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이 내가 쓴 마지막 책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다가오는 향후 수십 년 동안 다양한 기업과 국가가 전략적 사고와 통찰력을 쌓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학생들과 기업, 정부 리더들을 지도하는 일을 지속한 뒤 돌이켜볼 때, 이 책이 가장 중요한 저서가 될 수도 있다고 판단한다. 이 책은 가장 중요한 시점에 정치를 위한 해결책과 실행방안, 그리고 성과 창출을 위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당파적 교착 상태에빠져 있는 미국 정치를 혁신하고 민주주의를 구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로드맵이다.
(본문 8~9쪽, 〈서문 Ⅰ〉 중에서)
중요한 두 경쟁자가 싸우는 복점 구조가 본질적으로 좋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정치가 현재처럼 구조화되어 있는 경우에는, 항상 동일한 두 경쟁자가 공익에 그다지 많은 기여를 하지 못해도 힘을 유지할 수 있다. 이런 현상은 산업을 막론하고 고객들에게 많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는데, 정치 산업에서는 민주주의의 악몽으로 작용한다. 정당들은 흔히 미국에서 ‘중류층’으로 묘사되는 유권자들에게 표를 얻기 위해 정면승부를 해야 한다. 하지만 정당들은 유권자들을 상호배타적인 당파적 진영으로 나누거나, 가장 의존적으로 투표혹은 기부하도록 유도하기 위해 선거구를 결정하는 고도의 전략(종종 단일 이슈를 부각시키거나 보다 이념적인 프레임을 활용하는 방식)을 우선적으로 활용한다. 더욱이 양당 구조에서는 두 경쟁자가 치열하게 싸워도, 경쟁자 모두 ‘매력적인 산업’에서 궁극적으로 이익을 볼 것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복점 구조의 관점에서 ‘매력적인 산업’이란 기존에 두 경쟁자가 자신들이 사용했던 경쟁 방식을 더욱 강화하고, 공급자와 채널, 고객의 파워를 제한하면서 높은 진입장벽을 활용해 자신들을 보호할 수 있는 산업을 말한다.
(본문 42~43쪽, 1장 〈공공성을 내세운 민간 산업〉 중에서)
효과적인 해결책은 ‘이데올로기’가 아닌 ‘정치’로 문제를 해결한다. 효과적인 해결책은 양식화된 이념 원칙을 적용한다고 해서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오히려 상황은 더욱 악화할 수 있다. 해결책은 지나치게 오른쪽을 또는 지나치게 왼쪽을 지향하지도 않는다. 예를 들어 ‘큰 정부’나 ‘작은 정부’가 아니라 ‘정부가 해야 할 다양한 역할에 올바른 균형을 맞추는 법’이 훨씬 중요하다. 마찬가지로 규제를 완전히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규제를 받고 있는 이해관계자와 궁극적으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시민들에게 불필요한 비용을 발생시키지 않으면서도 우리가 원하는 사회·경제적 이익(예: 환경오염 감소)을 제공하는 규제 방안을 찾는 것이 옳다.
(본문 123쪽, 3장 〈끔찍한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면〉 중에서)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선거 기계의 두 가지 중요한 요소가 선거의 승패와 입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고 결과적으로 정치 산업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경쟁을 만든다. 그 두 가지 요소는 ‘정당 내 예비선거’와 ‘상대다수득표제’다. 민주주의를 되살리기 위해서는 최종 5명에게 투표하는 방식을 채택해야 한다. 최종후보 5명을 선출하는 투표 방식은 선거의 본질을 바꿀 것이다. 이 투표 방식은 미국을 이끄는 의원들을 움직이는 인센티브를 영구히 바꿀 수 있으며, 새로운 선거 경쟁이 도입되는 계기를 마련할 것이다. 새로운 투표 방식으로 투표가 책임을 묻는 도구로 발전할 수 있다. 현재의 투표 방식은 책임을 지지 않도록 유도하고 있다. 최종 후보 5명을 선출하는 투표 방식은 선거라는 게임을 혁신적으로 바꿀 수 있는 대안적 규칙이다.
(본문 174쪽, 5장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규칙〉 중에서)
국민을 위해 더 나은 결과를 만들고자 한다면 의회를 재설계해 당파주의자들을 위한 입법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초당파적 입법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헌법은 의회의 내부 입법 과정을 규정하지 않은 대신 ‘상원과 하원 스스로 필요한 절차와 규칙을 정하라’고 하고 있다. 다시 말해서, 시민들은 의원들에게 현재와는 다른 새로운 것을 만들도록 강요할 수 있다. 시민으로서 신경 써야 하는 선거만큼 바람직한 법률 제정 과정도 중요하게 다뤄져야 한다.
(본문 193쪽, 5장 〈21세기를 위한 새로운 규칙〉 중에서)
언제나 정치 혁신을 실패로 만드는 것은 ‘당파주의’다. 당파주의는 이사회, 자금조달자 등 어디에나 존재한다. 따라서 공화당과 민주당, 무소속 의원을 모두 참여시키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아무도 배제해서는 안 된다. 최종후보 5명을 선출하는 초당파적 노력에 당파주의적 의제를 추가해서는 안 된다.
