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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20] 80세 넘으면 금융회사에 가족과 함께 가야한다?

by Retireconomist 2014. 8. 15.


<80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는 고령고객에 대해서는 금융상품 권유 시에는 가족이 동석하고 고령자 본인과 가족의 서명이 이루어지는 계약을 원칙으로 한다. 만일 이 원칙이 지켜지지 않으면 거래 계약은 인정되지 않으며, 거래에 따른 객관적인 확인을 위해서는 80세 이상의 고령고객과의 계약은 영업 담당자가 아닌 별도의 직원이 맡아 약정 결과를 연락해야 한다.>


우리나라 얘기가 아니다. 바로 이웃 나라 일본에서 지난해 12월 16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고령고객에 대한 권유 및 판매에 대한 지침'으로 ‘일본증권업협회(www.jsda.or.jp)’가 고령 투자자 보호 강화 차원에서 시행되고 있는 제도이다. 시행일로부터 3개월간은 제도 적응을 위한 유예기간이 설정되어 각 금융회사는 고령고객에 대한 금융상품 권유 및 판매에 관한 사내 규칙과 업무 흐름을 정비하였고, 지난 3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이 지침을 따르고 있다.


이 지침은 고령고객의 판단력과 건강상태 등을 확인하도록 요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유와 계약 시의 대화내용 녹음, 상세한 면담기록 보존, 80세 이상의 고령고객에 대한 권유 당일 계약의 원칙적 금지 등을 규정하고 있다. 일본 금융청(www.fsa.go.jp)도 일본증권업협회와 같은 날 감독 지침을 개정하고 그에 입각한 적극적인 대응을 금융회사에 요구하고 있다.


▲ 75세 시니어도 창업 대열에 참여하려는 열정이 있다 / 사진. 김형래

왜 이렇게 금융 거래를 복잡하고 어렵게 만든 것일까? 이유는 단순하다. 인구의 고령화 진전에 따라 금융회사 거래 고객 중 고령고객의 비중이 증가하고 있지만, 고령고객과의 체결된 계약에서 민원과 분쟁 발생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민원과 분쟁의 대다수는 설명 부족과 관련된 민원이 대부분인데, 민원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지 못했다거나 손실 위험이 낮다는 설명으로 말미암아 막대한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대해서 알지 못했다는 것이었다.


금융회사 직원으로서는 상품 내용을 충분히 이해시키고 판매한 것으로 파악되었다고 하더라고 실제로는 고령고객이 금융상품의 복잡성과 위험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것이 문제로 주목받는 것이고, 고령 계약자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이 소송을 제기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는 것이 일본금융회사의 고민이다.


일본 금융회사의 고령고객은 몇 살을 기준으로 하는가? 일본증권업협회 지침은 고령 고객의 범위를 75세 이상을 기준으로 하되, 80세 이상 고객에 대해서는 더욱 신중한 권유와 판매를 요구한다고 되어 있다.


단, 75세 이상의 고령고객에 대해서도 경영자와 임원 등 사회정세와 경제환경에 정통한 고객이고 담당자가 해당 고객의 성향과 투자 패턴을 충분히 파악하고 있으면 책임자의 사전승인을 전제로 관리 지침 대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고 예외를 인정하고 있다. 물론 금융상품 전체를 대상으로 하지는 않지만, 상품의 체계가 복잡하고 환금성이 떨어지는 금융상품이 ‘권유 유의상품'에 해당한다.


75세 이상의 고령고객에게 ‘권유 유의상품'을 권유할 때 금융회사 담당자는 사전 승인 후 고령고객과의 면담과 전화로 의견을 교환하고 이해력과 건강상태, 권유의 적절성 등을 판단하도록 하고 있다. 고객의 나이가 80세를 넘으면 가족이 동석하고 고령고객과 가족의 서명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아직 일본만큼 고령화가 진행되지는 않았지만, 고령 고객이 금융회사에서 금융상품을 거래하는 경우는 일본과 다름없이 분쟁 가능성이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나이를 구분점에 두지 않더라고 금융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가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꼭 제도를 똑같이 만들어 적용할 것은 아니지만, 충분한 설명과 이에 대한 이해가 요구된다는 공통점은 핵심 요소로 명확하게 정리된다. 이 부분은 서로 잘 이행하면 더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다.


더하자면 충분히 설명했다고 스스로 판단하는 자만감에 빠진 금융회사 직원과 잘 이해했다고 창구에서 직원과 대면하면서 자필 사인을 하고는, 원하는 수익이 돌아오지 않으면 이해하지도 못하는 금융상품을 강요했다고 거짓 고백하는 고객이 없기를 바란다.


그러고 보니 거칠고 냉정한 금융거래에서도 상호 존중하는 겸손의 예절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맑은 정신을 가진 80세 시니어가 꼭 가족과 함께 금융회사를 방문해야 하는 어처구니없는 제도가 만들어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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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8/14/201408140081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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