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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33] 부서진 차를 빌려주니 회사가 성공하더라

by Retireconomist 2014. 11. 14.


얼마 전 가계부채가 1천조 원 돌파했다는 기사 한 귀퉁이에 자영업자 대출이 해마다 10조 원씩 증가하고 있다는 기사가 실린 것을 보았다. 5대 시중 은행의 자영업자 대출 잔액이 2010년 말 94조 원에서 2014년 10월 말 134조 원으로 늘어났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29조 원을 빌린 대기업 대출, 13조 원의 전세대출, 8조 원의 신용대출 등의 증가 폭보다 훨씬 빠르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어떻게 하면 자영업자가 불황기에 살아남을 수 있을까? 딱 10년 전이다. 이른바 슬럼프 비즈니스를 소개한 기사를 읽게 되었다. 당시 신문기사를 스크랩해놓고 10년이 흘렀다. 그리고 그 기업들이 현재 어떻게 살아남아 있는지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


슬럼프 비즈니스(Slump Business)는 다른 말로 하면 ‘불황 창업’을 뜻한다. 구조조정에 따른 불안정한 수입구조와 평균수명 연장 등으로 말미암아 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극도로 악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처럼 팽배해지고 있는 검약 분위기와 합리적 소비 경향을 배경으로 ‘불황 창업’이 주목받고 있다. 슬럼프 비즈니스를 크게 세 영역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번째는 실속 상품, 두 번째는 오래되거나 쓰던 상품, 세 번째는 교환, 중계, 중고시장이다.


▲ 석양과 낙엽의 조화가 동시불황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사진. 김형래


기사에 소개된 사업 중 가장 눈길을 끄는 사업이 ‘부서진 차를 빌려드립니다.’라는 대목이었다. 중고차 대여업을 하는 미국의 ‘렌트 어 렉’(Rent a wreck)이라는 회사 이름을 원문대로 번역하면 이런 뜻이 된다. 재미있는 사실은 국립중앙도서관 전자도서관에서 발견한 한 권의 책에서 중첩된다. 시작된다. 1994년에 인터워크라는 출판사를 통해서 발행된 저가 유재수의 《뭐 괜찮은 사업 좀 없습니까?》에서 ‘부서진 차’를 빌려드립니다. 로 소개되었던 똑같은 아이템이다.


알고 보니 이 회사는 이미 1968년에 로스앤젤레스에서 설립되었고, 1973년부터 프랜차이즈로 영역을 넓혀가고 있었던 것이다. 조합해보면 1968년에 설립된 회사가 2014년에도 진기하게 보이는 회사로 생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오래도록 회자하는 것은 실제로는 못 쓰는 부서진 차를 렌털하는 것이 아니고 임대료가 파격적으로 저렴한 낡은 차를 대여한다는 의미이다. 이 회사의 렌터카는 평균 2~6년 된 자동차이다. 새 차를 사들여 대여사업을 하는 게 아니므로 투자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고객에게 파격적인 가격을 제시할 수 있는 것도 투자 부담이 적은 탓이다.


부서진 차를 빌려주는 사업 이외에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에 있는 인터넷 창고 세일업체인 ‘하프 닷컴’(www.half.com)은 인터넷에 모든 물건을 50% 이하에 판매한다는 전략이 먹혀들어 급성장을 거듭한 끝에 370만 개의 상품을 취급하는 등 큰 성공을 거두었다. 취급 상품은 서적, 음반, 비디오 기기(DVD 포함), 게임 등 네티즌에게 인기가 높은 상품이어서 고객층이 매우 두꺼운 것도 성공의 배경이 되었다. 사무용품 할인점은 비용절감에 애쓰고 있는 영세중소기업을 상대로 사무용품을 대폭 할인 판매한다. 


미국 매사추세츠주 플래밍험의 ‘스테이플스’(www.staples.com)사가 이 업종의 원조이다. 이 회사는 중간업자를 배제하고 가장 싸게 사무용품을 공급할 수 있는 제조업체를 찾아내 소비자들의 가격할인 욕구를 충족시킨다. 종이와 펜에서 컴퓨터, 팩시밀리 등에 이르기까지 약 3만 여종을 취급하고 있다. 특이한 상품을 하나 개발했다. ‘창업자 상품세트’라는 것인데, 창업할 때 필요한 각종 사무용품을 한 세트로 만들어서 판매한다는 것이다. 세세하게 챙길 필요도 없고 빼먹을 일도 없으며 가격도 저렴하니 인기가 줄어들 일이 없다.


정리하자면 슬럼프 비즈니스의 성공 프로세스는 네 단계로 요약할 수 있다. 첫 번째. 꼭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라, 두 번째. 그렇지만 쓸 만한 상태로 공급하라. 세 번째. 파격적으로 낮은 가격에 팔아라. 네 번째.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추어라. 그러면 성공하더라. 불황 창업이 느는 것은 생계를 책임져야 하는 절박함 때문이다. 이런 때일수록 창업 전에 충분한 검토와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할 것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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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1/13/201411130095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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