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말을 잘못하여 이런 화를 만나
돌아가신 아버지를 욕되게 했으니
무슨 면목으로 다시 부모님의 묘소에 오를 수 있겠습니까?"
이것을 생각할 때마다
하루에도 창자가 아홉 번씩 끊어지는 듯하고
매번 이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땀이 등줄기를 흘러 옷을 적시지 않는 적이 없습니다.
치(恥) 3번, 욕(辱) 19번 언급된 답답하고 억울하고 ... 감정이 한껏 실린 편지글입니다.
세상 사람들에게 사정을 일일이 말하기가 쉬운 일이 아닙니다.
報任少卿書(보임소경서): 소경 임안에게 보내는 답서
사마천(司馬遷)
史公牛馬走(태사공우마주) : 태사공이 말이나 소처럼 달리듯
司馬遷再拜言少卿足下(사마천재배언소경족하) : 사마천이 삼가 소경의 발믿에 무릎 꿇어 두 번 인사드리는 깊은 예의를 표합니다.
曩者辱賜書(낭자욕사서) : 저번에 외람되이 서신을 보내셔서
敎以順於接物(교이순어접물) : 교우 관계를 신중히 하고
推賢進士爲務(추현진사위무) : 현명한 사람을 추천하는데 힘쓰라는 가르침을 주셨는데
意氣懃懃懇懇(의기근근간간) : 말씀이 너무 간곡하셨습니다.
若望僕不相師(약망복불상사) : 제가 따르지 않을 것 같아 원망하시는 듯했는데 했습니다만,
而用流俗人之言(이용류속인지언) : 세상 사람들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僕非敢如此也(복비감여차야) : 제가 감히 그럴 수 없다는 것을 아실 것입니다
僕雖罷駑(복수파노) : 제가 비록 재주는 없으나
亦嘗側聞長者之遺風矣(역상측문장자지유풍의) : 어른들의 유풍을 어렴풋이나마 들었습니다
顧自以爲身殘處穢(고자이위신잔처예) : 그러나 돌아보면 스스로 궁형을 당한 비천한 몸으로 이름이 더렵혀져
動而見尤(동이견우) : 걸핏하면 허물을 입고
欲益反損(욕익반손) : 잘 하려고 하지만 일을 그르칩니다
是以獨鬱悒而與誰語(시이독울읍이여수어) : 그러니 혼자 수심에 잠길 뿐 누구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습니까
諺曰(언왈) : 속담에 이르기를
誰爲爲之(수위위지) :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이 없으면 누구를 위해 일하고
孰令聽之(숙령청지) : 또 누구에게 기를 기울이겠는가?”라고 했습니다
蓋鍾子期死(개종자기사) : 종자기(鍾子期)가 죽자
伯牙終身不復鼓琴(백아종신불복고금) : 백아(伯牙)는 죽을 때까지 거문고를 타지 않았습니다
何則(하칙) : 왜 그랬을까요
士爲知己者用(사위지기자용) :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충성을 다하고
女爲說己者容(여위설기자용) : 여자는 자기에게 기쁨을 주는 이를 위해 용모를 꾸밉니다
若僕大質已虧缺矣(약복대질이휴결의) : 저처럼 몸뚱이가 일그러져버린 사람은
雖才懷隨和行若由夷(수재회수화행약유이) : 재능이 비록 수후(隨侯: 뱀의 병을 고쳐주고 야광주(夜光珠)를 얻었다는 사람)나 변화(卞和: 화씨벽이라는 보옥의 원석을 얻은 초나라 사람. 완벽 참조)와 같고
終不可以爲榮(종불가이위영) : 행실이 허유(許由: 요임금 시대의 처사)·백이(伯夷: 주나라 초기의 의인)처럼 고결하더라도 끝내 영예롭지 못할 것이며,
適足以見笑而自點耳(적족이견소이자점이) : 다른 사람에게 비웃음 당해 스스로 더럽힐 뿐입니다.
書辭宜答(서사의답) : 마땅히 서신에 회답을 드려야 했는데,
會東從上來(회동종상래) : 공교롭게 주군을 따라 동쪽에서 장안으로 오게 되고
又迫賤事(우박천사) : 또 잡다한 일도 생겼습니다.
