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금리가 1%에 안착하는 기미를 보이면서 ‘재테크'에 비상이 걸렸다. 은퇴 후 ‘이자'로 생계를 잇던 시니어에겐 비상 경보등이 쉴 새 없이 울려 드는 판국이다. 금리 0.5%만 더 준다면 수십 년 단골이 되었던 주거래 은행을 바꿀 판국이고, 대출이자를 낮춰준다니 수십 조 원의 계약이 새로 이루어졌다. 이런 형국에 재테크를 통해서 돈이 돈을 벌어주는 기대치는 작아질 수밖에 없고, 재테크 기술이 단수를 높여보아도 늘려서 만족감을 키우기가 만만치 않은 일이 되어 버렸다.
그래도 예전에는 자식 농사가 가장 큰 수익률이었는지 자식공부에 열성을 보였던 어른들의 관심을 아직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공부에 몰입하게 한 이유는 많다. 예나 지금이나 공직에 합격하려는 많은 이들의 소망은 합격 뒤에 자연스럽게 따르는 신분 상승과 덤으로 얻게 되는 부와 명예가 아닐까 싶다.
[지혜를 나눔은 산술적으로 계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 /사진. 김형래]
16세기 조선시대에 국가선발시험에 9번이나 수석으로 합격한 인물을 조명해 보자. 그의 별명은 '구도장원공(九度壯元公)'이었다. 지금의 3대 고시에 합격한 정도를 크게 앞서는 대단한 실력자였음이 틀림없다. 조선시대 최고의 수재인 '9도장원공(九度壯元公)'은 경제적으로 어떤 생활을 했을까?
경기도 파주가 고향인 아버지도 가난했던 지라, 외가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보냈던 그에게 13세 첫 과거의 장원 급제는 큰 변화를 예고했다. 그런데 실상은 세상 사람들의 예상은 크게 벗어났다. 아버지와 마찬가지로 청빈한 생활을 이어갔다. 요즘도 집 없는 사람이 많지만, 그도 셋방살이를 전전했고 높은 자리에 있는 동안에도 거의 집 없이 살았다고 한다. 황해도 해주에서 관직 생활하던 때에는 손수 대장간을 차려서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고시 수석합격자가 대장간을 내어 생계를 이을 정도로 녹봉이 낮았던 것은 아니었는데, 신분계급이 엄격했던 조선 시대에 대장장이는 낮은 신분이 하던 일이었지만 그는 마다하지 않았다. 천민이 하는 일을 하면서 끼니를 이어간 이유는 다른 곳에 있었다. 투자의 실패나 과소비의 후유증, 연대 보증에 대한 책임 등 경제 활동의 위축 때문이 아니었다. 가난한 친척이나 백성에게 모두 나눠주는 재테크를 발휘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관직과 관련된 청탁도 받아들인 적이 없었기에 경제적인 여유는 누리지 못했다. 그는 13살에 장원 급제를 한 이후 45세 때 대사간에 오른 뒤 호조 판서, 이조 판서, 형조 판서, 병조 판서를 지냈던 분이지만 그가 세상을 떠날 때에는 친구들이 수의를 빌려 장례를 치를 수 있었다고 한다.
자 그렇게 청빈하게 관직 생활을 한 '9도장원공'은 누구인가? '10만 양병설'을 주장했던 율곡 이이 선생이다. 율곡 이이 선생의 학문적 공적이 워낙 높기에 그의 현실적 생활은 그리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돈을 가까이하면 그릇된 마음이 싹트고 분별력이 떨어지게 되기에 오히려 돈을 멀리하려 애를 썼고, 오직 청렴을 신조로 평생 깨끗한 삶을 살았다.
그의 공적은 지폐에도 남아 있다. 존경하는 마음을 담아 조폐 공사에서는 5천 원 권에는 아들이 5만 원 권에는 어머니가 나란히 자리를 잡고 뭍 한국인의 가죽지갑에 고이 접혀 통용되고 있다.
재테크는 정보와 기교에 발품을 아끼지 않고 크게 부풀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것으로 통용되고 있다. 그러나 늘리고 키우는 것만이 재테크가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율곡 선생의 행적을 보면 절로 자식농사의 보람을 찾는 길 중에서 가장 귀한 것이 무엇인지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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