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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29] 자녀는 위험(RISK)한가? 위험(DANGER)한가?

by Retireconomist 2014. 10. 18.


지난 9월 포럼에서 발제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유명인사도 많고 학력 높은 분도 많은데 아마도 저렴하고 쉽게 승낙받을 수 있는 나에게 기회가 온 것 같았다. 구면인 행사 기획팀장이 내놓은 얘기는 달랐다. 늘 같은 얘기만 하다 보니 식상이 났다는 것이다.


맨날 같은 반찬을 주어도 투정 없이 감사함으로 상을 받는 나와 대중의 입맛은 다른가 보다. 요리할 수 있는 메뉴를 열거하다 보니 팀장이 입맛을 다시며 콕 짚어서 대안까지 얘기해 달라는 것이다. 그래서 정한 것이 ‘자녀는 위험인가? 선물인가?’이다.


‘자식 앞에서 떳떳한 부모 없다.’라는 선인들의 말에 “나도 실천 못 하는 일인데...”라고 말끝을 흐렸지만, 정작 누구도 용기를 내지 않는다면 인생설계에서 중요한 관점을 스치고 지나가는 것과 같은 셈이라 만용에 가까운 승낙을 했다.


일본 사람들은 이름도 잘 지어낸다. ‘자녀 리스크 (Child Risk)’라는 말로 인생설계에서 위험한 여러 요인 중에 하나를 꼽아서 말을 만들었다. 우리가 흔히 쓰는 ‘재테크'도 그들의 작품이다. 부모 능력이 닿는 데까지 능력을 발휘해 교육 기회를 만들어 주었는데 자녀가 독립하지 않고 부모 곁에서 빌붙어 사는 것이 위험 요인이라는 것이다.


심하게는 ‘기생 자녀'라고도 부르고, 영국에서는 ‘부모의 노후자금을 갉아 먹는 자녀들(Kids in parents pockets eroding Retirement Savings)’이라는 문장을 줄여서 ‘키퍼스(KIPPERS)’라고도 부르고 있다. 가까운 중국도 예외는 아니다. 80세 넘은 노모의 젖을 먹는 풍자적 그림이 등장하는가 하면 이들을 ‘습노족(啃老族)’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노인을 핥아 먹는 자녀들'이라는 뜻이다. 흉측하고 불편한 단어를 고른 것 같아 거북하기 짝이 없다.


▲ 이 어린 조카 손주에게 위험이니 선물이니 논하는 것이 맞지 않아 보인다. / 사진.김형래


그런데 여기서 자녀의 독립에 대해서 불편한 심경을 표현한 ‘위험’이라는 단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금융공학에서는 위험을 두 가지 용어로 사용한다. 한 가지는 위험(Risk)이고, 또 한 가지는 위험(Danger)이다. 앞서 말한 위험(Risk)은 예상보다 좋아지거나 나빠질 수 있는 두 가지 가능성을 모두 포함한 것이다. 또한, 위험을 부담하는 대가로 기대 수익의 증가라는 보상을 받는 것이다. 예견 가능하고 그 위험에 대처 가능하고, 피해도 예상 범위 내에 한정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결과는 ‘좋아하느냐(Like)’와 ‘싫어하느냐(Hate)’로 평가가 된다.


금융회사에서 요즘 많이 내세우는 ‘중위험 중수익 금융상품'이라는 것이 바로 위험(Risk)의 크기를 좌우하는 척도 중에서 중간 정도에 위치한 것으로 보면 틀림이 없다. 반면에 위험(Danger)은 예상보다 오로지 더 나빠 가능성만을 갖는 것이다. 위험(Danger)을 부담함으로써 보상을 받게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예견 불가능하고, 대처도 불가능하고 피해도 예상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위험(Danger)은 나쁘냐(Bad), 싫어하느냐(Hate) 정도의 구분만이 있을 뿐이다. 위험(Danger)을 잘 설명하는 것이 교통사고나 독극물 등에 표기하는 것을 보면 쉽게 두 단어의 간극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위험한 발상이지만 아주 냉정하게 금융공학적으로 자녀의 위험을 위험(Risk)한 것인가 아니면 위험(Danger)한 것인가라는 측면에서 바라보자.

 

막장 드라마에서는 예외이지만 자녀의 숫자는 정해져 있고 쉽게 변동될 수치도 아니고, 이들이 원하는 것의 실현 가능 여부를 떠나서 기대하거나 원하는 상황과 문제는 우리가 예상하는 범위 내에 있고 미래의 기대 결과는 나빠질 가능성도 있지만 좋아질 가능성도 있는 대처 가능한 상황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결론적으로 금융공학적인 해석으로 보자면 자녀는 위험(Risk)한 존재이다. 풀어서 쓰자면 자녀는 기대보다 더 좋아질 수 있거나 실망시킬 수 있다는 양립적 상황에 있다는 것이다. 베이비붐 세대는 경제성장의 흐름과 인구효과로 혜택을 톡톡하게 받은 세대이지만, 지금 사회로 진출하고 있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인 베이비붐 주니어는 무겁게 현실을 마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자녀가 위험한 존재라고 자녀로부터 독립하는 즉 자녀와 멀리하는 것이 인생 2막의 중요한 전략처럼 내세우는 전문가를 만나게 되면 실소를 금할 수 없다. 부모는 자녀가 태어날 때 이미 평생의 기쁨을 다 주었고, 그들을 위해 그들의 인생이 의미 있고 행복할 수 있도록 능력 범위 내에서 지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 돌아보니 ‘자녀는 위험(Risk)도 아니고, 자녀는 선물(Present)이다.’라는 결론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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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10/17/201410170083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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