相見日淺(상견일천) : 만나 뵐 기회도 적었고
卒卒無須臾之閒(졸졸무수유지한) : 또 매우 바빠 틈을 내어
得竭志意(득갈지의) : 저의 마음을 털어놓을 수도 없습니다
今少卿抱不測之罪(금소경포불측지죄) : 지금 당신께서 생사가 달린 큰 죄를 지으신지
涉旬月(섭순월) : 한 달이 지나
迫季冬(박계동) : 겨울이 가까워졌습니다
僕又薄從上雍(복우박종상옹) : 저는 또 주군을 모시고 옹(雍, 진나라의 옛 수도)으로 가야 하는데
恐卒然不可爲諱(공졸연불가위휘) : 당신께서 뜻밖에 죽임을 당할까 걱정됩니다
是僕終已不得舒憤懣以曉左右(시복종이불득서분만이효좌우) : 이렇게 되어 저의 마음속에 있는 분노와 고민을 끝내 당신에게 알리지 못하면
則長逝者魂魄(칙장서자혼백) : 저 세상으로 간 당신의 혼백에
私恨無窮(사한무궁) : 한없이 유감스러울 것입니다
請略陳固陋(청략진고루) : 이제 저의 비루한 생각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闕然久不報(궐연구불보) : 오랫동안 끌어오다가 이제서야 답하게 되었으니
幸勿爲過(행물위과) : 허물로 여기지 않으시기 바랍니다
僕聞之(복문지) : 제가 듣건대
脩身者(수신자) : 수신이란
智之符也(지지부야) : 지혜가 쌓인 것이고
愛施者(애시자) : 사랑을 베푸는 것이
仁之端也(인지단야) : 어진 것의 실마리이고
取與者(취여자) : 주고받는 것을 엄격히 하는 것이
義之表也(의지표야) : 의로움의 드러내는 것이며
恥辱者(치욕자) : 수치를 알고 욕된 것을 참는 것이
勇之決也(용지결야) : 용기 있다는 증거이며,
立名者(입명자) : 출세하여 세상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
行之極也(행지극야) : 행동의 극치라고 들었습니다
士有此五者(사유차오자) : 선비는 이 다섯 가지를 갖추고
然後可以託於世(연후가이탁어세) : 그렇게 된 뒤에 세상에 나갈 수 있고
而列於君子之林矣(이열어군자지림의) : 군자의 행렬에 설 수 있습니다
故禍莫憯於欲利(고화막참어욕리) : 그래서 재앙 중에서 이익을 탐하는 것보다 더 비통한 것이 없고
悲莫痛於傷心(비막통어상심) : 슬픔 중에서 상심하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으며
行莫醜於辱先(행막추어욕선) : 행동 중에서 조상을 욕되게 하는 것보다 더 수치스러운 것이 없고
詬莫大於宮刑(후막대어궁형) : 부끄러움 중에서 궁형을 받는 것보다 더 심한 것이 없습니다
刑餘之人(형여지인) : 형을 받은 사람이
無所比數(무소비수) : 보통 사람과 비교될 수 없는 것은
非一世也(비일세야) : 지금 한 세상 뿐이 아니라
所從來遠矣(소종래원의) : 옛날부터 그랬습니다
昔衛靈公與雍渠同載(석위령공여옹거동재) : 전에 위나라 영공(衛靈公)과 환관인 옹거(雍渠)가 함께 수레를 타자,
孔子適陳(공자적진) : 공자께서 화가 나셔서 위나라를 떠나 진나라로 가셨습니다
商鞅因景監見(상앙인경감견) : 상앙(商鞅)이 환관인 경감(景監)의 소개로 진나라 효공을 만나자
趙良寒心(조량한심) : 조량(趙良)이 상앙(商鞅)을 한심하게 여겼고
同子參乘(동자삼승) : 환관인 조담(趙談)이 문제(文帝)를 모시고 수레에 오르자
袁絲變色(원사변색) : 원사(袁絲)가 화가 나 안색이 변했습니다
自古而恥之(자고이치지) : 옛날부터 환관과 관계를 가지는 것을 수치로 여겼습니다.
夫以中才之人(부이중재지인) : 평범한 사람들도
事有關於宦豎(사유관어환수) : 환관이 연관되는 모든 일은
莫不傷氣(막불상기) : 기운이 상한다고 여기는데
而況於慷慨之士乎(이황어강개지사호) : 기개가 있는 선비야 그렇지 않겠습니까.
如今朝廷雖乏人(여금조정수핍인) : 지금 비록 조정에 아무리 인재가 모자란다고 한들
奈何令刀鋸之餘(내하령도거지여) : 어찌 저같이 칼과 톱으로 형을 받은 사람이
薦天下豪俊哉(천천하호준재) : 천하의 호걸을 천거할 수 있겠습니까
僕賴先人緖業(복뢰선인서업) : 저는 선친의 남기신 공로에 힘입어
得待罪輦轂下(득대죄연곡하) : 주군의 수레바퀴 밑 관직에서 일한지
二十餘年矣(이십여년의) : 20여 년이 되었습니다
所以自惟(소이자유) : 그래서 스스로 생각건대
上之(상지) : 위로는
不能納忠效信(불능납충효신) : 충성과 신의를 다하고
有奇策才力之譽(유기책재력지예) : 훌륭한 대책을 세워 재능이 있다는 명예를 얻었어도
自結明主(자결명주) : 현명하신 주군과 밀접한 관계를 맺을 수 없습니다.
次之(차지) : 다음으로는
又不能拾遺補闕(우불능습유보궐) : 또 잘못을 바로잡고
招賢進能(초현진능) : 현명하고 재능 있는 사람을 천거하며
顯巖穴之士(현암혈지사) : 은둔하고 있는 훌륭한 선비를 세상에 드러나게 할 수 없습니다.
外之(외지) : 대외적으로는
又不能備行伍(우불능비행오) : 군대를 거느리고
攻城野戰(공성야전) : 성을 공격하고 들에서 싸우며
有斬將搴旗之功(유참장건기지공) : 적장의 목을 베고 깃발을 빼앗는 공로도 세울 수 없습니다.
下之(하지) : 아래로는
不能積日累勞(불능적일루로) : 오랜 세월 공을 쌓아서
取尊官厚祿(취존관후록) : 높은 관직이나 후한 보상을 받아
以爲宗族交遊光寵(이위종족교유광총) : 친척이나 친구들이 영광과 은혜를 입게 할 수도 없습니다.
