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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317] 직접 경험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by Retireconomist 2014. 8. 13.

스마트폰이 널리 보급되면서 새로운 풍속도가 만들어지고 있다. 스마트폰이라는 것이 전화기 속에 사진기가 들어있어서 마흔 넘은 남자에겐 꽃 사진을 담게하고, 환갑 전후로 손주를 보게 되면 남들이 보든 말든 사진을 들이밀며 강제로 보여주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어디 사진 자랑뿐인가. 멀리 떨어진 조카 손주도 수시로 옷을 바꿔입을 때마다 볼 수 있고, 재롱 한 가지 느는 모습을 바로 옆에서 보는 것같이 실감 나는 사진이 각종 SNS를 통해서 전달되어 오니 편리하기 그지없다.


나는 SNS에 대해서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편이다.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타인과 연결해서 일에 도움을 받고자 하는 사업적인 의도가 우선이고, 그래서 나에 대해서 알고자 하는 이에게는 얼마든지 공개하겠다는 생각을 하고 개방적인 방향을 유지해왔다. 덕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새로운 미래 고객을 만나기도 했고,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계기도 되어서 새로운 미디어로서 충분한 역할을 해주고 있다는 측면에서 보면 유익한 도구임에 틀림이 없다. 글 쓰는 오늘 현재 트위터 팔로우가 8천 명 가까이 되고, 페이스북 친구는 2천여 명, 카카오톡 친구는 2천6백 명을 넘고 있으니 적은 숫자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시달린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를 기억해주고 찾아줌에 대해서 감사하다는 생각이 더 많다.


[안경이 주는 장점도 있지만, 이 또한 쓰는 불편이 따른다 / 사진. 김형래]


최근에는 내가 의도한 SNS보다는 가입을 종용하는 친구들이 늘기 시작했다. 어떤 경우에는 강매하듯 카톡방에 들어오라는 종용을 받기도 하고, 밴드에 들어오지 않으면 동창회 명부에서 이름을 지우겠다는 애교 섞인 겁을 주기도 한다. 가멸차게 거절을 못하다 보니 40년 전의 인연을 찾아 초등학교 밴드까지 가입하게 되었고, 이래저래 가입한 SNS 마다 방문해서 출석도장 찍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닌 상황이 되어 버렸다. ‘SNS를 통해서 세상과 소통하는 것은 좋다.’라는 의학적 검증사실이 아니더라도, 굳이 몰려오는 친구를 거부하지는 않겠다는 내 주관에는 변함이 없다.


어제 스마트폰으로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나, 누구야!” 하는 소리에 긴장을 풀었다. 왜냐하면, 최근 SNS에서 인사한 초등학교 여자친구였기 때문이다. SNS에서 직접 말로는 얘기를 나누지 못해서 목소리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내가 전화해서 놀랐지?” 하는 다정한 얘기에 “아니야.”라는 화답으로 대화를 이어주었다. “너 고향에는 잘 안 내려오지? 이번 추석에는 내려오니? 고향에 오면 동창들하고 같이 보자” 하면서 관심을 보이더니, 아이들 얘기로 화제를 돌렸다. 아주 모르는 사이라면 사무적으로 나중에 통화하자고 했겠지만, 초등학교 3학년을 같은 반에서 반장, 부반장으로 가까이 지냈었고 아내와는 중학교, 고등학교 동창인지라 편하게 대해 주었다. “너는 애들 다 컸지?” 하면서 호구조사를 하더니 “우리 아들이 언론사에 취직했는데 캠페인을 한단다.” 하면서 ‘잡지 정기구독'을 부탁하는 것이다. 이 친구의 아버님도 언론사에 근무했던 것을 기억하면서 한 박자의 망설임도 없이 “대를 이어 축하한다. 그렇게 하마."로 화답하고 줄줄이 주소를 불러주었다. 아파트 주소까지 아는 것으로 보아서 아내와도 통화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의심을 해보자는 차원에서 “전화가 070이네?"라고 했더니 바로 이어서 “요즘 통신비가 너무 많이 나오잖아? 그래서 인터넷 전화 놓았지.”


전화를 끊고 나서 갑자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수줍었던 아이가 ‘아줌마'가 되면서 저렇게 성격이 바뀔 수가 있을까? SNS에 가입하라고 날이면 날마다 종용하던 고향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를 받은 그 친구의 첫 마디에 깜짝 놀랐다. “너도 당했냐?” 하면서 SNS에 들어가 보라는 것이다. 실제 주인공인 친구가 ‘어떻게 이럴수가 있어?’ 당황과 분노의 글을 올려놓았다. 분명히 내가 한 결정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 확인되었다.


그런데 스마트폰으로 또 다른 낯선 전화가 걸려왔다. “조금 전에 구독신청을 하셔서 확인차 전화를 드렸습니다.”라는 젊은 여자의 목소리였다. “지금 저는 녹음하고 있습니다. 구독신청이 되었다면 취소해주세요. 만일 청구서가 오면 녹음 내용을 가지고 법적 조치를 하겠습니다.” 단호하게 거절의사를 전했다. ‘아마도 구독신청은 취소되었을 것이다.’라고 믿고 있다. 구독 확인 전화가 온 것이 다행이라 생각했지만 덜컥 겁도 났다. 내 정보를 너무 많이 그리고 널리 공개한 것은 아닌지?


금융사기에 대해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글을 쓰기도 하고 직접 대중 앞에서 강의도 했었지만, 직접 경험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사기범이 접근했을 때 판독하고 벗어나기는 정말 쉽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얼마나 정교하고 체계적으로 정보를 취득하고 정리해서 이용하고 있는지. 비록 나의 경험은 직접적인 금융거래에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단순 상품 판매에까지 이런 식으로 ‘정보'를 활용하고 있다니 아연실색할 노릇이다.


‘이미 개인정보는 다 털렸다.’라고 더는 관리할 필요가 없다는 한탄의 소리를 듣기도 했다. 그렇다고 마냥 대문을 열어놓고 도둑을 맞이하듯 생활할 수는 없지 않은가. 그렇다고 세상과 소통하는 도구인 SNS를 접고 사는 것도 최선은 아닐 듯 싶다. 방법을 찾자면, 공개할 정보는 선별하고 거래가 있을 때에는 신중에 신중을 기하자는 것이다. 나 스스로 지키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은 없다고 배수진을 치자. 직접 경험하고 나니 정신이 번쩍 든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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