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와라 기이치 저/김희진 역 | 에머지 | 2002년 12월 |
9,000원
195(페이지) , 386g
[ 책소개 ]
지금 미국은 '제국'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 2001년 동시다발 테러사건과 아프간 전쟁을 통해 미국 중심의 단극적 세계질서는 가속화되고 있다. 하지만 국제관계에서 권력이 거대국가에 집중하게 되면 국제기구는 공동화되고 국제관계에서의 공공성은 소멸되기 마련이다. 이 책의 저자가 주목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러한 단극체제적 세계질서의 위험성이다.
그런데 왜 지금 미국은 제국으로 향하고 있는 것인가. 그리고 미국의 지배 아래 아시아와 유럽, 그리고 제3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그리고 미국 중심의 제국적 질서를 뛰어넘을 수 있는 길은 과연 있는가. 이러한 문제들이 저자가 이 책에서 끈질기게 천착하는 문제의식이다.
현대세계속 미국역할 비판
현대세계에서 미국의 역할을 객관적이면서도 비판적 시각에서 분석했다. 세계의 '보스'요,'제국'으로서 미국의 모습과 역할,이로 인한 국제기구의 공동화(空洞化)와 국제관계에서 공공영역의 해체 등 문제점을 지적한다. 아울러 이같은 미국 주도의 단극체제적 세계질서의 위험성을 경고하면서 아시아와 유럽,제3세계가 이런 제국적 질서를 뛰어넘을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 한국경제신문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아메리카 제국' 뜯어보기
새로운 ‘제국’이 탄생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 했다. 이미 군사력으로 통제할 수 없는 복잡한 국제정치의 역학 관계 속에서 전 세계적으로 경제 블록화도 이뤄지고 있는데 새로운 제국의 탄생이라니, 그건 시대착오적 발상이란 생각이었다. 그러나 제국이 이미 탄생했음을 확인해 주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1년 9월11일 ‘미국’이란 초강대국의 심장부에서 상상을 초월하는 테러가 발생했고 이에 대응해 전 세계는 초강국을 따라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그 어느 나라도 거역할 수 없는 ‘제국’은 이미 지구상에 존재하고 있었다.
이 두 권의 책은 로마제국 이후 처음으로 등장한 새로운 제국을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제국’이란 무엇일까?
‘민주주의 제국’의 저자인 후지와라 기이치 교수(도쿄대 대학원·국제정치)는 ‘제국’의 조건으로 네 가지를 들었다. 강력한 군사대국, 다민족을 지배하는 국가, 해외 식민지를 지배하는 국가, 세계경제의 지배적 세력. 경쟁을 불허하는 강력한 군사력으로 전 세계 곳곳에서 수많은 국가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며 세계경제의 질서를 뒤바꾸고 있는 미국은 이 네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다.
세계 각국 진보적 지식인들의 글을 모은 『아메리카』에서 영국 ‘가디언’지 논설위원인 조너선 프리드랜드는 미국을 직접 로마제국에 비교했다. 두 나라는 똑같이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예산을 가지고 최신 무기로 무장한 데다가 가장 잘 훈련받은 압도적 군사력을 가졌다. 놀랄 만한 속도로 군대와 보급품을 세계 곳곳에 옮길 수 있도록 했던 ‘로마 가도’ 대신 지금 미국은 인터넷을 기반으로 하는 정보 고속도로를 가지고 있다. 엄청난 테러를 겪은 것도 두 나라가 비슷하다. 기원전 80년 그리스왕 미트리다테스는 그리스에 사는 로마인을 모두 살해하라고 명령했다. 그때 학살된 로마인이 약 8만명. 당시 로마인들이 받은 충격은 9·11테러 후 미국인들의 충격과 똑같다. “도대체 왜 우리가 이처럼 미움을 받아야 하나?”
후지와라 교수는 ‘제국’으로 인해 황폐해진 유엔을 재건해 제국의 독선에 의해 붕괴된 ‘국제관계의 공공 영역’을 회복해야 한다고 제안하지만 아직 ‘제국’의 폐해를 실질적으로 극복할 대안은 잘 보이지 않는다. 현재로서는 새로운 ‘제국’의 등장에 당혹스러워하며 비판의 날을 세우는 세계 지식인들의 모습을 볼 수 있을 뿐이다.
