 토대로 출산율, 성비, 평균 수명 등이 일정하다고 가정해서 계산한 시나리오에 따르면 앞으로 1천년 후인 서기 3,200년에는 일본인이  지구에서 완전히 사라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았다. 국내에서도 비슷한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현재의 인구 구조가 고착화되면 2,500년경에는 인구가 줄어서 한민족이 소멸될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인구변화에 대한 예상까치 ‘혐소비 세대’는 꿰뚫은 것일까?

단카이 세대인 아버지 세대의 퇴장을 통해서 그들에게 남겨준 유산은 “험한 세상을 견디어 나가야 한다”는 것 뿐이어서 우리에게 큰 교훈으로 남을 수 밖에 없는 일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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