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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Senior 골든라이프-41] 동무들아 오너라, 봄 나물 뜯으러 가자 GOLD & WISE 3월호

by Retireconomist 2015. 3. 13.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너도나도 바구니/ 옆에 끼고서

달래 냉이 씀바~귀/ 나물 캐오자/ 종다리도 높이 떠/ 노래~ 부르네

동무들아 오너라/ 봄맞이 가자/ 시냇가에 앉아서/ 다리도 쉬고

버들피리 만들~어/ 불면서 가자/ 꾀꼬리도 산에서/ 노래~ 부르네

-동요 ‘봄맞이 가자’ 중


진상품이던 봄나물에 무슨 뜻이 담겨 있었을까


봄나물은 임금께도 진상하던 귀한 식품이었다고 한다. 입춘이 되면 궁중에서는 입춘오신반(立春五辛槃)을 진상하고 민가에서도 서로 선물로 주고받았다는 기록이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에 나온다. ‘오신반(五辛槃)’. ‘오신채(五辛菜)’, ‘오훈채( )’라고도 하는데, 자극성이 강하고 매운맛이 나는 채소로 만든 나물을 뜻한다.


노란색 나물을 가운데에 놓고 주위에 청·백·적·흑의 나물을 담았는데, 여기에는 임금을 중심으로 사색당쟁을 초월해 하나로 뭉치자는 정치 화합의 의미가 담겨 있다. 또 임금은 진상 받은 오신채를 중신(重臣)에게 하사했는데, 화합을 바라는 임금의 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서민도 으레 오신채를 먹었는데, 이때 오색이란 사람이 갖춰야 할 다섯 덕목인 인(仁, 靑色), 의(義, 白色), 예(禮,赤色), 지(志, 黑色), 신(信, 黃色)을 상징하며, 채소도 그 오색에 맞춰 골랐다. 영양 면에서도 균형 잡힌 조합이지 않았을까 싶다.


조선 후기 실학자 유득공(1748~1870)이 쓴 <경도잡지(京都雜誌)>의 ‘세시편’에는 “경기도 골짜기의 여섯 읍에서는 움파, 산갓(山芥), 승검초를 진상한다. 산개는 초봄 눈이 녹을 무렵 산에서 자생하는 겨자다. 끓는 물에 데쳐 초장으로 조미하면 맛이 대단히 매워 고기를 먹은 뒤에 먹으면 좋다. 승검초는 움에서 기른 당귀다. 깨끗하기가 마치 은비녀 다리와 같은데, 꿀에 찍어 먹으면 매우 좋다”라고 기록되어 있다. 봄나물을 먹는 풍습이 예부터 이어지고 있음을 잘 설명해놓았다.

봄나물과 관련해 또 다른 전통이 전해 내려온다. 바로 오신채를 금하는 불교의 전통이다. 불가에서 금기시하는 다섯 채소는 마늘(대산, 大蒜), 파(혁총, 革蔥), 부추(난총, 蘭蔥), 달래(자총, 慈蔥), 무릇(흥거, 興渠) 등이다. 


부처가 제정한 계율의 조례(條例)를 모은 <율장(律藏)>에 따르면, 이런 음식을 공양하면 입 주위에 귀신이 달라붙는다고 한다. 향이 강하고 자극적인 식자재의 섭취를 금한 것으로 볼 수 있는데, 자극적인 음식이 인간의 정신과 육체를 흥분시키고 이로 인해 번뇌를 일으켜 수행을 방해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불교가 깊이 뿌리내린 시대를 살았던 우리 선조의 음식에서는 자극적인 음식은 좀처럼 찾아보기 어려웠다. 하지만 절기 중에 자극적인 음식을 권하는 유일한 절기가 있으니, 바로 ‘입춘’이었다. 눈 밑에서 갓 돋은 햇나물을 먹으며 봄을 맞이하는 풍습은 겨우내 잃었던 입맛을 돋우고, 그에 함유된 비타민 등을 섭취해 영양을 보충하기 위함이었다.


우리 음식문화 속 나물의 의미


먼저 우리 요리에서 ‘나물’이 어떤 것인지를 정의할 필요가 있다. 나물이란 우리 전통 요리의 하나로, 사람이 먹을 수 있는 온갖 잎, 열매, 줄기, 뿌리, 새순 등의 식물을 말리거나 찌거나 삶거나 데치거나 숨을 죽이거나 혹은 날것으로 온갖 양념을 해서 먹는 음식이다. 주거지 주변에서 채집되는 식물뿐 아니라 다른 작물의 부산물인 덩이줄기, 뿌리, 열매, 잎, 줄기인 우거지, 무청, 고구마 줄기, 토란대 등도 특별히 먹을 수 없을 정도의 독이 있거나 거친 것이 아니면 활용해 나물을 만들어 먹었다. 이 계절의 별미인 나물의 재료로는 냉이, 두릅, 달래, 씀바귀 등이 있다. 물론 사시사철 구할 수 있는 재료로는 콩나물, 숙주나물, 시금치, 고사리, 시래기, 곰취 등도 있다.