--- 동아일보 책의향기 김형찬 기자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미국은 부활한 로마 제국인가
"자기 나라 목표에 맞게 국제 법제도를 만들고(세계무역기구), 자기 나라 목표에 맞지 않는 것(국제형사재판소, 교토환경협정 등)은 무엇이든 거부하는 나라." "로마 제국이 부활한 나라." 모두 미국을 가리키는 말로 냉전 체제 붕괴 이후 무소불위의 힘을 발휘하는 미국에 대한 경계가 담겨 있다. 미국은 한국의 대선에도 주요 변수로 작용했다. 의정부 여중생 압사 사건, 뒤이은 광화문 촛불 시위, 북핵 문제 등.
'미국, 그 마지막 제국'이란 부제를 단 책『아메리카』는 서두에 "미국이라는 나라가 우리 곁을 떠난 적이 없다. 미국은 우리에게 알파요 오메가"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기에 친미.반미를 넘어서 미국을 바라보는 국제 시각, 미국이라는 제국의 작동방식을 알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이런 문제 의식으로 출발한 '아메리카'는 세계 각국의 오피니언 리더들이 미국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를 알기 위해 그들의 칼럼 70여편을 묶은 책이다. 노엄 촘스키(MIT대 교수).이그나시오 라모네(르몽드 디플로마티크 사장).요셉 요페(독일 디자이트 논설위원) 등이 쓴 미국 관련 글과 이상현(세종연구소 국제관계 연구위원) 등 국내 필진의 글이 함께 실렸다.
그들의 공통점은 미국이 한 나라의 주권을 수호하는데 주력해왔던 국민국가의 모습에서 국제 질서를 관장하는 제국으로 변모한 과정을 진단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미국은 우파뿐 아니라 중도파들도 "미국이 과거 다른 제국보다 강대한 힘을 행사하고 있다"는데 동의한다. 신문에는 '제국'이란 단어가 거의 매일 등장하고, 새로운 제국주의 이데올로기가 미국민 전체에 싹트고 있다. 그런데 이런 미 제국을 떠받치는 네개의 기둥은 달러.인터넷.미사일.할리우드라고 한다. 유로화도 넘보지 못하는 세계적인 통화 달러, 컴퓨터.인터넷 등 신기술, 초현대식 군사력과 할리우드로 대표되는 문화의 힘마저 갖추고 있는 것이다.
반세계화 운동의 선봉에 선 이그나시오 라모네는 이렇게 표현한다. "미국은 정보와 기술의 힘을 휘두르면서 상냥한 억압 또는 즐거운 독재체제를 구축한다. 미국은 우리의 뇌를 침공하기 위해 트로이의 목마를 파견하고 있다. 미국이 만든 대중매체 영웅들이 바로 트로이 목마"라고. 짧은 글들이 여러편 모였기에 책에서 한 학자의 깊이있는 분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그러나 독일.영국.프랑스.중국 등지의 지식인 50여명의 칼럼 속에 농축된 미 제국주의에 대한 비판은 날카롭다. 미국의 힘이 팽창하는 것을 경계하지만, 미국 또한 "어떻게 하면 제국의 시대를 더 연장할 수 있을까"란 문제에 봉착해 있다는 것이다.
도쿄대 대학원 법학정치학과 교수가 쓴『민주주의 제국』은 '아메리카'에 실린 한꼭지로 오해될 정도로 같은 주제를 담고 있다. 그는 "누구를 보스로 인정할 것이냐 하는 문제는 설정 자체가 잘못"이라며 "제국에 대신해 필요한 것은 국제협력의 틀이지 새로운 제국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책은 국제기구의 공동화(空洞化), 공공영역의 해체를 우려하며, 미국이 국제협력을 계속 도외시하면 고립주의로 갈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제국으로 치닫고 있는 미국을 국제주의 안으로 되돌리기 위해 국제사회가 협력하고 노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담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유일한 대안이겠지만 '아메리카 수퍼 파워'의 엄청난 힘에 눌려 공허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 중앙일보 행복한 책읽기 홍수현 기자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오늘의 미국 '21C 세계제국'인가
옛 공산권과 이슬람권, 제3세계에선 미국을 제국주의 국가로 불러왔다. 하지만 요즘은 미국의 우파들도 자기 나라를 서슴없이 ‘제국’이라고 부른다. 90년대 초 소련 연방 해체 이후, 특히 9·11 테러 후 강력한 지배권을 행사해나가는 미국의 모습에서 옛 로마 제국의 재건을 떠올리기도 한다. 『미국, 그 마지막 제국―아메리카』와 『민주주의 제국』이 둘 다 미국을 ‘제국’으로 부르는 것은 이런 흐름을 반영한다.
