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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다크패턴의 비밀》 심태은 옮김 해리브리그널 지음

by Retireconomist 2024. 5. 15.

 

 

누구나 날마다 스마트폰을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세상에서 스크린 설계자들은 강력한 힘을 갖게 됐다. 사용자 경험 디자이너가 직접 고발하는 이 책은 기만적 설계에 관한 다양한 사례와 연구를 소개한, 이 분야의 지침서다. 이용자의 선택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영향을 끼칠 ‘넛지’를 궁리하는 기획자와 디자이너는 자신들의 직무가 갖는 힘과 윤리성에 대한 고민을 만날 책이다. 스마트폰과 앱을 하루 몇 시간씩 들여다보는 이용자들에게는 속임수에 빠지지 않고 스스로를 방어할 지혜와 비결을 알려주는 가이드다.

 

항공권과 약관을 잠시 생각해보자. 여기에는 출국 라운지에 들어가기 전에 향수, 미용 제품, 주류 등을 보며 쇼핑 구역에서 시간을 보내야 한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다. 그리고 출발 시간보다 최소 2시간 전에 도착하는 것이 좋다는 공항의 안내는 또 어떤가. 시간적인 효율성이 정말로 최우선 순위였다면 보안 검색대와 출국 라운지 사이에 강제 경로 매장을 필수 단계로 넣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기업이 디자인을 활용하여 소비자를 강제하고 조종하는 방법을 보여주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또한, 논란의 여지는 다소 있겠지만, 약간 기만적이다. 공항이라는 기업이 강제 경로 매장의 수익 창출 목적을 제대로 알고 있으면서도 여행객에게 2시간 일찍 공항에 도착하라고 할 때 이를 밝히지 않고, 매장을 건너뛸 지름길도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20쪽

조금 더 뻔뻔하게 인간의 지각력을 이용하는 방법은 사용자의 지각 영역에서 무언가를 아예 없애버리는 것이다. 사람들이 어떤 내용을 이해하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 그냥 페이지에서 보여주지 않고, 다른 것을 암시하는 링크나 버튼 뒤에 숨겨놓는다. 이는 쿠키 동의 대화창에서 흔하게 사용된다. 처음에 사용자가 보는 화면에서는 모든 형태의 추적을 거부할 수 있는 버튼이 있을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 2020년에 나우웬스 등은 이런 방식의 영향을 측정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했다. 40명의 참여자가 온라인 현장 실험에 참여했다. ‘모두 거부’ 버튼을 동의 팝업의 첫 페이지에서 삭제하자, 동의율이 23%p 증가했다 -58쪽

트럼프의 선거운동에서는 다양한 기만적 패턴이 적용되었는데, 그중에 속임수 표현도 있다. 2021년 3월에 나는 〈뉴욕타임스〉의 셰인 골드마허 기자의 연락을 받았다. 그는 트럼프 선거자금 후원 포털에서 심각한 기만적 패턴 사례를 발견했고, 이를 대중에 공개하기 전에 나와 논의하고 싶어 했다. 골드마허의 기사에 더 자세하게 설명되어 있으니, 여기에서는 요약만 하겠다. 대개 사용자는 이메일 캠페인을 통해 선거자금 후원 포털로 유입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트럼프 선거운동 본부에서는 기만적 패턴의 강도를 높였다. -161쪽

2023년 3월에 FTC는 어려운 취소 기만적 패턴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리나 M. 칸 FTC 위원장은 “제시된 규정에 따르면 기업은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만큼 해지하는 것도 쉽게 만들어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바이든 대통령도 “FTC가 기업에 시정을 요구한 것을 지지합니다. 서비스 가입보다 해지가 더 어려워서는 안 됩니다”라는 내용의 트윗을 게시했다. 놀랍게도 이런 일을 겪고서도 아마존 프라임 구독 해지는 여전히 어렵다. 아마존이 그렇게 많은 돈을 소송 비용에 투입하고 이만한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는 점은 이 행위로 얼마나 많은 이득을 얻고 있는지를 시사한다. -194쪽

이 글을 쓰는 현재, 이런 도구는 상당히 기초적인 수준이지만 AI의 빠른 가속화를 보면 곧 널리 퍼질 것으로 보인다. AI 도구는 학습 데이터에 의존한다. 미드저니는 웹상의 수백만 개의 이미지로 AI를 훈련하고, 챗GPT는 수백만 편의 기사로 학습한다. 오늘날 웹사이트와 앱에는 기만적 패턴이 포함된 것이 많으므로, 새로운 UI 생성 AI 도구가 이를 바탕으로 학습한다면, 똑같은 종류의 기만적 패턴을 다양하게 재생산할 것이다. 이를 막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말이다. -29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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