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주한 아침이 시작되었다. 비즈니스 복장이란 무엇인가? 넥타이를 매고, 양복(Suit)을 입고, 구두를 신는 것을 말한다. 날마다 청바지에, 칼라도 없는 셔츠에 넥타이라곤 매어본 적이 없는 이 IPD 과정 중에서 비상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교육 시작 전에 '레이' 교수에게 전화 면접을 보면서, 이곳에서의 복장을 사전에 확인 한 적이 있다. '레이' 교수 자신이 '자유복장'을 강조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과정을 위해서 '오마하 상공회의소'에 공문을 보내서 참석 허락을 받고 그 일정이 바로 오늘 아침에 있게 된 것이다.
일단 복장부터 문제이다. 양복이 없으면, 다른 학생들에게 빌리거나, 빌려주는 곳을 찾거나, 아예 사야한다. 내 문제가 해결되어서 끝날 일이 아니었다. 집요하게 '셉'이 나를 물고 늘어진다. 이 친구는 양복을 입어본적이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넥타이를 매어본 적도 없다는 것이다.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내노라하는 대학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였다는 그가 양복을 입어본 적이 없다며 넥타이 고르는 일부터 나와 함께 하자는 것이었다. '오스틴'도 마찬가지였다. 쇼핑몰에 가서 발표용 복장을 사는데 가서 '한 번 봐달라.'라는 것이다. 인정상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고 해서 그들과 동행해서 도와 주었다. 오늘 아침, '셉'은 여러 번 넥타이 매는 것을 시도했지만, 결국 내 손에 의해서 넥타이를 매고 말았다.
[작은 도시에 소상공인들의 모임이지만 어디에서곤 제대로 체계를 갖추고 진행이 되었다. ]
또 하나의 과제는 '비즈니스 대화'를 위한 소재 발굴이다. 처음 비즈니스인 - 비즈니스맨을 사용하게 되면 여성단체 또는 비즈니스 우먼들로부터 이겨내지 못할 비난을 받게 된다고 충고 받았다. 한국의 자동차 '체어맨(Chair Man)'은 잘못된 상표란다.
'체어 피플(Chair People)'이 남성도 아니고 여성도 아닌 중성적인 표현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비즈니스 맨(Business man)이라고 쓰지 않고, '비즈니스 우먼(Business Woman)이라는 말도 사용하지 않는다. - 을 만나면, 무슨 얘기로 풀어갈 것인가?
Biz Breakfast - Small Business Association in midlands at DC Centre
[시작전 오늘의 강의 주제를 설명하는 시간에 앞에 보이는 이들을 찍었다. 사뭇 진지하다.]
[가운데 여성 사장님, 오마하가 추워서 좋다며 농담을 했더니 박장대소로 반겼다. 유머는 세계공통언어]
오늘 주제빌표는 '마이크 비터 (Mike Bitter)'의 '소셜 네크워킹(Social Networking)'이라는 주제 발표였다. 소상공인들의 비용효율적으로 마케팅하는 방법으로 매우 유용한 것이라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나는 용기있게 맨 가운데 앞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전체 주제발표를 녹화했다.
# 비몽사몽에 동영상을 편집하다보니 동영상내에서 제목에 Breakfast가 Breakfirst로 잘못 들어가 있네요. 다시 편집하자니 시간이 너무 많이 소요되어, 이렇게 간단한 글로 대신 사과드립니다.
[동영상 46분. 마이클 비터의 강의, 소셜 네트워킹이 현대사회에서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설명하고 있다.]
주제 발표가 끝나고 서로 인사를 주고 받는 시간이 되었다. 나의 테이블부터 소개가 시작되었다. 언제나처럼 내가 제일 먼저 오른손을 들고 소개하겠다는 의사를 표시했다. 사회자는 나를 향해 오른손을 펴들었다.
"저는 한국에서 온 '김형래'라고 합니다. 내가 오마하를 좋아하는 이유 세 가지를 꼽겠습니다. 폭설과 한파 그리고 바람입니다. 그것이 제 두 번째 고향으로 오마하를 꼽는 이유입니다." 좌중이 웃음 바다로 넘실 거렸고, 마주보고 있던 '비즈니스 우먼'은 "당신 미쳤군!" 하면서도 깔깔거리는 모습이 호의적인 상황임을 느낄 수 있었다. 짧은 인사에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끄는 것에 성공한 셈이다.
[발표자, 마이크 비터. 그는 베트남에 여자친구를 두고 왔다며, '차우'를 만나자 형제처럼 반겼다.]
전체 인사가 끝나고 개별 인사가 시작되었을 때, 나는 훈련소에 갓나온 신병처럼 배운데로 정신없이 이 테이블, 저 테이블을 돌면서 나를 소개하고, 상대방의 사업에 관심 가져주고, 지금까지 하고 있는 일을 물어보고, 앞으로 할 일에 대해서 듣고, 애로 사항 공감하고 하다보니 한 시간이 후다닥 지나버렸다. 일단 얻을 것 얻은 후 사람들이 조찬회장을 떠나기 시작할 때, 내 손에 쥐어진 명함은 모두 14장. 25~30명이 참석한 것으로 보면 거의 50%를 넘긴 것 같았다.