四者無一遂(사자무일수) : 이 네 가지 중에 한 가지도 성취하지 못하고
苟合取容(구합취용) : 남의 비위나 맞추고 영합해서
無所短長之效(무소단장지효) : 아무런 공로도 세우지 못한 것이
可見如此矣(가견여차의) : 이와 같습니다
嚮者(향자) : 전에
僕亦常廁下大夫之列(복역상측하대부지열) : 제가 하대부 서열에 있을 때
陪外廷末議(배외정말의) : 외정 말석에 참여하였습니다
不以此時引維綱(부이차시인유강) : 그때 법도를 바로잡지 못하고
盡思慮(진사려) : 생각도 깊이 하지 못하였기에
今已虧形(금이휴형) : 지금은 몸도 온전하지 못하여
爲掃除之隸(위소제지례) : 청소나 하는 노예처럼
在闒茸之中(재탑용지중) : 천한 사람에 속하게 되었습니다
乃欲仰首伸眉(내욕앙수신미) : 이에 고개를 들고 슬픈 눈썹을 펴고서
論列是非(론열시비) : 옳고 그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不亦輕朝廷(불역경조정) : 이는 조정을 무시하고
羞當世之士邪(수당세지사사) : 당대의 선비를 부끄럽게 만드는 것입니다.
嗟乎(차호) : 아
嗟乎(차호) : 아,
如僕尙何言哉(여복상하언재) : 저와 같은 천한 사람이
尙何言哉(상하언재) : 무슨 말을 할 수 있단 말입니까
且事本末(차사본말) : 게다가 일의 본말도
未易明也(미역명야) : 쉽게 밝혀지는 것이 아닙니다
僕少貧不羈之材(복소빈불기지재) : 저도 젊었을 때는 무엇에도 얽매이지 않을 재능이 있다고 자부했습니다.
長無鄕曲之譽(장무향곡지예) : 그러나 장성한 후로는 시골구석에서조차 칭찬을 받은 일이 없습니다.
主上幸以先人之故(주상행이선인지고) : 다행히 임금께서 저의 선친의 연고로
使得奏薄伎(사득주박기) : 태사의 일을 이어받게 하시어
出入周衛之中(출입주위지중) : 궁중을 출입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僕以爲戴盆何以望天(복이위대분하이망천) : 저는 두 일을 겸직해서 할 수 없다고 여기고
故絶賓客之知(고절빈객지지) : 손님과의 왕래도 끊고
亡室家之業(망실가지업) : 집안 일도 잊어버렸습니다
日夜思竭其不肖之才力(일야사갈기불초지재력) : 밤낮으로 부족하나마 능력을 다하고
務一心營職(무일심영직) : 한마음으로 직무에 힘써
以求親媚於主上(이구친미어주상) : 주군을 즐겁게 해드리려고 했습니다.
而事乃有大謬不然者夫(이사내유대류불연자부) : 그러나 일이 크게 잘못되어 그렇지 못했습니다
夫僕與李陵(부복여이릉) : 저와 이릉은
俱居門下(구거문하) : 같은 같은 문하시중이었으나
素非能相善也(소비능상선야) : 평소 서로 친하지는 않았습니다
趣舍異路(취사이로) : 서로 취향이 달라
未嘗銜盃酒(미상함배주) : 함께 술을 마시며
接慇懃之餘懽(접은근지여환) : 은근한 기쁨을 나눠 본 적도 없습니다
然僕觀其爲人(연복관기위인) : 그러나 제가 보기에 이릉이란 사람을 보건데
自守奇士(자수기사) : 비범한 선비의 품위를 스스로 지키며
事親孝(사친효) : 부모를 극진히 모시며
與士信(여사신) : 선비들과 사귐에 신의가 있고
臨財廉(임재렴) : 재물을 대함에 있어 청렴하며
取與義(취여의) : 주고받는 데는 의롭고
分別有讓(분별유양) : 분별함에 겸양이 있고
恭儉下人(공검하인) : 아랫사람에게는 공손하고 검약했습니다.
常思奮不顧身(상사분불고신) : 항상 분발해서 일을 하고 나라가 어려울 때는 자신을 돌보지 않았습니다.
以徇國家之急(이순국가지급) : 국가의 위급함에 군령을 내림은
其素所蓄積也(기소소축적야) : 그것이 평소에 쌓은 바였습니다
僕以爲有國士之風(복이위유국사지풍) : 저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에 위품이 있다고 여겼습니다.
夫人臣出萬死不顧一生之計(부인신출만사불고일생지계) : 무릇 신하된 자는 만 번의 죽음을 돌보지 않고, 생애를 바쳐 모든 책략을 내어
赴公家之難(부공가지난) : 이를 구하는 것이야말로
斯以奇矣(사이기의) : 비로소 뛰어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今擧事一不當(금거사일부당) : 지금 일을 하다가 한 가지만 잘못되어도
而全軀保妻子之臣(이전구보처자지신) : 자신과 처자만 보호하려는 신하들이
隨而媒糱其短(수이매얼기단) : 멋대로 그 잘못을 날조합니다
僕誠私心痛之(복성사심통지) : 저는 정말로 이런 일로 통탄스럽게 생각했습니다.
