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딜 가나 VIP가 되면 여러 가지 편리하고 혜택 받고 자랑스럽기까지 합니다. 그래서 누구나 VIP가 되고 싶어합니다. VIP가 되는 방법이 여럿 있지만, 그래도 후천적으로 가능한 방법 중에서 돈을 많이 벌어서 VIP가 되는 방법을 가장 먼저 손꼽을 수 있습니다.
그러면 돈을 얼마 정도 예치해야 VIP대접을 받을까요?
요즈음 PB센터라고하는 금융기관의 VIP 전용지점을 보게 되면 적게는 1억부터 수 십억, 또는 그 이상의 재산가들이 VIP 대접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적은 돈을 예금하러 갔다가는 그야말로 문전박대 당하기 십상이고, 고객 차별한다고 아무리 고함을 질러도 안들은 척 해도 되는 곳이 생겨났습니다.
고객이 왕이라지만, 아무 고객이나 왕대접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이지요.
이렇게 고객 차등화를 철저히 하고 있다 보니 적은 돈을 입금한다고 금융기관에 들러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는 것 조차 부끄러워하는 경우나, 홀대 받는 것 같아 아예 자동화기기로 발걸음을 옮기는 경우도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100만원만 예금해도 그 금융기관에서 VIP 대접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추천할 만한 바람직한 방법은 아니지만, 100만원만 예금해도 최고급 VIP 대접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아니 자연스럽게 VIP 대접을 받게 되는 방법이라고 할까요? 몇 가지 조건이 있습니다만, 100만원의 예금이라는 것은 변함없습니다.
얘기가 빙빙 돌아왔지만, 제 선배 J형이 100만원으로 VIP가 된 실제 얘기입니다.
어느 날 J형이 와인 두 병이 담긴 나무상자를 두 손에 받쳐들고 회사 로비에서 저를 찾았습니다. "내가 와인이 생겨 함께 마시고 싶으니, 마실 장소를 알아내서 함께 가자."라는 것입니다. 알아보기 힘든 프랑스 와인의 이름이었지만, 엉성하게 따라 읽기만 했어도 엄청 비싼 와인을 들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두 손으로 받쳐들만한 와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로또에 당첨이라도 된 것일까? J형은 명퇴한 지 오래되어 형수에게 구박덩이가 되었다고 후배들이 피해 다니던 골치덩어리 중에 한 분이셨습니다. J형은 가끔 후배들에게 인생강의를 하실 때면, 소주를 사이다처럼 목에 털어 넣고, 불판에 올려진 삼겹살에 연기만 스치면 게 눈 감추듯 입 속에 통과시키는 재주를 개발하신 분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일용직에서 번 돈 100만원을 증권회사에 예치시켜 놓고 주식매매를 열심히 했다는 것입니다.
그 100만원의 예치금을 수 없이 많은 매매를 통해서 VIP 고객으로 선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막연한 거짓말도 아니고, 계산해 보니 당연 수긍이 가는 결과였습니다. 100만원을 살 때 증권회사에 내는 수수료가 약 5천원 정도가 들고, 팔 때 수수료가 약 5천원 정도 들어가니, 하루에 10번 사고 팔면 십 만원 수수료는 족히 나오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J형의 눈썰미는 아주 잽싼 편이어서 한 시간에 10번은 족히 사고 팔았다는 것입니다. 하루에 대략 6시간 거래하지만, 점심시간을 빼고 나면 하루에 50번을 사고 팔았다는 계산인데, 그저 조금 남았다 하면 팔고, 조금 손해 봤다 하면 팔고 해서 매매만 열심히 한 셈인가 봅니다.
거기에 소위 증권회사에 돈을 빌려서 매매하는 '미수거래"를 하다 보니 자기 원금의 2배, 3배 심지어는 5배까지 더 매매를 하였다고 합니다. 얼추 계산해도 이렇게 아주 성공적으로 매매를 하면 한 달에 수수료만 수 백 만원을 떨궈 주었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큰 돈 아닌 100만원이 증권회사에 남겨준 매매 수수료는 수 백 만원!
역산해 봅니다. 은행에 한 달 동안 100만원 수익을 남겨 주려면 얼마나 예금을 해야 했을까요? 아마 한 달에 100만원의 이자를 받기 위해서는, 예금 금리를 3%로 계산하면 4억 원이 필요합니다. 물론 이것도 세금을 제하면 5억원 이상이 있어야 하는 것이지요. 그러니 어마어마한 VIP고객이 약속된 셈이죠.
증권회사 직원이 너무 감사해서 아주 비싼 와인을 사 들고 와서는 "고객님이 제겐 최고의 VIP이십니다."라고 감사해 하더라는 것입니다. 꼭 VIP가 되고 싶어서 그렇게 잦은 매매를 했던 것은 아닌데, 결과적으로 매매를 많이 하면서 수수료를 발생시키다 보니 VIP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J형이 VIP고객으로 대접받은 것보다, 그렇게 무시무시한 거래를 통한 투자 결과가 궁금했습니다. "그렇게 매매하고 얼마나 남았어요?"라고 했더니……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사실 오늘 계좌에 남은 돈이 몇 만원 안되더라고, 더 이상 매매할 수 없게 되었어. 이젠 투자할 돈도 없네. 마지막으로 옵션이나 해볼까?" J형과 마셨던 고급 와인은 J형과 주식투자의 이별주인 셈이었습니다.
드라마에만 '막장 드라마'가 있는 것이 아니라, 증권회사 객장에서도 '막장 드라마'가 연출되고 있습니다. 과도한 매매를 증권회사가 멈추게 할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투자자들 스스로가 신중한 투자를 했을 때만이 바람직한 결과도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금융기관의 VIP가 아무리 좋은 대접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무리한 거래를 통해서 도달하려는 것은 지양해야 할 것입니다.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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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8/30/201008300122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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