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소비계층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하자 기업들이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디마케팅(Demarketing)에 뛰어들게 되었다. 우리 나라에서 디마케팅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게 된 배경에는 불안한 경제상황이라는 악재가 버티고 있다. '돈 안되는 고객'에게 집중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분명히 보이는 것이다. 어떤 기업도 비용만 발생시키는 고객에게 계속 서비스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디마케팅이란 장기적인 관점에서 기업이 고객과 건실한 관계를 유지·발전시켜 나가려는 목적에서 수요를 의도적으로 줄이는 마케팅 활동으로 감소하다, 줄이다라는 뜻의 decrease의 접두사 de와 marketing의 합성어이다. 이 개념은 세계적인 마케팅 대가 ‘필립 코틀러(Philip Kotler)’와 ‘시드니 레비(Sidney J. Levy)’ 교수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arvard Business Review)’ 1971년 11/12월호에 발표한 논문 <Demarketing, Yes Demarketing>에서 처음 사용하게 되었다. 초과수요나 기업이 원치 않는 과도한 수요가 발생할 경우 일시적이거나 장기적으로 전체 혹은 일부 계층의 고객 수요를 줄이는 활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는데, 이것을 디마케팅이라 불렀다. 그때까지 기업은 항상 수요를 늘리는 데에 총력을 다해야 한다고 여겨지던 상황에서 기업이 앞장서서 수요를 줄이기 위해 마케팅 활동을 벌여야 한다는 이 역발상적인 개념은 당시 일약 선풍을 일으켰다. 간단히 줄여서 말하자면 '고객 잘라내기'이다.
▲ 굿게임쇼2014 초청받아 고객 유치 활동 중에 경기도지사가 부스를 방문했다
우리는 자기 자신 이외에 누구도 자신에게 안정을 제공해 줄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다. 상위 20%의 고객이 기업 수익의 80%를 올린다는 '80/20 법칙'이 있다. 그러나 실제로 고객들을 좀 더 세분화해 보면 의외의 사실을 알 수 있다. 상위 20%의 고객이 수익의 80%를 만들어내며, 그 바로 아래 40%의 고객은 수익의 30%를 창출한다. 반면 하위 40%의 고객은 이익은 커녕 오히려 수익의 10%를 까먹는다. 따라서 VIP들을 관리하는 귀족마케팅과 함께 반드시 병행해야 하는 전략이 바로 하위 고객들을 잘라내는 디마케팅이다.
'선택과 집중'의 디마케팅 전략은 시장이 불황기에 접어들었을 때나 포화 상태에 이른 저성장 시대에 더욱 효과적이다. 바로 그 때문에 최근 들어 국내외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이윤의 극대화라는 목표에 반하는 것 같지만, 오히려 기업 이미지를 높이고 수익성을 높임으로써 이윤 향상에 이바지하는 전략이다
기업이 디마케팅을 위해 고객 평가 작업에 착수할 때 일반적으로 최근에 고객이 자사의 상품이나 서비스를 얼마나 구매하고 이용했는지를 조사하게 된다. 기여도로 평가하여 우량 고객과 아닌 고객으로 간주하는 것은 매우 성급한 판단이다. 고객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다른 회사의 제품을 사기 때문에 구매액이 줄어든 것일 수도 있다. 아니면 주머니에서 돈을 꺼내는 것이 시간이 걸리는 것일 뿐 구매하려는 의사를 가진 고객을 잘라버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될 일이다. 한편으로는 많은 고객을 소개해 주는 간접적 기여는 하지만 직접 구매를 하지 않는다고 몰아내서는 안될 일이다. 따라서 최근의 구매 실적과 단편적인 자료 만을 가지고 고객을 평가하는 것은 금물이다.
고객들의 기여도를 정확하게 평가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양적 지표 외에도 개별 고객들의 이익 기여도를 정밀하게 분석한 질적 지표에 따라야 한다. 고객 평가가 정확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여러 가지 부작용이 발생한다. 무엇보다 비록 지금은 우수 고객이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량 고객도 아닌 고객들 중에서는 미래에 최우량 고객이 될 수 있는 고객들이 분명히 존재하기 마련이다.
늘 있어왔던 일이기도 하지만 일부 금융권에서 시니어 고객을 디마케팅하기 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대표적으로 본다면 온라인 거래를 확대하는 것도 일종의 시니어 고객에 대한 디마케팅 전술일 수도 있다. 또 일부 PB에서는 시니어 고객 모두를 디마케팅 대상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대출은 연체하지 않고, 신용카드도 사용하지 않으며, 높은 이자만 요구하는 특징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물론 고객의 기여도까지 정확하게 산출하는 것은 어렵지만 이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고 섣부르게 디마케팅을 실시한다면 회사의 잠재 고객을 미리 차단해버리는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결정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고객 잘라내기가 당장에는 속 시원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신중하게 진행해야 할 것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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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5/29/2014052900802.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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