且李陵提步卒不滿五千(차이릉제보졸불만오천) : 게다가 이륭은 오천 명도 안되는 보병을 거느리고
深踐戎馬之地(심천융마지지) : 적진 깊숙이 들어가
足歷王庭(족력왕정) : 오랑캐의 군주 근거지까지 밟았으니
垂餌虎口(수이호구) : 이는 호랑이 입에 먹이를 늘어뜨린 것과 같습니다.
橫挑彊胡(횡도강호) : 그렇지만 막강한 오랑캐에 도전하여
仰億萬之師(앙억만지사) : 수 십만 군사를 올려다보고
與單于連戰十有餘日(여단우련전십유여일) : 흉노의 왕 선우와 싸우기를 10여일.
所殺過當(소살과당) : 죽인 적군의 수가
虜救死扶傷不給(로구사부상불급) : 죽은 아군의 수보다 훨씬 많았습니다.
旃裘之君長咸震怖(전구지군장함진포) : 적군이 사상자를 구하려 오지도 못하자 흉노의 왕이 매우 놀라
乃悉徵其左右賢王(내실징기좌우현왕) : 측근의 현왕을 부르고
擧引弓之人(거인궁지인) : 궁수를 모두 불러내어
一國共攻而圍之(일국공공이위지) : 온 나라가 함께 이릉의 군대를 공격하고 포위했습니다.
轉鬪千里(전투천리) : 아군은 천리 길을 이리저리 옮겨 다니 싸우다
矢盡道窮(시진도궁) : 화살도 다 떨어지고 막다른 길에 이르렀으나
救兵不至(구병불지) : 구원병이 끊기고
士卒死傷如積(사졸사상여적) : 구원병은 오지 않고 사상자도 들에 쌓였습니다.
然陵一呼勞(연릉일호로) : 그러나 이릉이 군사들을 큰 소리로 위로하자
軍士無不起(군사무불기) : 모두 기운을 차리지 않을 수 없었고
躬自流涕(궁자류체) : 저절로 감격해서 눈물을 흘렸습니다.
沬血飮泣(매혈음읍) : 온 얼굴에 피눈물 뒤집어 쓰고
更張空弮(갱장공환) : 울음을 삼키며 빈 활을 잡고
冒白刃(모백인) : 시퍼런 칼도 무릅쓰고
北嚮爭死敵者(북향쟁사적자) : 북쪽을 향해 목숨을 걸고 싸웠습니다
陵未沒時(릉미몰시) : 이릉이 아직 적에게 함락되지 않았을 때에
使有來報(사유래보) : 사자가 와 보고하자
漢公卿王侯皆奉觴上壽(한공경왕후개봉상상수) : 한나의 공경과 완후가 술잔을 들어 주군께 축하를 드렸습니다
後數日(후수일) : 며칠 후
陵敗書聞(릉패서문) : 이릉이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主上爲之食不甘味(주상위지식불감미) : 주군께서는 식사를 해도 맛을 잊으시고
聽朝不怡(청조불이) : 조회에 참석하나 기쁜 마음이 없으셨습니다
大臣憂懼(대신우구) : 대신들도 걱정하고 두려워
不知所出(불지소출) : 어찌할 바를 몰랐습니다
僕竊不自料其卑賤(복절불자료기비천) : 저는 자신이 비천하다는 것도 생각하지 않고
見主上慘愴怛悼(견주상참창달도) : 주군께서 몹시 슬퍼하시는 것을 뵙고
誠欲效其款款之愚(성욕효기관관지우) : 저의 자그마한 충성이나마 다하려 했습니다
以爲李陵素與士大夫絶甘分少(이위이릉소여사대부절감분소) : 이릉은 본래부터 사대부들과 동고동락하여
能得人死力(능득인사력) : 다른 사람들의 사력을 다한 도움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雖古之名將不能過也(수고지명장불능과야) : 이런 점은 비록 옛날의 명장이라 할지라도 이릉보다는 못합니다
身雖陷敗(신수함패) : 그가 적에게 패하기는 했지만
彼觀其意(피관기의) : 속뜻을 보건대
且欲得其當而報於漢(차욕득기당이보어한) : 적당한 기회를 기다렸다가 나라에 보답하려 했던 것입니다.
事已無可奈何(사이무가내하) : 사태가 이미 돌이킬 수 없게 되었지만
其所嶊敗(기소최패) : 그가 적을 무찌른 공로는
功亦足以暴於天下矣(공역족이폭어천하의) : 세상에 나타내기에 충분합니다
僕懷欲陳之而未有路(복회욕진지이미유로) : 제가 이러한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했지만 방법이 없었습니다
適會召問(적회소문) : 우연히 불러 하문하시어
卽以此指推言陵之功(즉이차지추언릉지공) : 이러한 취지에서 이릉의 공로를 말씀드려
欲以廣主上之意(욕이광주상지의) : 천주군의 마음을 위로해드리고
塞睚眦之辭(색애자지사) : 원성을 막으려 했지만
未能盡明(미능진명) : 명백히 설명드릴 수가 없었습니다
明主不曉(명주불효) : 주군께서 저의 뜻을 분명하게 이해하지 못하시고
以爲僕沮貳師(이위복저이사) : 제가 이사 장군을 모함하고
而爲李陵遊說(이위이릉유설) : 이릉을 위해서 유세한다고 여기시어
遂下於理(수하어리) : 간수에게 저를 넘기셨기에
拳拳之忠(권권지충) : 간절한 저의 충성심을
終不能自列(종불능자열) : 끝내 표현할 수 없었습니다
因爲誣上(인위무상) : 그리하여 주군을 속인다고
卒從吏議(졸종리의) : 여겨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家貧貨賂不足以自贖(가빈화뢰불족이자속) : 집이 가난하여 면죄부를 살 수도 없습니다.
