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금술좋은 부부가 2천만원을 주식에 투자하겠다고 증권회사를 방문했었습니다. 어찌나 다정하던지 계좌도 연번으로 남편분이 앞번호, 아내분이 뒷번호로 만들고, 같은 크기의 도장에 글씨체까지 같은 상아 도장을 나란히 내놓고 계좌개설을 기다리는 두 분의 눈가는 흐믓한 미소가 번졌습니다. 아주 인상 깊게 다정한 분들이었습니다.
"우리는 꼭같은 종목을 같은 시간에 같은 수량으로 같은 가격에 주문해 주세요"
주식시장이라는 것이 요상하고 요망한 것이 되어서, 두 잉꼬부부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았습니다. 처음에 사자 주문에서는 같은 종목에 같은 수량이 이루어졌습니다. 주문번호는 남편분 먼저 뒤를 이어서 아내분으로 차례로 주문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런데 처음 주문부터 결과가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10,000원에 사자로 주문되었는데, 남편분은 10,000원에 주문한 가격 그대로 체결되었는데, 아내분의 체결가는 9,900원으로 남편분보다 100원 싼 가격에 사자 주문이 체결되었습니다.
처음 거래부터 두 분의 계좌에 남은 현금잔고가 차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주식을 사고 난 얼마 뒤에 다정하게 두 분이 증권사 객장을 방문했습니다. 지난번에 산 주식이 올라서 팔겠다고 오신 것입니다. 가격이 아마도 팔아도 될 만큼 충분하게 올랐다는 판단이셨겠지요. 그래서 12,000원 쯤에 팔자 주문을 내셨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순서를 바꾸어서 아내분의 주문이 먼저, 남편분의 주문은 나중에 넣어 보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먼저 들어간 주문이 유리하게 체결되어서 12,100원에 팔리고, 나중에 들어간 주문은 주문 가격 그대로 12,000원에 팔렸습니다.
한 번 사고 팔고가 이루어졌을 뿐인데도 주식 투자 결과에서는 부부관계와 달랐습니다.
이후 여러 차례 사자 팔자가 있었고, 특이하게도 두 분의 투자 결과는 계속 엇갈리기 시작해서 투자를 시작한 지 6개월이 지나서는 아내분은 투자결과가 이익으로 남편분의 투자결과가 손실로 갈리었습니다. 거짓말 같은 실화였습니다.
더구나 서로 모르는 남들이, 같은 종목을 같은 날 사고 같은 날 팔았다고 투자 결과가 같을까요?
같은 날 매수 추천 종목을 신문이나 투자정보지를 통해서 접하더라도 투자결정을 하시는 시기에 따라 투자결과가 다를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주식은 항상 움직이는 시세라는 독특한 매커니즘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간혹 재수 운운하면서 두 부부의 투자결과를 평가하는 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만,
저는 주식 투자라고 하는 것은 끊임없이 움직이는 강가에서 물고기를 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같은 강에 사는 물고기가 큰 것도 있고 작은 것도 있고, 물의 깊이도 곳곳에 따라 다르니, 같은 낚시에 같은 찌를 사용했다고 똑같은 물고기가 잡힐 것이라는 것은 어불 성설인 것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소위 투자 고수들이 똑같은 종목을 같은 가격에 사고 팔면서 고수익을 얻게해 준다는 광고를 보았습니다.
이런 방식은 시니어분들에게 솔깃할 수 있으나 경계하셔야 할 투자방법입니다.
직접투자 실패에 아픔이 있는 분들을 위해, 더 없이 좋은 서비스로 보일 수 있지만, 아무리 고수라도 실수할 수 있고, 연수비용은 고가이고, 투자결과는 어차피 본인이 책임지고, 주식시장은 끊임없이 움직이고 변화하는 것이니만치, 고수의 투자를 복사하듯 투자하면 성공할 것이라는 생각은 버리시는 것이 옳습니다.
또 다른 투자 경고 메시지를 올려야 할 상황입니다.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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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17/2010091701315.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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