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vs 700 vs 20,000
이 숫자는 ‘명량해전'에서 일본군을 대파한 이순신 장군의 대적 상황이 아니다. 2014 리틀야구 월드시리즈 (제68회 세계리틀야구선수권대회)에서 한국 리틀야구대표팀이 대회우승을 차지한 것을 계기로 리틀야구 전용구장 숫자를 나라별로 단순 비교한 것이다. 대한민국이 7개, 일본이 700개, 미국이 20,000개. 열세 속에서 우승이라 더 크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기사가 나오면서 일본에서 살고 있는 후배로부터 일본의 리틀야구를 후원하고 있는 ‘프로야구 OB 클럽' 얘기를 듣게 되었다. ‘프로야구 OB 클럽'이 ‘리틀야구’를 열심히 후원했는데 성과가 없어서 안타까워 하더라는 얘기다.
운동 선수는 신체 활동을 근간으로 하는 직업이다 보니 근력과 반응속도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요소가 경쟁력을 가늠하게 되고, 은퇴는 운동선수들에게 달갑지 않지만 언젠가는 받아들여야 하는 단어 중 하나인 것은 분명하다. 운동선수에게 '은퇴'가 가장 두려운 이유는 자신이 가장 자신 있고 재미있게 해 왔던 ‘일’과 이별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잘 준비를 해서 평소에 하고 싶었던 다른 일을 하는 선수들은 그나마 행복하지만, 그래도 푸른 그라운드를 보면 마음이 뛰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같은 처지인 사람들은 동병상련으로 모임을 만들게 되는데 ‘OB 클럽’이라는 것이다.
[비오는 날, 도쿄 긴자거리에서 '기모노'입은 시니어와 주니어를 보다. / 사진. 김형래]
앞서 언급한 ‘리틀야구'를 적극 후원하고 있는 일본 야구은퇴선수들의 모임이 바로 '프로야구 OB 클럽(プロ野球 OB クラブ. http://www.obclub.or.jp/) ' 이다. 약 1,500명의 회원으로 현재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프로야구 OB 클럽의 법적인 명칭은 '공익사(公益社) 사단법인 전국 야구진흥회'. 이 법인의 사업 목적으로는 ‘일본 및 해외 야구계의 전문 아마추어 간의 교류를 촉진함으로써 야구에 관한 기술 수준 향상 등 야구의 보급 및 진흥을 도모하고, 일본 및 해외 스포츠 진흥과 국민의 심신의 건전한 발달에 기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로 되어 있다. 자산 2천만 엔(약 2억 원 수준)으로 지난 1998년 4월 23일 설립되었고, 2012년 4월 1일 공익법인으로 전환되었다. 주무관청은 내각부, 거래은행도 미즈호 은행, 미쓰비시 도쿄 UFJ 은행, 미쓰이 스미토모 은행으로 자세하게 공개되어 있다. 이렇게 투명하고 공개적인 OB클럽이 주는 의미를 생각한다.
‘프로야구 OB 클럽’의 첫 번째 사업내용은 ‘야구 지도자 양성’이다. 이외에 부수적으로 야구에 관한 기술지도, 프로와 아마추어 간의 교류에 이바지, 각종 행사의 개최, 전 일본 야구 회의 기타 야구 관련 단체와의 연계 협력, 회보 기타 간행물의 발행 그리고 기타 목적 달성을 위한 필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단체는 도대체 전 프로야구선수가 맞나 싶을 정도로 정열적으로 여기저기에 뛰어들고 있다. 최근에 자신 회원들을 위한 주목할 만할 활동이 있었다. 바로 ‘야구 지도자의 길'을 열어준 것이다. OB들이 다시 YB들과 좋아하는 '야구'를 함께 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진 것이다. 2013년 ‘학생야구헌장’이 대폭 개정되어 과거 프로야구 관계자가 학생야구 (대학, 고등학교)를 지도하는 길이 열린 것이다. 프로야구와 학생야구의 단절의 역사를 이번 기회에 허물게 된 것인데 '교사 실무 경험을 바탕으로 학생 야구 자격 회복을 인정한 교사 특례가 제정되어 실무 경험기간을 단축시키거나 학생 야구협회의 승인을 받은 강습 장소에서 교류가 실현될 수 있도록 하는 등 규제가 완화되었다. 그간 교사직에 관련된 자격이 없는 프로야구OB도 일정시간 연수를 받음으로써 학생 야구 자격회복을 인정하는 '학생야구 자격 회복제도'가 실시되게 된 것이다. 2013년 처음 열린 연수에는 약 460명의 ‘프로야구OB회원’이 진지한 마음으로 수강했었고 올해에는 더 많은 회원이 다시 구장에서 뛸 꿈나무를 키우는 일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원로나 은퇴 선수들이 시간을 내서 직접 야구를 위해 활동한다는 것, 매력 있지 않을까?