交遊莫救(교유막구) : 평소 교제하던 사람들도 구해주려고 하지 않고
左右親近(좌우친근) : 가까이 있던 사람들도
不爲一言(불위일언) : 저를 위해 한마디의 변호도 해주지 않았습니다.
身非木石(신비목석) : 제가 나무나 돌처럼 감정이 없는 것도 아닌데
獨與法吏爲伍(독여법리위오) : 홀로 간수와 함께
深幽囹圄之中(심유령어지중) : 옥중에 깊이 갇히고 말았으니
誰可告愬者(수가고소자) : 누가 억울하게 겪은 이런 고통을 이야기해 주겠습니까?
此眞少卿所親見(차진소경소친견) : 이것은 당신께서 친히 보신 바이니
僕行事豈不然乎(복행사기불연호) : 저의 처지가 그러하지 않습니까?
李陵旣生降(이릉기생강) : 이릉이 살아서 적에게 항복하여
隤其家聲(퇴기가성) : 그 가문의 명성은 이미 사라졌습니다
而僕又佴之蠶室(이복우이지잠실) : 저도 궁형을 시행하는 밀실로 불려가
重爲天下觀笑(중위천하관소) : 천하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습니다
悲夫(비부) : 슬프고
悲夫(비부) : 슬픕니다
事未易一二爲俗人言也(사미이일이위속인언야) : 세상 사람들에게 사정을 일일이 말하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僕之先(복지선) : 저의 선친께서는
非有剖符丹書之功(비유부부단서지공) : 부부나 단서를 가질 만한 공로가 없습니다
文史星歷(문사성력) : 천문·태사·율력과 같은 일을 담당하였는데
近乎卜祝之閒(근호복축지한) : 점치는 일과 비슷합니다
固主上所戲弄(고주상소희롱) : 이러한 일은 본래 주군께서 장난삼아 노시던 것으로
倡優所畜(창우소축) : 광대를 양성하는 것 같아
流俗之所輕也(유속지소경야) : 세상 사람들이 경시하는 것이었습니다
假令僕伏法受誅(가령복복법수주) : 만약 제가 형벌에 복종하여 죽음을 받는다 하더라도
若九牛亡一毛(약구우망일모) : 아홉 마리의 소리에서 털 하나 잃어버리는 것과 같고
與螻蟻何以異(여루의하이이) : 땅강아지나 개미와 같은 미천한 것이 죽는 것과 다름이 무엇이겠습니까
而世又不與能死節者(이세우불여능사절자) : 게다가 사람들은 저를 절개를 지켜 죽은 사람과 비교하지 않고
特以爲智窮罪極(특이위지궁죄극) : 생각이 모자라 죄가 극히 중해
不能自免卒就死耳(불능자면졸취사이) : 마침내 스스로 죽음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여길 것입니다
何也(하야) : 왜 그렇겠습니까
素所自樹立使然也(소소자수입사연야) : 평소에 스스로 그렇게 했기 때문입니다
人固有一死(인고유일사) : 사람은 언젠가 한 번은 죽는데
或重於太山(혹중어태산) : 어떤 죽음은 태산보다 무겁고
或輕於鴻毛(혹경어홍모) : 어떤 죽음은 기러기 털 하나보다 더 가볍습니다
用之所趨異也(용지소추이야) : 이는 그 쓰임새가 서로 다르기 때문입니다.
太上不辱先(태상불욕선) : 가장 훌륭한 죽음은 선조를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其次不辱身(기차불욕신) : 그 다음이 자신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其次不辱理色(기차불욕리색) : 그 다음은 이치에 어긋나거나 얼굴을 욕되지 않게 하는 것이고
其次不辱辭令(기차불욕사령) : 그 다음이 언사에 욕됨이 없게 하는 것입니다
其次詘體受辱(기차굴체수욕) : 그 다음은 무릎을 끊기고 욕당하는 것이고
其次易服受辱(기차역복수욕) : 그 다음이 죄수복을 입고 욕당하는 것입니다
其次關木索(기차관목색) : 그 다음이 죄인이 되어 형틀을 쓰고 밧줄로 묶여서
被箠楚受辱(피추초수욕) : 곤장을 맞으며 욕을 당하는 것이고
其次剔毛髮(기차척모발) : 그 다음이 머리를 깎이고
嬰金鐵受辱(영금철수욕) : 목에 쇠사슬을 두르고 맞으며 욕을 당하는 것입니다
其次毁肌膚(기차훼기부) : 그 다음이 살갗을 훼손당하고
斷肢體受辱(단지체수욕) : 몸을 잘리는 욕 당하는 것이고
最下腐刑極矣(최하부형극의) : 가장 나쁜 것이 궁형을 받는 것입니다
傳曰(전왈) : 옛 책에 이르기를
刑不上大夫(형불상대부) : ‘대부에게는 형벌을 주지 않는다.’고 했는데
此言士節不可不勉勵也(차언사절불가불면려야) : 이 말은 선비의 절개는 강제로 어쩔 수 없다는 뜻입니다
猛虎在深山(맹호재심산) : 사나운 호랑이가 깊은 산중에 있을 때
百獸震恐(백수진공) : 모든 짐승들이 두려워 떱니다.