인류는 생존하면서 채집보다는 재배가 더 경제적이고 효율적임을 역사적 경험으로 깨달았고, 그를 바탕으로 농업이 발전했다. 채집을 하는 경우는 경작할 수 없는 환경이거나, 생산량이 너무 작아서 경작성이 낮을 때뿐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식생활 문화에 채집한 식물로 만든 나물이 일반적으로 자리 잡은 건 특이하다. 우리 전통 요리에서는 나물이 빠지질 않는다.


봄나물에 깃든 의미와 효능


달래가 으뜸이다. 달래는 왕께 진상하는 ‘입춘오신채’ 중 하나이고, 봄나물 가운데 유난히 향이 강하고 쌉쌀한 맛을 낸다. 달래의 영어 이름은 ‘Wild Rocambole(야생 마늘)’로 부추의 일종이며, 소산(小蒜, 작은 마늘), 야산(野蒜, 들마늘), 산산(山蒜, 산마늘)이라고도 한다. 달래에는 비타민 A·C가 많고, 감기와 빈혈, 동맥경화를 예방하는 효능이 있으며, 해독 효과가 뛰어나 독벌레에 물리거나 상처를 입었을 때 달래를 빻아 상처 부위에 바르기도 한다.


냉이도 당연 꼽는다. 냉이는 영어로 ‘양치기 주머니(A Shepherd’s Purse)’나 ‘어머니의 마음(A Mother’s Heart)’이라고 한다. 이는 생긴 모양 때문인데, ‘양치기 주머니’라고 함은 냉이의 삼각형 꽃잎이 과거 양치기들이 허리춤에 차던 돈주머니와 비슷하게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어머니의 마음’이라 불리는 건 냉이가 추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새 날개처럼 감싸는 잎의 모습이 자식을 품는 어머니의 마음과 닮았기 때문이다. 씨, 뿌리, 잎을 모두 먹고, 한방에서는 지혈제로 썼다.

씀바귀는 잎과 뿌리의 하얀 즙이 쓴맛을 내 ‘괴롭다’, ‘쓰다’ 등의 의미를 가지게 되었고, 꽃말은 ‘순박함’이다. 쓴맛이 있으나 이른 봄에 뿌리와 어린순을 나물로 먹고 성숙한 것은 한방에서 진정제로 쓴다.


원추리는 우리말로 ‘넘나물’이라 하고, 봄에 어린 싹을 나물로 먹는다. ‘망우초(忘憂草)’라고도 하는데, 근심을 떨쳐버릴 만큼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해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꽃말도 ‘지극한 사랑’으로 곱다. 영어 이름이 ‘A Day Lily(하루 백합)’, 학명이 ‘Hemerocallis(하루의 아름다움)’로, 원추리 꽃은 보통 하루에 한 송이씩 피고, 그날 핀 꽃은 저녁이면 시들어 그 아름다움을 쉽게 잃는다고 한다. ‘득남초(得男草)’라고도 하는데, 예부터 ‘꽃을 몸에 지니고 다니면 아들을 낳을 수 있다’는 속설이 있어 그렇게 불렸다. 원추리는 마음을 안정시키고 스트레스와 우울증을 치료하는 데 효능이 있는 약초로 알려졌고, 폐결핵, 빈혈, 황달, 변비, 소변 불통 등을 개선하는 치료약으로 쓰인다. 약한 독성이 있어 많이 먹으면 좋지 않으며, 뿌리와 잎을 생즙을 내어 먹는데, 관절염, 상처, 종기, 요통 등에는 짓찧어 붙이기도 한다.


참나물은 어디에도 빠지지 않는다. 참나물은 그늘지고 습기 많은 곳에서 자라는 미나릿과의 여러해살이풀로, 봄과 초여름에 연한 잎을 잎자루와 함께 생으로 쌈을 싸서 먹거나 데쳐서 나물로 먹는다. 비타민이나 철분, 칼슘 등의 영양소가 다량으로 함유된 건강식품으로 복부가 차서 일어나는 동통과 설사, 이질에 효험이 있다고 전해 내려온다.