또 이들은 매해 어린이의 날에 전국 약 1만 3,000여 명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전국 소년야구교실’을 개최한다. 실시한다. 초등학교 4학년에서 6학년을 대상으로 한 장소에 약 150명에서 300명을 초청해 실시하는데, 이 행사의 스폰서는 일본의 유명 음료수 제조 업체와 유명 주택 건설업체가 후원을 한다. 매력적인 것은 이 야구교실은 무료라는 것이다. 이 행사의 취지는 ‘100만명과 캐치볼을!’이라는 것이다. 즉, 어릴 때부터 야구가 무엇인지 재미를 느끼게 해 줘서 나이가 들어서도 재미있게 야구를 즐길 수 있도록 또는 야구 선수로 꿈을 키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일종에 기술을 배우는 것 보다 재미에 중점을 두는 행사다.
또 전국 아마추어 지도자 강습회를 개최한다. 수강료는 1인당 5,000엔을 받는데 주로 11월에서 3월까지의 토요일, 일요일, 축제일 중 하루에 실시한다. 이 강습회가 주목할 만한 점은 포지션 별로 담당 강사를 파견해서 알려 준다는 점이다. 은퇴 선수들은 투수, 포수, 수비, 타격 각 분야별로 한 명씩 지역별로 있다. 특히 포수와 같은 경우는 아마추어에서는 키우기가 쉽지가 않은데 이런 점을 반영했는지 포수로 활동했던 은퇴 선수가 직접 나서서 강습회를 실시한다. 이외에 은퇴선수 회원파견하여 지방 아마추어 야구 심판을 위한 강습회, 초, 중학교 및 동호회를 위한 트레이너로 보내는 것이다. 그 밖에도 자신의 동호회 팀과 은퇴 선수와의 야구 시합도 할 수 있다. 또는 각종 오락 프로그램의 토크쇼나 이벤트 개최에 필요한 은퇴 선수들도 신청을 받고 있다.
일본은 ‘사회인 야구(社会人 野球)’와 ‘동호회 야구’를 다르게 부른다. ‘동호회 야구’는 일본어로 ‘쿠사노큐(草野球)’라고 부른다. 본래 ‘쿠사노큐’라는 말은 일본어로 ‘동네야구’라는 의미로서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주말에 모여 하는 야구 정도를 말한다. 반면 ‘사회인 야구’는 준 프로급 선수들이 뛰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토요타 자동차(豊田自動車) 또는 일본생명(日本生命)등의 대기업에서 운영한다. 일본의 ‘프로야구OB클럽’이 바로 ‘야구 동호회’를 후원하고 야구대회에도 직접 나서서 ‘전국 야구동호회 토너먼트(全国草野球トーナメント)’를 개최하고 운영한다. 단순 안부를 묻는 차원에서 만나서 먹고 마시고 즐기는 수준의 ‘OB클럽'이 아닌 것이다. 프로야구선수로 전성기를 보낸 은퇴 선수가 ‘야구를 잊는다.’라는 것은 쉽지 않은 말이다. 비록 선수는 아니지만 ‘야구’와 만난다는 것은 전직 프로야구선수에게는 감사할 일이다.
어디 프로야구 뿐이겠는가? 회사도 마찬가지이고, 공직도 마찬가지다.YB는 OB가 되기 마련이다.
비록 2014 세계리틀야구대회에서 우승은 한국팀에게 주었지만, 일본의 ‘프로야구 OB 클럽'이 주는 교훈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만나서 반갑고 헤어지면 아쉬운 정(情)을 나누는 것 뿐만 아니라, 목적성을 분명하게 두고 매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클럽 자체의 영속적 생존을 위해서 사업도 벌이고 제도도 개선해서 또 다른 일거리와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지혜와 경험을 말로만 한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행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도 수 많이 산재해서 모임마다 ‘정(情)’만을 나누는 ‘동우회, ‘동문회, ‘OB 클럽’들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점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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