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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하가 지켜야 할 올바른 길, 〈人臣義〉中 《梅月堂集》

by Retireconomist 2017. 1. 23.

《서경》에 말하기를,


“팔다리가 있기에 사람이며, 어진 신하가 있기에 성인이다. 

나무가 길고 곧아도 반드시 먹줄을 기다린 뒤에야 재목이 되고, 

옥이 따뜻하고 윤택하여도 반드시 쪼고 다듬은 뒤에야 그릇이 된다.”


하였다. 요임금이 요임금 된 것은 반드시 희화(羲和[각주:1])가 도왔기 때문이고, 순임금이 순임금된 것도 또한 악목(岳牧[각주:2])에 힘입은 덕분이다. 은나라 탕왕은 이윤(伊尹) 덕분에 용(勇)과 지(智)의 덕을 이루었고, 주나라 문왕과 무왕은 주공(周公)과 소공(召公) 덕분에 정성되고 공순한 바탕을 이루었다.

그러므로 임금에게 신하가 있는 것은 마치 용에게 구름이 있는 것과 같고, 물고기에게 물이 있는 것과 같다. 임금과 신하가 서로 도운 뒤에야 나라를 보전할 수가 있는 것이다.

비록 그렇다고는 하지만 요순과 같은 임금이 있은 뒤에야 희씨와 화씨 · 사악과 십이목을 부릴 수가 있고, 희씨와 화씨ㆍ사악과 십이목 같은 신하가 있은 뒤에야 요순이 섬길 만한 임금이라는 것도 알게 되는 것이다. 둥근 구멍을 파고서 모난 말뚝을 깎으면 서로 들어갈 수가 없고, 큰 소리와 정성(鄭聲[각주:3])은 서로 조화를 이룰 수가 없다. 그런데 그들이 잘 들어가기 때문에,


“신하여, 이웃이여. 내가 잘못하거든 너희가 도우라.”


하였고, 그들이 잘 어울리기 때문에,


“만약 큰 국을 끓인다면 너희는 간이 되라.”


하였다. 그러므로 원수(元首[각주:4])와 팔다리(신하[각주:5])는 똑같이 한 몸이니, 원수를 본받으며 원수와 조화되어 함께 한 직분을 이룬다. 그러므로 사람들이 말하기를,


“신하 노릇하기가 쉽지 않다.”


하였다.

그러나 후세에 와서 어두운 임금과 포악한 임금이 신하를 부리면서, 신하를 초개(草芥)같이도 여기고, 개나 말같이도 여겼다. 그래서 신하들이 임금을 섬기면서 도적이나 원수처럼 여기고, 잠시 몸을 내맡긴 사람처럼 여겼다.


임금에게 허물이 있으면 비위를 맞추어 맞이하고, 자기를 총애해 주면 아첨하고 기쁘게 해주어, 임금의 뜻에 앞서 임금의 허물을 이루어 주셨다. 아무도 임금 좌우와 앞뒤에서 충성을 올리고 허물을 기워 주지 못하였다. 그러니 좋은 점을 따르고 악한 점을 바로잡으면서 서로 도와줄 수가 있겠는가? 천명이 참으로 아까울 뿐이다.


아아, 규장(圭璋[각주:6])과 보불(黼黻[각주:7])과 면류관[각주:8]은 비록 임금이 내려 준 것이지만 바로 하늘의 명이니, 너는 기장(紀章)이 되어 군주를 보필하여야 한다. 벼슬과 녹봉과 논밭도 비록 임금이 내려 준 것이지만 바로 하늘의 명이니, 너는 명을 지키면서 백성을 건져내야 한다.


살리고 죽이고, 주고 빼앗고, 상 주고 벌 주고, 화를 주고 복을 주는 것에 이르기까지도 비록 임금이 마음대로 결정하는 것처럼 생각되지만, 진실로 하늘의 명임을 속일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러므로 《시경》에 이르기를[각주:9],

 

“나는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하늘의 위엄을 두려워하며 언제나 이것을 보전하리라.”

 

하였다. 만세의 임금만이 마땅히 자기 몸을 살펴볼 게 아니라, 남의 신하가 된 자들도 또한 거울삼아 경계하여야 할 말이다. 어째서 그러한가?


“원수(임금)와 팔다리(신하)는 한 몸이다.”고 말하지 않았던가? 고금의 신하 가운데 임금에게 거짓말하고 아첨하여 나라를 망하게 한 자들을 두루 살펴보면, 자기 자신의 몸부터 먼저 처형되지 않은 자가 없었다. 그러니 조심하지 않을 수 있으며, 경계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김시습의 《매월당집(梅月堂)》 가운데 〈인신의(人臣義)〉 1583년




  1. 중국 신화에 나오는 인물인데, 요임금 때에 역법(曆法)을 맡았던 희씨와 화씨이다. [본문으로]
  2. *악목(岳牧): 4악(岳)과 12목(牧)을 가리키는데, 후세에 공(公) ․경(卿) ․ 제후가 되었다. [본문으로]
  3. *정성(鄭聲): 춘추시대 정나라의 음악인데, 공자가 음란하다고 배격하였다. [본문으로]
  4. 임금 [본문으로]
  5. *《서경》<익직(益稷)>에 “임금이 말하기를 ‘신하는 팔다리와 귀, 눈이 된다’고 하였다”고 하였다. [본문으로]
  6. *규장(圭璋): 예식에 장식으로 썼던 구슬인데, 흔히 높은 인품에 비유하였다. [본문으로]
  7. *보불(黼黻): 임금의 예복 치마에 놓은 도끼와 아(亞)자 모양의 무늬이다. [본문으로]
  8. *면류관: 임금 또는 대부 이상의 귀인이 의식 때에 정복에 갖추어 쓰던 관이다. 거죽은 검고 속은 붉으며, 위에는 네모난 판이 놓였다. 판 앞에는 끈을 늘이고 구슬을 꿰었는데, 임금은 열두 줄을 달았다. [본문으로]
  9. *주송(周頌) <아장(我將)>에 나오는 구절인데, 문왕을 제사 지내는 시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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