『아메리카』는 독일 미국 영국 인도 중국 프랑스 한국 등의 필자 50여명이 주간지 ‘위클리 솔’(Weekly SOL)에 미국에 대해 기고한 글을 모은 책이다. 글 한편 한편은 짧지만, 속에 담긴 생각은 얕지않다. 이들은 섣부른 ‘반미’(反美)를 외치기보다, ‘제국’으로 부상한 미국을 제대로 이해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제국’을 세계의 다른 보통 나라와 동일한 ‘국민 국가’의 하나로 생각한 것에 오류가 있지 않느냐는 근본적 질문까지 던진다.
조나단 프리드랜드 영국 ‘가디언’지 논설위원은 오늘날의 미국에서 옛 로마 제국을 떠올린다. 압도적인 군사력과 과학기술, 지구 곳곳에 갖고 있는 기지(미 국방부에 따르면 유엔 회원국 190개국 중 132개국에 미군 주둔)가 그렇다. 로마가 토가(로마식 의상)와 검투로 시민들을 열광시켰듯, 미국은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코카콜라와 할리우드 영화로 세계를 정복하고 있다. 필립스 골럽 파리 8대학 교수는 한술 더 뜬다. 역사학자 폴 케네디의 말을 빌려, 로마는 페르시아와 중국 제국과 공존했으나, 지금의 미국 제국은 그런 대상이 전혀 없다고 지적한다.
프랑스의 ‘르몽드 디플로마틱’ 사장인 이그나시오 라모네는 아예 유럽 연합을 ‘제국(帝國) 미국의 후국(侯國)’이라고 몰아부친다. “제국은 연맹국을 갖지 않는다. 다만 후국만을 거느릴 따름이다.” 그는 이라크 침공에 대한 미국의 압력에 직면해서야 유럽 국가들이 그런 사실을 깨닫게됐다고 힐난한다. 그는 프랑스와 영국이 가진 유엔안보리의 거부권과 나토(NATO) 동원을 봉쇄함으로써 “유럽은 신하가 아니라 파트너로 행동해야한다”고 제안한다. 후지와라 기이치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쓴 ‘민주주의 제국’은 9·11 테러 이후의 세계를 바탕으로 한다. 후지와라 교수는 현재의 국제정치를 미국 정부가 단독으로 결정하고 동맹국과 다른 나라를 포함한 세계가 그 결정에 따르는 구도로 요약한다. ‘제국’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과정을 분석한 그는 미국의 단독행동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국제기구까지 ‘방해자’로 취급하고 배제한다는 것. 하지만 미국이 제국을 지향하는 것은 국제협조로 지탱돼온 제도적 틀을 부수는 변화라고 비판한다. 결과는 국제적 고립뿐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그는 “제국으로 향하고 있는 미국을 국제주의와 국제협력 안으로 되돌리기위한 노력이 요구된다”고 결론짓는다.
미국 문제야 그네들에게 맡기고, 우리만 잘 하면 되지않느냐는 반문이 나올지로 모르겠다. 하지만 이정옥 ‘위클리 솔’ 편집위원장의 경고는 흘려듣기에는 간단찮다. “20세기 초에 그러했던 것처럼 21세기에도 세계 중심부의 흐름에 무심하다면 그 대가는 말로 할 수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세계 제국’ 미국을 생각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 조선일보 책마을 김기철 기자 (2002년 12월 21일 토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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