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강자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시장 점유율 1·2위로, 두 업체의 비중이 60%에 이른다. 그러나 어떤 경쟁과 혁신을 통해 메모리 강자가 되었는지는 대부분 잘 알지 못한다. 《반도체 제국의 미래》는 반도체 업계 종사자만이 알던 반도체 산업의 경쟁과 생존의 과거를 흥미진진하게 기술한다.
노어와 낸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삼성전자가 아직 2위에 머물러 있을 때 애플의 스티브 잡스로 인해 시장이 평정되었고, 삼성전자는 확고한 1인자로 자리 잡게 되었다. 삼성전자가 낸드 플래시 1위가 된 과정을 설명한 ‘세상을 바꾼 저품질 메모리, 낸드’ 부분을 살펴보자.
플래시 메모리는 1980년 도시바의 후지오 박사가 개발한 것으로, 읽기와 쓰기 속도가 나쁜 대신, 전원을 차단하더라도 데이터가 보존되는 특징(비휘발성)을 가진 저품질 메모리였다. 제조상의 결함이 많아 컨트롤러를 결합해야 했으므로 도시바에서는 상품화하려 하지 않았다. 플래시의 강력한 잠재력을 알아채고 먼저 상품화한 것은 인텔이었다. 한편 1992년 도시바는 삼성전자에게 낸드 플래시 기술을 라이선싱 해주었고, 이로 인해 도시바는 생각도 못 했을 낸드 플래시의 대역전극이 시작되었다.
아이팟 나노의 등장이었다. 아이팟보다 크기는 줄이되 같은 용량을 지원하고 배터리 효율을 높이는 데 플래시 메모리를 사용한 것이다.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해 삼성전자를 선택했고, 아이팟 나노 1세대는 출시 3주 만에 100만 대가 판매되었다. 플래시 메모리가 매우 많이 필요해졌고 수요가 치솟았다. 이런 시장 변화 때문에 2004년 낸드는 노어를 매출에서 앞질렀고 2005년에는 64%나 성장했다. 삼성전자는 낸드 덕분에 2005년 매출액이 무려 1.5배 증가했다. 휴대용 장비 시장에서의 첫 결전으로 서구권의 노어 플래시 사업은 변두리로 밀려났고 낸드는 메모리 시장의 양대 산맥 중 하나가 되었다.
CPU 분야는 또 어떨까. 비메모리 반도체 1위인 인텔이 지금의 아성을 구축하기까지 수많은 업체와의 경쟁과 협업, 혁신을 상세한 사례, 사진, 표 등과 함께 설명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인텔의 CPU인 ‘코어 프로세서’의 탄생 과정을 이 책을 통해 살펴보자.
2005년까지 인텔은 AMD와의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AMD는 고가 라인업인 펜티엄에서는 애슬론 FX로, 저가 라인업인 셀러론에서는 셈프론을 통해 인텔에게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었다. 2005년 인텔은 펜티엄이라는 브랜드를 전격 폐기하고 '인텔 코어 2 프로세서'라는 새로운 브랜드를 론칭한다. 인텔은 최고의 설계 자원을 아낌없이 신형 프로세서에 투입해 트랜지스터도 아끼고 전력 소모도 줄였고 성능도 끌어올렸다. 약 33만원이었던 인텔의 신형 프로세서는 당시 100만원이 넘던 AMD의 최고급 CPU를 25% 이상 차이로 밀어버렸다. 인텔은 공짜 점심의 방향을 클럭 중심에서 아키텍처 확장으로 전환했고, AMD는 점유율 40%의 벽이 깨지며 추락했다.
왜 지금 우리는 반도체를 알아야 하는가
: 반도체와 반도체 산업에 대한 상식이 무기가 되는 시대
”노어와 낸드가 주도권 싸움을 벌이고 삼성전자가 2위에 머물러 있을 때, 휴대용 기기에 대한 강력한 확신이 있던 스티브 잡스가 홀연히 나타나서 엄청난 양의 낸드를 구입하기 시작해 시장이 평정되었고, 삼성전자가 확고한 낸드의 1인자로 자리잡았습니다. 스티브 잡스가 휴대폰을 재발명하고자 했을 때, 그곳에는 메모리는 물론 연산이 가능한 저전력 컨트롤러 설계와 파운드리까지 보유한 삼성전자가 있었습니다. 또 그 뒤에는 컴퓨팅의 후방에서 조용히 자기 일을 하던 ARM이 있었습니다. 이후 시장은 완전히 변하였고, 바로 구글과 안드로이드가 따라오면서 철옹성과 같던 x86의 지배에 종지부를 찍고 이에 맞춰 소프트웨어 회사들까지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내었습니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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