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기관들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것들 중에서 빼놓지 않는 것이 고객 만족을 위한 서비스 개발이다. 서비스가 회사의 수익과 직결된다. 그래서 대부분의 금융기관이 고객만족부서라는 것을 두고 서비스 향상을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시행 중인 것이 거의 일반화 되어 있다.
일선에 근무하는 많은 금융기관의 직원들은 아침에 출근 직후 ‘서비스 체조’를 하면서 고객 예절과 구호 제창으로 흐트러진 몸과 마음을 다잡고, 배꼽 인사와 서서 맞이하기, 큰소리로 인사하기를 반복 훈련한다. 심지어는 고객을 가장한 조사 요원을 근무 시간 중에 투입시켜 업무를 잘 아는지부터 시작해서 친절한지를 조사하는 무시무시한 평가가 진행되기도 한다. 그만큼 금융기관에서의 대고객 서비스는 중요하고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다.
그런데 정작 중요 고객인 시니어만을 위한 서비스는 거의 없는 편이다.
실제로 보통의 시니어들은 금융기관에서 무슨 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까? 금융기관에 들어서면 큰 소리로 외치는 "안녕하십니까? 어서오십시요.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고 인사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정작 그 직원에게 바로 다가설 수 없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 여기서 머슥해 진다. 다음 단계로 필경대로 가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할 전표에 무엇인가 써야 한다. '돋보기'가 있다. 참 친절하다고 생각한다. 마침 돋보기를 두고 왔으니, 생각해보면 고작 그 정도가 서비스의 전부인가 싶다. 일을 마치고 금융기관을 나설 때 귀가 따갑도록 큰 소리의 인사를 듣는다. "안녕히 가십시요. 또 오세요. 고객님"
"돋보기"와 "인사"외의 시니어를 위한 서비스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찾아보기 힘들거나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니어 고객들은 사은품이나 더 달라고 생떼를 쓰는 소모적 고객이 결코 아닌데도 무대접에 대한 태도는 별반 변화가 없어 보인다. 과연 구호성 서비스가 주요 고객을 향한 것일까?
시니어들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고객층임을 금융기관은 인식해야 한다.
일본의 경우 60세 이상이 75%, 미국의 경우 50세 이상이 77%의 금융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50세 이상이 보유한 금융 자산은 45.6%로,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서는 작은 편이다.
현재 일본의 65세 이상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초과하여 2천6백만만 명이나 된다. 우리나라 전체인구의 50%가 넘는 숫자이다. 2007년 말 기준으로 우리나라 65세 이상의 인구가 481만 명에 달한다. 작은 숫자가 아니다. 시간이 지날 수록 시니어 인구 비중이 늘어날테고, 선진국과 같이 시니어가 보유한 금융자산의 비중은 높아질 것으로 예측된다.
금리 예측보다 한결 쉬운 시니어층의 확대가 예상되는데, 과연 금융기관은 무슨 준비를 하고 있는 것일까? 그저 30~40년 전부터 일관성있게 추진해왔던 친절 교육 수준의 서비스 만으로는 경쟁에서 이기고, 고객이 만족할 것인가?
민원이 자꾸 발생되니까 펀드 설명서를 줄여서 ‘핵심 설명서’로 제시하는 정도나, 주식투자해서 손실나서 항의하는 고객이 많이 발생되니까 면피용으로 왜 투자를 시작하게 되었는지 목적을 밝히고 투자하라는 ‘투자 목적 기재서’ 같은 금융기관 자기보호막이 대고객 서비스 개선이라고 말하면 웃음거리밖에 안된다. 시니어들을 보호하고 그야말로 선량한 조언자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을 하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하는 자문하고 개선해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내용 불문하고 읽어 보기조차 쉽지 않도록 깨알 만큼 작은 글씨로 빼곡히 적어 놓은 약관과 주의사항은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금융기관에 근무하는 학식높은 분들만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어려운 설명서를 시니어들을 위해서 어떻게 바꿀 것인지? 서둘러 사인하게 만들고 나중에 가서는 당신이 사인한 것이니 당신 책임이요 하는 과거의 악습을 이제는 더이상 되풀이 하지 말아야 한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시니어 고객을 위한 진정성 있는 서비스가 개발되어야 한다.
난 정한 적도 없는데 자기들 맘대로 정한 얼굴도 모르는 전담이라는 직원이 버선발로 쫓아나와 조그만 골방으로 몰고가서는 "커피를 드릴까요? 홍차를 드릴까요?"하면서 음료수 시중을 드는 것으로 시니어들에게 제대로 서비스를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지금까지 금융기관의 서비스가 가식에 가득찼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닌가?
금융기관에 가는 것이 커피마시러 가는 것도 아니고, 사은품 챙기러 방문하는 것도 아니고, 인사받으러 가는 것도 아니다. 금융기관에는 금융서비스를 받으러 간다. 딸랑 하나 기억나는 금융 서비스는 '묻지마 펀드' 추천. 펀드 평가액은 끝없이 떨어지는데 '묻지말라고 종용하다가 그저 높은 분이 기자회견에서 "미안하다."고 대표로 했던 인사 한 번이후에 더 이상 말이 없는 서비스'. 금융기관의 서비스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진정 귀한 고객이라고 생각한다면 금융 서비스의 본질이 개발되어야 한다.
지금까지 어린이 통장은 많이 있어 왔지만, 왜 시니어 통장은 고작 하나 둘 나왔다가는 사라졌었다. 왜 시니어 통장이 인기없이 구색용으로 전락했는지 반성해 보아야 한다. 시니어들이 어떤 금융 서비스를 원하는지, 그리고 금융기관에서는 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를 처음부터 체계적으로 짚어 가면서 준비하고 제시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시니어들이 점점 더 중요한 금융고객으로 자리를 잡아가기 때문이다.
시니어를 이해하지 못하면서 시니어 고객이 찾아올 것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시니어를 잘 알기 위한 시도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세대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금융기관이 될 것이다. 시니어를 잘 몰라서 고민이 된다면, 시니어를 잘 아는 곳에 도움을 청해야 할 일이다. 그것이 시작이다.
김형래 (주)시니어파트너즈 상무. COO (hr.kim@your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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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0/09/27/201009270070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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