돌나물은 수근초 또는 돈나물이라고도 한다. 땅에 붙어 자라며, 번식력이 왕성해 잎, 줄기, 뿌리를 모두 채취해 가루로 만들어 먹으면 열을 내리고 해독 작용을 한다. 돌나물은 김장이 떨어지고 햇김치 재료가 나오기 전, 어중간한 시기에 김칫감으로 요긴하게 쓰였다. 새콤하고 시원한 돌나물김치는 봄철 입맛을 돋우는 데 크게 환영받았다. 또 단백질, 지질, 당질, 섬유, 회분 등의 영양소가 풍부하며, 섬유질이 적고 비타민 C와 인산이 풍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취나물은 단백질, 칼슘, 인, 철분, 비타민 B₁·B₂, 니아신 등이 함유된 알칼리성 식품으로, 맛과 향이 뛰어나 산나물의 대표라고 할 수 있다. 취나물은 시원한 반음지와 물 빠짐이 좋은 토양에서 잘 자라며 병충해에 강해 재배가 수월한 산채류다. 취나물에는 참취, 개미취, 각시취, 미역취, 곰취 등이 있는데, 그중 곰취는 맛과 향이 뛰어나고, 구하기 어려워 산나물의 제왕으로 평가받는다. 곰취는 잎 모양이 말발굽과 비슷해서 ‘마제엽(馬蹄葉)’이라고도 하는데, 꽃말은 ‘보물’이다. 취나물은 살짝 데쳐 쓴맛을 없앤 뒤 갖은 양념에 무치거나 볶아 먹는데, 감기·두통·진통 효과가 있어 한약재로도 쓰인다.

곤드레는 ‘고려엉겅퀴’란 국명을 가진 산나물이다. 여러해살이풀로 지역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4~6월에 먹을 수 있다. 데쳐서 우려낸 다음 묵나물, 국거리, 볶음 등으로 요리할 수 있으며, 과거에는 구황식물로도 이용되었다. 최근에는 건강식으로 곤드레밥이 인기를 끌고 있고, 요즘도 강원도 일대에서는 최고의 나물로 여긴다. 곤드레는 곰취와 그 효능이 비슷한데, 지혈, 소염, 이뇨 작용, 해열, 소종 외에 민간에서는 부인병의 치료약으로도 쓰인다.


삽주는 봄에 나는 산나물로 가을 전어에 버금간다. ‘산에서 맛있는 것이 삽주 싹과 더덕인데, 며느리 주기 아깝다’는 속담이 있을 정도로 산나물 중에서도 맛이 좋다. 삽주는 뿌리가 굵은데 이를 백출, 창출이라고 하며, 뿌리줄기에 방향성 정유가 함유되어 있다. 방향성 정유의 주성분은 아트락틸론인데, 이것이 후각을 자극해 반사적으로 위액의 분비를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삽주를 말려 1회에 2~3g씩 200cc의 물로 달여서 복용하면 발한, 해열, 이뇨, 진통, 건위 등에 효능이 있어 식욕 부진, 소화 불량, 위장염, 신장 기능 장애로 인한 빈뇨증, 팔다리 통증, 감기 등에 좋다. 요리는 어린 순을 나물로 해 먹는데, 쓴맛이 있으므로 여러 번 물을 갈아가며 데쳐서 잘 우려낸 다음 간해서 먹는다. 때로는 생채로도 먹는데, 쓴맛이 입맛을 돋워준다. 삽주는 면역 기능 항진 작용, 항응혈, 강장, 항균, 혈관 확장, 이뇨 작용 등에 효험이 있다.


봄나물 뜯으러 언제 어디로 갈까


산나물은 4월 중순에서 5월 초순, 중·고 지대는 5월 초에서 하순까지 채취하며, 6월 이후에는 나물이 억세서 먹을 수 없다. 봄나물 중 가장 먼저 나는 것이 쑥부쟁이와 두릅이며, 다음엔 원추리, 취나물, 고비 등이 저지대에서 자라기 시작하고, 고지대에서는 참나물, 곰취, 칼나물, 병풍취 등을 볼 수 있다.

 

산나물은 일교차가 크고, 그늘지며, 수분이 많고 비옥한 토양에서 잘 자란다. 햇볕이 잘 드는 곳에는 더덕, 두릅,파나물 등이, 햇볕이 적게 드는 곳에는 곰취, 참나물이 많다. 들판에서는 씀바귀, 달래, 냉이 등이 잘 자란다. 봄나물을 만나려면 안전한 곳에서 마음 놓고 뜯을 수 있는 지역 봄나물 축제를 추천한다. 지난해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범국민적 애도 분위기로 전국적인 축제 행사가 전면 취소되었지만, 올해는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강원도 봄나물 축제 치악산산나물축제(원주), 곤드레축제(평창), 진동계곡산나물축제(인제군), 삼둔산나물축제(홍천군), 곰취축제(양구군), 하늘다음·태백 산나물축제(태백시), 해살이마을개두릅축제(강릉시), 두타산산나물축제(삼척시), 곤드레산나물축제(정선군) 경상도 봄나물 축제 부산도시농업박람회(부산), 영양산나물축제(경북 영양), 기북산나물축제(경북 포항), 울릉도산나물축제(울릉도) 기타 지역 축제 용문산산나물한우축제(경기 양평), 한라산청정고사리축제(제주 서귀포) 등이 있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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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에서 발행하는 GOLD&WISE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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