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삶의 중심축이 세월의 흐름에 맞추어 이동한다는 것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나의 일상으로 돌아보면 조금 더 확신이 든다. 나 자신도 후배와 얘기할 때와 선배와 대화할 때 주제와 주도권이 달라지는 것을 절감하기 때문이다. 선배들과 얘기할 때면 끼어들 틈이 없어 고개만 끄덕이다가 말지만, 후배와는 정반대로 나만 떠들다가 시간이 다 흘러간 것을 뒤늦게 반성하는 것을 매번 확인하곤 한다.
청년은 미래를 얘기하고, 중년은 현재를 얘기하고, 노년은 과거를 얘기한다....
한 신문의 풍자 만화에서 어울릴 수 없는 세대를 넘어선 대화는 불가하다는 현실을 두고 꼬집어 말하는 것이다. 공감에 통감까지 하게 되는 대목이다. ‘금연하겠다.’는 도전보다 훨씬 더 어려운 ‘내려 놓는다.’는 불가능한 도전장이 무참히 깨지는 시발점이 바로 이때다.
[모두가 좋아하는 여행은 익숙하지 않은 곳을 찾는 행위다/ 사진.김형래]
왜 시니어는 과거와 현재에서 발을 떼지 못하는 것일까?
과거는 변할 수 없는 시간 속에서 수 없는 복습을 통해 굳어지고 다져 지고 재확인되었기에 진실에서 멀어질 수 없고, 주니어에게는 시니어의 과거는 접근할 수 없는 역사 속에 존재하는 상상과 독점의 시간이기에 고수하고 주장하고 지키듯이 떠나지 못하는 것이다. 과거는 현재를 설명하는 확실한 증거이고 근거이고 확신이기에 익숙한 것이다.
익숙한 곳이 방어에 안전하고 갈림길에서 고민하지 않아도 되니 기억에서 멀어지기 싫은 것이다.
새로 맞춘 와이셔츠의 날선 목둘래가 주는 압박감보다는 다소 힘빠진 바래기 시작한 와이셔츠가 주는 무른 느낌이 좋고, 새 구두가 주는 긴장감 높은 뒷꿈치의 바로 세워 키를 높여보이는 즐거움보다는 걸음 습관에 비스듬히 기울어진 낡아가는 구두의 뒤축이 주는 친근감에 더 정감있다.
시니어에겐 익숙한 것이 많아진다. 지나온 세월만큼 익숙한 것이 행보를 따라 한 줄로 이어지듯 늘어져 있다. 익숙한 것은 추억이고 전설이며 진리이기 때문이다. 익숙한 것이 편안하고 안전하고 심지어는 따뜻하기까지 하다. 우리는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고 싶지 않다. 그런데 과연 가능한 일일까? 지금 이대로 살면 편안할만한데 무엇을 바꾸고 바뀌어야 할 이유가 있을지 의문이 들 수 있다. 그런데 우리 모두는 익숙한 것보다는 스스로 매일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정말일까?
살아있는 한 우리는 매일 새로운 시간을 만난다.
인류는 창조 후 매일 새로운 시간을 살고 있는 것이다. 날짜 뿐만 아니라 시간도 그 누구도 아주 새로운 시간을 쓰고 있다. 과거를 재생해서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내가 변하지 않아도 주변이 변한다. 시간이 아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현실을 부정할 수 없다. 아니 매일 새로운 생활을 하고 있다. 익숙한 것과 늘 벗어나고 있는 것이고, 늘 새롭고 그래서 경험하지 못한 시간을 만나고 있다.
익숙한 것에 머물러 있겠다고 고집을 피워도 살아있는 모두는 멈추지 않는 시간의 흐름에 맞추어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는 것이다. 오히려 익숙한 것에 멈추어 있다는 것이 착각인 셈이다. 시간이 자연스레 흘러주기에 추억과 익숙함이 아름다워지는 것이다. 익숙한 것과 멀어짐을 두려워 필요가 없다. 시니어는 주니어보다 더 오랫동안 새로운 시간을 만나봤기에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것, 변화하는 것에 대해 더 익숙하고 잘 적응한다. 그래왔다. 가만히 들여다 보면 우리 모두의 삶은 늘 도전이고 개척의 연속이었다. 더 오랜시간 늘 새로운 세상을 만나왔던 시니어의 경험과 실력이 추억으로 얘기해주고 있다.
마침 이에 걸맞는 성경구절이 생각난다. "너희는 이전 일을 기억하지 말며 옛날 일을 생각하지 말라. 보라 내가 새 일을 행하리니 이제 나타낼 것이라 너희가 그것을 알지 못하겠느냐. 반드시 내가 광야에 길을 사막에 강을 내리니 장차 들짐승 곧 승냥이와 타조도 나를 존경할 것은 내가 광야에 물을, 사막에 강들을 내어 내 백성, 내가 택한 자에게 마시게 할 것임이라" 이사야 43장 18절부터 20절까지의 말씀
익숙한 것으로부터 멀어진다는 것을 두려워 말라, 그토록 원하던 더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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