(본문 220쪽, 6장 〈정치 혁신을 위한 원칙과 실험〉 중에서)
정치-산업, 유권자-소비자, 정당-기업’
세계적 석학 마이클 포터가 파헤친 ‘정치 산업’의 진실
많은 이들이 ‘정치 시스템은 헌법에 기반한 원칙과 절차를 준수하는 공적 제도’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생각은 틀렸다. 현재 미국 정치 시스템은 자기 잇속만 챙기는 이들로 가득 찬 산업의 모습을 하고 있다. 세계적 석학 마이클 포터는 미국 정치에 기업의 경쟁 전략을 분석하기 위해 개발한 ‘5가지 경쟁요인 모델’을 미국 정치에 적용, ‘바람직한 경쟁의 힘’이 의도적ㆍ체계적으로 무력화되는 메커니즘을 파악했다. 다시 말해 ①기존 경쟁의 성격 ②구매자(유권자)의 힘 ③공급자(정당)의 힘 ④ 대체품(무소속 정치인) ⑤신규 진입자(신규 정당)를 적용했을 때, 일명 정치 산업에서는 국민의 이익을 위한 바람직한 경쟁이 이루어지지 않고 오로지 선거에서 이기기 위한 공화당과 민주당의 싸움, 법안 통과·저지를 위한 불필요한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런 정치권에 로비하는 기업과 언론도 불건전한 경쟁 체제 유지에 공모하고 있어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주장도 제시한다. 실제로 미국 대선 광고는 미국에서 가장 비싸다는 슈퍼볼 광고 규모를 뛰어넘는 조 단위 시장이다. 이 시장에서는 정치인뿐 아니라 로비스트, 캠페이너 등이 활약한다. 이를 따져보았을 때도 정치는 충분히 경제·산업 차원 분석이 가능한 영역이다.
미국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선거 만능주의의 함정, 민의 배반하는 입법, 정당의 권력 남용…
철저히 그들의 뜻대로 순항 중인 정치 시스템을 발가벗기다!
대한민국의 상황도 미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두 거대 정당의 밥그릇 싸움에 국민이 골머리를 앓는다. 지난해 거대 정당의 독점을 막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 선거법 개정안을 도입했지만 올 4월 국회의원 선거에서 ‘위성정당’이라는 기이한 현상을 만들어 결과적으로 두 거대 정당을 제외한 다른 당의 입지를 좁혔다. 원래 산업 내 ‘바람직한 경쟁’은 모두에게 이익이다. 경쟁 기업들은 고객의 요구를 더 잘 충족시키기 위해 더 나은 제품을 제공하고 서비스를 개선한다. 따라서 산업 내 신규 진입자와 대체품은 질 낮은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존 기업에게 위협적 존재가 되며 혁신을 촉진한다. 그러나 두 개 정당이 완전 독점하는 정치 산업에는 유권자를 위한 서비스를 공급해야 한다는 압력이 생겨나지 않는다. 대체재나 새로운 (시장)진입자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유권자를 배제한 선거는 국민의 뜻과 점점 멀어졌고, 정치인들은 여론이 분열된 국가적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내버려두는 것이 유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복점구조를 사수한 두 거대 정당의 권력 남용 문제도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정치인’, ‘정책’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
정치 혁신 막는 관행과 구조를 바꿔라!
[ 한국 정치 혁신을 위한 인사이트: ‘마이클 포터의 3대 개혁’ ]
① 50%+1의 선거 혁신
‘폐쇄적 예비선거’와 ‘상대다수득표제’가 민의를 왜곡한다. 당 소속으로 등록한 사람에게만 투표권을 부여하는 폐쇄적 예비선거는 ‘정당 내 공천 경쟁’ 같은 당파주의적 시스템을 작동시킨다. 폐쇄적 예비선거를 당에 속하지 않는 사람에게도 투표권을 부여하는 초당파적 공개선거로 바꿔야 한다. 국내에도 “미스터트롯 룰 적용으로 경선 혁신하자”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는 선거제로의 혁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또한 과반 득표 여부와 상관없이 다수표를 획득한 후보가 당선되는 상대다수득표제는 ‘사표에 대한 두려움’을 만들어낸다. 정당과 상관없이 상위 5명의 후보를 선출하는 '순위선택투표제'를 도입하라. 진정 다수(50%+1) 후보자가 없다면 최하위득표자를 탈락시키는 방식이며, 최하위득표자를 1순위로 선택한 유권자의 표는 2순위 후보의 표로 다시 집계되기 때문에 민의를 반영할 수 있다.
② ‘제로베이스’ 입법 기구 설계
당으로 분열된 의회는 국가 부채, 기후변화 같이 초당파적 협의가 필요한 사안을 다룰 때도 당파이익을 우선한 법안을 제시하고 통과시키고 있다. 현재 존재하는 입법 규칙을 전부 제쳐두고 처음부터 다시 설계하라. 과거의 관행이 아닌 추정한 산출 가치에 대비해 설계하는 ‘제로베이스 예산’이 그 예시다. 정당에 따라 좌석을 배치하는 관행, 민주당과 공화당을 위한 별도 연단을 만드는 관습도 전부 버려라.
③ 거대 정당 대항 세력 육성
당파 이익이 아닌 ‘문제 해결과 합의’를 중시하는 중도온건파 의원들이 힘을 키워야 한다. 그들은 바람직하지 않은 정치 경쟁에 지쳐 있다. 정당 내 공천 때문에 뜻을 펼치지 못하는 구조가 무너지면 중도온건파가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거대 정당이 장악한 정치 산업의 높은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고 있는 정치신인도 발굴되어야 한다. 승자독식 체제를 바꿀 수 있는 세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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