及在檻穽之中(급재함정지중) : 그러나 우리에 갇혀 있게 되면
搖尾而求食(요미이구식) : 꼬리나 흔들며 먹이를 구걸하게 되는데
積威約之漸也(적위약지점야) : 이것은 굴복 당해 호랑이의 위엄이 점점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故士有畵地爲牢(고사유화지위뢰) : 그래서 선비는 땅 위에다 선을 그어 감옥으로 삼는다 해도
勢不可入(세불가입) : 기개 때문에 그 안에 들어가지 않고
削木爲吏(삭목위리) : 나무를 깎아 형리(刑吏)라 해도
議不可對(의불가대) : 논의 때문에 그 심문을 받지 않는 것이니
定計於鮮也(정계어선야) : 이것은 이미 계획된 것이 뚜렷하기 때문입니다.
今交手足(금교수족) : 저는 지금 손발이 묶이고
受木索(수목색) : 머리에는 형구를 쓰고
暴肌膚(폭기부) : 몸을 다 드러내고
受榜箠(수방추) : 채찍을 맞으며
幽於圜牆之中(유어환장지중) : 옥에 갖혀 있게 되었습니다
當此之時(당차지시) : 이러한 때를 당하여
見獄吏則頭槍地(견옥리칙두창지) : 간수를 보면 땅에 머리를 대어 조아리고
視徒隸則正惕息(시도례칙정척식) : 교도관을 보면 놀래어 가슴이 뛰는데
何者(하자) :왜 그렇겠습니까
積威約之勢也(적위약지세야) : 오랫동안 감옥에 갇혀 위세가 줄어들었기 때문입니다.
及以至是(급이지시) : 이러한 지경에 이르렀는데도
言不辱者(언불욕자) : 치욕을 당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는 것은
所謂强顔耳(소위강안이) : 소위 뻔뻔스러운 사람이니
曷足貴乎(갈족귀호) : 어찌 귀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且西伯伯也(차서백백야) : 서백(西伯)은 백(伯: 제후의 우두머리)이었으나
拘於羑里(구어유리) : 유리(羑里)에 갇혔었고
李斯相也(이사상야) : 이사는 재상이었으나
具于五刑(구우오형) : 오형을 받았습니다
淮陰王也(회음왕야) : 회음왕은
受械於陳(수계어진) : 진나라에서 형틀에 매이고
彭越․張敖(彭越․장오) : 팽월(彭越)과 장오(張敖)는
南面稱孤(남면칭고) : 스스로 남면(南面)의 왕이라 칭하다가
繫獄抵罪(계옥저죄) : 감옥에 갇혀 죄를 받았으며
絳侯誅諸呂(강후주제려) : 강후로 봉하여진 주발은
權傾五伯(권경오백) : 여씨(呂氏)들을 타도하여 권력이 오패(五覇)를 능가했으나
囚於請室(수어청실) : 청실(請室)에 갇혔고
魏其大將也(위기대장야) : 위기후(魏其侯)는 대장(大將)이었으나
衣赭衣(의자의) : 죄수복을 입고
關三木(관삼목) : 몸에는 삼목을 걸치게 되었습니다
季布爲朱家鉗奴(계포위주가겸노) : 계포는 주씨 가문의 목에 칼을 쓴 노예가 되었고
灌夫受辱於居室(관부수욕어거실) : 관부는 감옥에서 치욕을 당했습니다
此人皆身至王侯將相(차인개신지왕후장상) : 이분들은 각각 황제·제후·장군·제상에 올라
聲聞鄰國(성문린국) : 이웃나라까지 명성을 떨쳤던 사람들이었습니다
及罪至罔加(급죄지망가) : 그러나 죄를 지어 법에 저촉되었는데도
不能引決自裁(불능인결자재) : 우유부단하여 자결하지 못하고
在塵埃之中(재진애지중) : 세속에서 구차하게 살았습니다
古今一體(고금일체) : 이러한 일은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이니
安在其不辱也(안재기불욕야) : 어찌 욕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由此言之(유차언지) : 이로 말하건대
勇怯(용겁) : 용감한 것과 겁이 많은 것은
勢也(세야) : 정세에 좌우되는 것이고
强弱(강약) : 강하고 약한 것은
形也(형야) : 당신의 형세에 달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審矣(심의) : 살피건대
何足怪乎(하족괴호) : 이것이 어찌 괴이한 일이겠습니까?
夫人不能早自裁繩墨之外(부인불능조자재승묵지외) : 일찌감치 처벌되기 전에 스스로 결단하지 못하고
以稍陵遲(이초릉지) : 우유부단하여
至於鞭箠之間(지어편추지간) : 매를 맞고서야
乃欲引節(내욕인절) : 자결하고자 하니
斯不亦遠乎(사불역원호) : 이 역시 너무 늦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古人所以重施刑於大夫者(고인소이중시형어대부자) : 옛 사람들이 대부(大夫)에게 법을 적용할 대 신중을 기했던 까닭은
殆爲此也(태위차야) : 이 때문인 듯합니다.
夫人情莫不貪生惡死(부인정막불탐생악사) : 사람의 마음은 살고 싶고 죽기를 꺼려하며
念父母(념부모) : 부모를 생각하고
顧妻子(고처자) : 처자를 돌보려 하는 것입니다.
