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칼럼Column

[금융주의보-331] 한국에는 왜 '블랙 프라이데이'가 없을까?

by Retireconomist 2014. 11. 19.

2014년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11월 28일이다. 청교도 인이 주축이 되어 세운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을 기념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날짜를 추수감사절로 정하고 사용하는 것은 그 전통을 영국연방에서 지내는 ‘박싱데이(Boxing Day)’가 그 원류로 보는 것이 맞다.


‘박싱데이’는 크리스마스 다음 날을 가리키는 날로 중세시대 때부터 영주가 농노들에게 음식과 과일을 크리스마스 팁으로 주었고, 이때 선물을 상자에 포장해주었기 때문에 ‘상자(Boxing)’의 날이 된 것으로, 교회에서는 크리스마스에 헌금함을 열어서 비천한 시민에게 나누어주는 것 또한 이와 유사한 전통을 찾아볼 수 있다. 이 ‘박싱 데이’가 미국으로 넘어오면서 크리스마스가 아닌 추수감사절로 시기가 바뀐 셈이다. 최근에는 상업적인 마케팅의 위력으로 본질이 많이 바뀌었다.


미국에서 추수감사절 다음날이 ‘검은(Black) 금요일’로 불리는 데는 또 다른 기록이 있다. 1961년 필라델피아 신문에서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로서, 도심의 교통마비와 북적이는 거리, 터져나갈 듯한 쇼핑몰에서 일어나는 각종 사건·사고 때문에 경찰들에게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과 그 다음 날이 각각 '블랙 프라이데이'와 '블랙 새러데이'와 같다고 한 표현이 그 시초라고 한다. 또 쇼핑몰로 몰려든 소비자들로 말미암아 시즌 내내 직원들이 힘들어했다는 뜻으로 ‘(막막하고) 깜깜한(Black)’ 날이라는 유래와 이날이 연중 처음으로 ‘흑자(Black ink)’를 기록하는 날이라는 뜻에서 유래를 찾기도 한다.


[쇼핑은 성취감과 사회적 지위를 높여주는 효과가 있어서 나이에 관계없다고 한다 /사진. 김형래]


이렇게 숭고한 어원은 ‘가진 자가 없는 이에게 나누는 날’ 일진데 이제는 ‘싸게 살 수 있는 대박 쇼핑일’로 정착이 되어가는 형국이다. 대세를 거스를 수 없게 흘러가고 있다. 이제는 1년에 쇼핑이 가장 많이 이루어지는 시기로 ‘추수감사절 휴가(Holiday Season)’의 개시일이 되어버렸다. 이때 모든 소매점과 온라인 쇼핑몰이나 할인점 등지에서 제품을 더더욱 낮은 판매가로 심지어는 90% 할인된 가격으로 팔아 치우기 때문에 미국 전역에서 많은 소비자가 싼값에 제품을 구매하기 위해 곳곳에서 장사진을 이룬다. 몇 년 전 까지만 해도 특이한 외국 풍물이라는 정도로 외신의 한 장면에 불과했는데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소비행태에 부응해서 이른바 ‘국외 직구’라는 소비형태의 하나로 굳어가고 있다.


얼마 전 한 후배가 회사에서 임원이 된 기념으로 처가에서 차를 한 대 사주었다고 자랑을 해왔다. 그런데 선물로 받은 자동차의 가격을 들먹이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를 싸잡아 비난하는 게 아닌가? “애국심으로 국산품 애용하도록 유도하는 게 이제는 신물이 납니다. 제가 장인어른에게 선물 받은 그 차, 국내 가격이 5천 510만 원인데 미국 판매가격이 4천153만 원이더라고요. 국회의원이 국회에서 정책 질의하는 것이 보도되었어요.”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조사한다는 결과가 언제 어떻게 나올까? 자못 궁금하다. 


엘리베이터에서 마귀할멈 분장을 한 꼬마를 만나 깜짝 놀란 것이 며칠 전의 일이었다. 정체 모를 국외 축제가 아무런 문화적 잣대 없이 들어오고 있어 씁쓸하고, 오랜 전통의 축제일이 외면당하고 있는 것이 글로벌로 가는 국제 시민의 보편적 자세인지는 잘 모르겠다.


얼마나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만들었기에 언어도 설고 문화도 익숙하지 않은 곳에서 물건을 사러 헤매게 하고 있는지, 안 팔린다고 하소연만 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길을 물어봐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요즘 소비자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던 국내 기업의 고가 판매에 그저 아무 말 없이 봉이 되어주는 것이 애국이라는 생각을 버린 지 오래된 것은 분명하다.


물론 세계는 하나가 되어가고 외국어도 능히 해내는 신세대에게 좀 더 저렴한 가격에 좋은 상품을 구매할 기회를 버린다는 것은 어리석게 보일 수 있는 면도 있다. 그런데 좀 더 심각하게 내용을 펼쳐보면 국내 유통업체들은 무엇을 하고 있기에 국내 고객을 국외 원정 쇼핑하도록 내버려두는지 알고 싶을 정도다. 그렇게 내수 경기 활성화를 외치고 있는데 어떤 이유로 고객을 빼앗기는지 알 수 없다. 한국에도 전세계 쇼핑족이 몰리는 ‘새로운 데이’를 만들어 봄 직하지 않은가? ⓒ김형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