[자기 소개 시간, 자신을 알리는데 가장 좋은 시간이다. 내가 앉은 테이블이 가장 먼저 시작되었다. ]
[회의장의 거의 전부를 담아 보았다. 모두를 전혀 딴짓하지 않으며 경청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작할 때 먹었던 버터바른 베이글 두 쪽과 과일 몇 조각이 전부인 아주 소박한 아침에 문득 배가 고파가고 목이 말라 주스를 마시며 주변을 돌아보니 과관이다. 나를 제외한 동기 다섯명은 '레이' 교수의 희망을 뒤로 하고 모두들 한 쪽 벽에 몰려 '벽걸이 장식품(Wall-flower)'가 되어 있었다. 벽에 걸린 꽃처럼 아무 말없이. 옆에 서있는 '레이'교수의 머리에는 김이 무럭무럭 올라오는 듯 보였고, 얼굴은 골이 잔뜩난 표정이 역력히 나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나 혼자 종횡무진 했던 셈이다. 다른 일을 하는 사람을 만나서 그들이 하는 일도 알게되고 그들에게 도전이 되는 일도, 그리고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얘기하는 것도 좋았다. 특히나 내가 잘 알고 있는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g)'을 강의한지라, 오히려 설명을 할 수 있는 기회도 되어서 쉽게 가까와질 수 있었던 셈이다.
[마무리 하는 시간에 다시 사진을 찍었다. 7개의 테이블이 눈에 들어온다. 동기 모두는 내 뒤에 서있다.]
학교로 돌아오는 차안에서 '레이' 교수는 나의 오른손을 번쩍 들어주었다. "김씨가 오늘의 챔피언입니다.
'벽에 걸린 꽃'들은 오늘 학교로 돌아가면, 비즈니스 스몰 톡에 대해서 추가 강의를 들을 예정이고 별도의 보고서를 준비해야 할 것입니다. 오늘 조찬회는 여러 사람의 도움으로 어렵게 만들어진 자리였는데, '김씨' 한 사람만이 목적에 부합된 것 같아서 몹시 안타깝습니다."
오늘 실습에서 '챔피언'이 되었지만, 이 IPD 과정에서 중요한 최종 논문 제출과 발표는 시작에 불과하다.
특별한 목적을 가진 이들 사이에 실습하기 위한 사람들을 반길리 없겠지만, 적극적인 도전만이 이기는 길이 아닐까? 나는 어젯밤에도, 오늘 아침 샤워를 하면서도 오늘 '조찬회'를 위해서 수없이 많이 준비했던 것을 반복해서 확인하고 또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어떤 미팅이든 준비하면 문제될 일이 무엇이겠는가?" 원칙같은 현실을 다시 한 번 확인하였다.
맥빠진 '레이' 교수는 실망감 크게 돌아와서는 말이 없었고, 다른 오후 수업은 변함없이 진행되었다.
[에싱거 교수가 고등학교 다니는 아들이 우리 대학에서 공연을 한다고 참석해달라는 메시지를 남겼다.]
[신문을 보다가 재미난 기사를 보았다. 20만원짜리 집이란다. 집문제 쉽다!]
[오후에 '다치로'가 졸업발표 사전 검토에 들어갔다. 전기 자동차 개발에 관한 내용이 주제이다.]
[전세계에 9억7천만대의 자동차가 다닌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다른 분야을 이해하기 좋은 시간]
['메리팻' 교수의 지적이 날카롭다. 특히 언어적 실수에 대해서는 한치의 양보도 없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이제 일주일 남짓 남은 기간이지만, '다치로'의 반란으로 내 마음도 조금은 흔들렸다. 한 번 더 이 과정을 듣고 싶다는 것이다. 주임교수를 찾아가서 상담을 해야겠다는 각오를 우리에게 밝힌 것이다. '다치로'는 오늘의 '조찬회'에서 너무나 부족한 자신을 보고 이대로 귀국해서는 도저히 부끄러워 얼굴을 들지 못하는 상황이 될 것 같다는 자기 반성의 얘기를 덧붙여가면서 주변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다치로'는 1년 전에 미국 동부에서 영어공부를 열심히하고 귀국전 마무리를 위해서 이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는데, '차우'가 바로 전과정에 이어서 이번까지 두 번의 과정을 공부하는 것이고, '다치로'가 다음 과정까지 같이 공부를 하겠다니 뭔가 쫓기는 기분까지 들었다.
귀국해서 딱히 할 일이 없기 때문이냐는 질문에 '무지하게 바쁘고 회사일도 함께 하는 힘든 상황이지만, 기왕 비행기타고 미국 왔는데, 곰곰히 따져보니 더 공부를 해야지 써 먹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본국에 추가 교육 신청을 했다.'는 것이다. 용기가 부럽기까지 했으나, 나를 돌아보니 이미 많은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고, 더 이상 보낸다면 '아주' 있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과 가족이 그립다는 생각에 진행상황을 그저 관조하기로 했다.
배운 것을 착실하게 실무에 써 본다는 것,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은 참으로 큰 행운이었다. 월마트의 샌드위치 가게에서 제대로 주문을 하지 못해 줄을 서고 있는 수십명의 청중을 두고 망신도 당해보고, 오마하에 도착해서는 가방이 집으로 배달해주는데 찾으러 공항까지 나서서 부부싸움을 일으키게하고, 온갖 실수담이 그득하지만, 그래도 동양인 오십이면 지천명(知天命)이라고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세상사람이 된다는 시기인데, 20살 넘는 차이를 극복해가면서 매진했다는 것만으로도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칭찬에 솔깃한 인간의 본성을 가진지라, '다치로'가 나를 향해, "내가 '김'씨 만큼 이곳 사람들과 여유롭게 대화하고 의견을 나누고 글을 읽고 쓸 줄만 알아도 한 코스 더 공부한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어. 어쩌면 '김' 씨 때문이야."라고 했던 말이 생각났다.
'다치로'의 말이 100% 맞는 말은 아니지만, 적어도 나는 이곳에서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최선으로 배움의 길을 성실하게 가고 있는 것은 정확하게 맞는 말임에 틀림없다.
오늘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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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쉰 살에 미국 유학 다녀오기 차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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