至激於義理者不然(지격어의리자불연) : 그러나 의리에 격발된 사람은 그렇지 않으니
乃有所不得已也(내유소불득이야) : 이는 부득이한 바가 있기 때문입니다
今僕不幸(금복불행) : 지금 저는 불행하게도
早失父母(조실부모) :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無兄弟之親(무형제지친) : 가까운 형제도 없이
獨身孤立(독신고립) : 홀로 되어 외롭게 서 있습니다.
少卿視僕於妻子何如哉(소경시복어처자하여재) : 소경께서 보시기에 제가 처지가 어떻다고 여기십니까?
且勇者不必死節(차용자불필사절) : 또 용감한 사람만이 반드시 절개를 지켜 죽을 필요는 없습니다.
怯夫慕義(겁부모의) : 비겁한 사내라도 능히 의(義)를 사모하면
何處不勉焉(하처불면언) : 어찌 힘쓰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僕雖怯懦(복수겁나) : 제가 비록 비겁하고 나약하여
欲苟活(욕구활) : 구차하게 목숨을 유지하고자 하지만
亦頗識去就之分矣(역파식거취지분의) : 생사의 명분도 또한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何至自沈溺縲紲之辱哉(하지자심익류설지욕재) : 어찌 스스로 몸이 묶여 옥에 갇힌 채 치욕 속으로 스스로 빠지기에 이를 수 있겠습니까?
且夫臧獲婢妾(차부장획비첩) : 저 천한 노복이나 하녀조차도
由能引決(유능인결) : 능히 자결할 수 있는데
況僕之不得已乎(황복지불득이호) : 하물며 저와 같은 사람이 어째서 자결하지 못하겠습니까?
所以隱忍苟活(소이은인구활) : 제가 욕됨을 참고 구차히 목숨을 보존하면서
幽於糞土之中而不辭者(유어분토지중이불사자) : 고통을 감내하고 더러운 치욕 속에서 구차하게 살면서도 사양하지 않는 까닭은
恨私心有所不盡(한사심유소불진) : 제 마음속에 있는 것을 다 드러내지 못한 채
鄙陋沒世(비루몰세) : 비루(鄙陋)하게 세상에서 사라져버리면
而文采不表於後世也(이문채불표어후세야) : 후세에 문채(文彩)가 드러나지 않을 것을 한스럽게 여겨서입니다.
古者(고자) : 예전에
富貴而名摩滅(부귀이명마멸) : 부귀하면서도 이름을 내지 못한 인물이
不可勝記(불가승기) : 수없이 많았지만
唯倜儻非常之人稱焉(유척당비상지인칭언) : 뜻이 크고 기개 있는 비범한 인물은 칭송을 받았습니다
蓋文王拘而演周易(개문왕구이연주역) : 문왕(文王: 서백 창)은 구금된 뒤에 주역(周易)을 풀이하셨고
仲尼厄而作春秋(중니액이작춘추) : 공자(孔子)는 곤경에 빠지셨을 때 《춘추(春秋)》를 저술하셨습니다.
屈原放逐(굴원방축) : 굴원(屈原)은 추방당하고 이소(離騷)를 지었고,
乃賦離騷(내부이소) : 이소(離騷)를 지었고,
在丘失明(재구실명) : 좌구명은 눈이 먼 후에
厥有國語(궐유국어) : 《국어》를 편찬했으며
孫子臏脚(손자빈각) : 손자는 다리가 잘린 뒤에
兵法脩列(병법수열) : 병법을 논했고,
不韋遷蜀(불위천촉) : 여불위가 촉으로 쫓겨난 뒤에
世傳呂覽(세전여람) : 《여람(여씨춘추)》이 세상에 전해졌습니다.
韓非囚秦(한비수진) : 한비자(韓非子)는 진(秦)나라에 잡히고서
說難孤憤(설난고분) : 〈세난(說難)〉, 〈고분(孤憤)〉을,
詩三百篇(시삼백편) : 《시경(詩經)》의 300편 시는
大抵聖賢發憤之所爲作也(대저성현발분지소위작야) : 대개 성현의 발분(發憤)으로 찬정된 것입니다.
此人皆意有鬱結(차인개의유울결) : 이들은 모두 가슴에 맺힌 바가 있었으나
不得通其道(불득통기도) :그 뜻을 통하게 할 방도가 없었기 때문에
故述往事(고술왕사) : 지난 일을 서술하여
思來者(사래자) :후세의 사람들이 자신의 뜻을 알아줄 것을 생각했던 것입니다.
乃如左丘無目(내여좌구무목) : 좌구명과 같이 눈이 멀고
孫子斷足(손자단족) : 손빈과 같이 발이 잘린 사람은
終不可用(종불가용) : 끝내 관리로 임용되지 못하자
退而論書策(퇴이논서책) : 물러나 책을 써서
以舒其憤(이서기분) : 끝끝내 세상에서 쓰이지 않자 물러나 책으로써 꾀하는 바를 논하여
思垂空文以自見(사수공문이자견) : 울분을 펴면서 자신의 견해를 드러냈습니다.
僕竊不遜(복절불손) : 요즈음 저는 불손하게도
近自託於無能之辭(근자탁어무능지사) : 무능한 문장에 스스로를 기탁하려고
網羅天下放失舊聞(망라천하방실구문) : 예부터 세상에 전해 내려오는 누락된 이야기를 망라하여
略考其行事(약고기행사) : 간략하게 고증하고
綜其終始(종기종시) : 시작과 결말을 종합하여
稽其成敗興壞之紀(계기성패흥괴지기) : 성공과 실패, 흥성함과 쇠망함의 이치를 살펴보고자 했습니다.
上計軒轅(상계헌원) : 그리하여 위로는 현원(황제(黃帝))에서
下至于玆(하지우자) : 아래로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爲十表(위십표) : 표 10편
本紀十二(본기십이) : 본기 12편
書八章(서팔장) : 서 8장
世家三十(세가삼십) : 세가 30편
列傳七十(열전칠십) : 열전 70편 등
凡百三十篇(범백삼십편) : 무릇 130편을 지어
亦欲以究天人之際(역욕이구천인지제) : 하늘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하고
通古今之變(통고금지변) : 고금의 변화를 살펴
成一家之言(성일가지언) : 일가(一家)의 문장을 이루고자 했습니다.
草創未就(초창미취) : 그러나 초고를 작성하기도 전에
會遭此禍(회조차화) : 이런 재난을 당하게 되었습니다
惜其不成(석기불성) : 이 일을 다 완성하지 못했으므로
是以就極刑而無慍色(시이취극형이무온색) : 비록 극형을 당했으나 노기를 띠지 않은 것은
僕誠以著此書(복성이저차서) : 제가 이 책을 저술하여
藏諸名山(장제명산) : 여러 명산(名山)에 보관했다가
傳之其人(전지기인) : 제 뜻을 알아줄 사람들에게 전해
通邑大都(통읍대도) : 모든 고을과 도시에 알리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則僕償前辱之責(칙복상전욕지책) : 이렇게 되면 제가 이전에 치욕을 참고 자결하지 않았다는 질책을 보상받게 될 것입니다.
雖萬被戮(수만피륙) : 비록 수만 번 죽임을 당해도
豈有悔哉(기유회재) : 어찌 후회함이 있겠습니까?
然此可爲智者道(연차가위지자도) : 그러나 이는 슬기 있는 사람에겐 말할 수 있지만
難爲俗人言也(난위속인언야) : 일반 사람에게는 하기 어렵습니다
且負下未易居(차부하미역거) : 또한 죄를 지은 자는 처신하기가 어려우며
下流多謗議(하류다방의) : 천박한 사람은 비방받기가 쉬운 법입니다
僕以口語遇遭此禍(복이구어우조차화) : 제가 말을 삼가지 못하여 이러한 화를 입고
重爲鄕里所戮笑(중위향리소륙소) : 거듭 마을 사람들의 웃음거리가 되어
以汙辱先人(이오욕선인) : 조상을 욕되게 했으니
亦何面目復上父母丘墓乎(역하면목복상부모구묘호) : 무슨 명목으로 부모님의 묘소를 찾아 가겠습니까?
雖累百世(수루백세) : 수많은 세월이 흐른다 해도
垢彌甚耳(구미심이) : 수치만 더 심해질 뿐입니다
是以腸一日而九迴(시이장일일이구회) : 이로 인해 하루에도 창가가 아홉 번 씩이나 끊어지는 듯하고,
居則忽忽若有所亡(거칙홀홀약유소망) : 집에 있으면 정신이 몽롱하여 무엇인가 잃어버린 것 같으며
出則不知其所往(출칙불지기소왕) : 문을 나서면 어디로 가야할지를 모르겠습니다.
每念斯恥(매념사치) : 매번 이러한 치욕을 생각할 때마다
汗未嘗不發背沾衣也(한미상불발배첨의야) : 등에서 식은땀이 흘려내려 옷을 적십니다
身直爲閨閤之臣(신직위규합지신) : 몸이 환관과 같은 신하가 되었으니
寧得自引於深藏岩穴邪(영득자인어심장암혈사) : 어찌 스스로 은거생활을 할 수 있겠습니까
故且從俗浮沈(고차종속부심) : 그래서 잠시 세상의 부침과
與時俯仰(여시부앙) : 시대의 흐름에 따라
以通其狂惑(이통기광혹) : 행동하며 미치고 어리석은 사람들과 교유하고 있습니다
今少卿乃敎以推賢進士(금소경내교이추현진사) : 지금 소경께서 저에게 현인을 추천하라고 하셨는데
無乃與僕私心刺謬乎(무내여복사심자류호) : 이는 저의 개인적인 속뜻과 어긋나는 일이 아니겠습니까?
今雖欲自雕琢曼辭以自飾(금수욕자조탁만사이자식) : 지금 비록 제가 미사여구로 제 자신을 숨다 해도,
無益於俗(무익어속) :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고
不信(불신) : 사람들도 믿지 않을 것이니
適足取辱耳(적족취욕이) : 도리어 스스로 부끄러움을 취할 뿐입니다
要之(요지) : 요약해서 말씀드리면
死日然後是非乃定(사일연후시비내정) : 제가 죽은 연후에야 옳고 그름이 가려질 것입니다.
書不能悉意(서불능실의) : 글로써는 능히 저의 진심을 다 쓸 수 없어
略陳固陋(약진고루) : 저의 고루한 생각을 간략하게 적는 바입니다.
謹再拜(근재배) : 삼가 두 번 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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