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은 우리 몸의 움직임을 통해서 아름다움과 소망 그리고 감정을 표현하는 예술이고,
근육을 밀고 당겨 뼈를 조정하고 균형을 유지하면서 생명의 역동성을 발현하는 운동이다.
또 음악을 허공에 매달고 지축을 향해 스텝을 밟으며 상대와 연대감을 표현하는 사회적 활동이기도 하다.
이 봄의 시작을 춤을 통해서 바람처럼 흔들려보시지 않겠습니까?
40대에 접어든 스기야마 쇼헤이(야쿠쇼 고지분)는 일본의 전형적인 샐러리맨이다. 가정에서는 모범적인 가장이고 직장에서도 어느 정도 위치에 올랐으며, 교외에 이층집까지 마련해 나름 성공적인 삶이지만, 그는 심드렁하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전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날, 그는 우연히 차창을 통해 건물 창가에 서 있는 아름다운 여인 마이(구사가리 다미요 분)를 보고 호기심을 느낀다. 며칠 후, 마이가 강사로 일하는 댄스 교습소를 찾은 스기야마는 얼떨결에 회원으로 가입하고, 그날부터 다양한 사람들과 사교댄스를 배운다. 처음에는 어떻게든 마이를 만날 목적이었으나, 그는 어느새 교습소에서 만난 직장 동료 아오키와 회사 화장실에서 춤 연습을 할 정도로 사교댄스의 매력에 빠져든다.
한편 갑자기 스기야마의 얼굴에 생기가 돌면서 계속 귀가가 늦어지자 외도를 의심한 스기야마의 아내는 탐정에게 뒷조사를 의뢰한다. 탐정으로부터 사실을 전해 들은 아내는 반신반의하다가 스기야마가 출전한 사교댄스 경연장을 찾아 춤을 추는 남편을 보고 놀란다.
뒤늦게 관중석에서 아내를 발견한 스기야마는 당황한 나머지 결정적 실수를 하고 퇴장당하고 만다. 춤에 대한 스기야마의 열정은 슬럼프에 빠져 춤추는 의미를 잃어버렸던 마이의 마음을 움직인다. 단란한 가정과 안정된 직장을 가졌으나 공허감을 느끼던 40대 샐러리맨이 우연히 사교댄스를 배우면서 삶의 활력을 찾아간다는 수오 마사유키 감독이 연출한 영화 <쉘 위 댄스>의 주요 줄거리다. 일본에서 관객 220만여 명을 동원하고, 사교댄스 붐을 일으킨 작품이다. 1996년 일본 아카데미상 13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미국 선댄스 영화제를 비롯한 세계 유명 영화제에 초청돼 큰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는 미국에서 동명의 영화로 당대 최고의 배우인 ‘리처드 기어’와 ‘제니퍼 로페즈’가 주인공으로 나서서 2004년 개봉할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본판 <쉘 위 댄스>가 2000년 6월에 개봉되었다. 우리나라에 건전한 이미지의 춤바람을 일으킨 대표적인 사건이 되었다.
물론 국내에서도 춤과 관련된 영화가 개봉되었다. 2004년 이성재와 박솔미 주연의 <바람의 전설>과 다음 해 문근영, 박건형 주연의 <댄서의 순정>이 대표 영화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두 편의 영화는 춤바람을 잠재운 셈이 되어버렸다. 그렇다고 춤이 모두 사라진 건 아니다. 음악이 나오면 리듬에 맞춰 자연스럽게 스텝이 연결되었다. 퀵~ 퀵~ 슬로~ 슬로!
춤은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의 일부분이었다
어떤 학자는 ‘춤’의 기원을 말이 생겼을 때부터인 아주 오래전이라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동사가 먼저 나오고 명사가 가지 쳐 나온 문장 몇 개를 보면 절로 무릎을 치게 된다. 살다 → 삶, 자다 →잠, 꾸다 → 꿈, 웃다 → 웃음, 울다 → 울음, 걷다 → 걸음, 얼다 → 얼음, 쉬다 → 숨, 지다 → 짐, 놀다 → 노름, 추다 → 춤이 바로 그것이다. 사람이 살고, 잠을 자고, 꿈을 꾸고, 웃음을 웃고, 울음을 울고, 걸음을 걷고, 얼음이 얼고, 숨을 쉬고, 짐을 지고, 노름을 놀고, 춤을 추는 것과 같은 것이 바로 그런 예다. 이렇게 보니 춤은 오래전부터 우리 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춤의 영어 낱말인 댄스(Dance)는 산스크리트어의 ‘Tanha(탄하)’가 어원이며, Tanha는 ‘생명의 욕구’를 뜻한다. 중세 영어는 Daunce(Dawnce)로서, 옛 독일어 Danson(단손)과 비슷한 발음을 통해서 서로 연결됐음을 알 수 있다. 유럽 각국의 무용을 뜻하는 언어는 모두 이런 식으로 결부돼 있으며, ‘생활의 경험’이나 ‘환희 속에서 운동’이라든가 ‘활동의 요구’, ‘생명의 욕구’ 같은 뜻을 포함하고 있다. 그리스어의 춤에 해당하는 ‘Tenein(테네인)’은 라틴어에서 유래했는데, ‘긴장, 온몸이나 수족을 충분히 뻗친다, 지탱한다, 지속한다’ 등 신체의 주요 움직임을 지시하는 말과 어원이 연결되어 있다.
남자가 여자를 이끌고, 여자는 이에 따라가며 스텝을 즐기는 것을 말한다. 가족 친지가 모여 즐길 수도 있지만, 넓은 장소에서 경기를 하거나 보여주는 춤은 무도 예술(舞蹈藝術)로 부르기도 한다.
요즘 춤은 생활 체육이다
2013년이 돼서야 이른바 ‘춤 선생’에게는 정부가 공식으로 인정하는 ‘생활체육지도사’라는 자격증이 주어졌다. 이로써 춤이 예술이나 체조 등 전문 체육과 같이 동떨어진 것이 아니라 생활의 일부분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인식 전환의 계기로 작용하게 되었다. 그런데 지금의 시니어 세대에겐 춤=바람으로 여겨 제비나 꽃뱀 같은 부도덕의 상징이자 음성적 영역으로 치부해왔기에 더더욱 거부감을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이제는 공식적인 직업 영역으로 인정받음으로써 당당하게 나설 수 있게 됐다.
춤의 장점 몇 가지
첫째, 춤(Dance)은 세계인의 공통 언어다. 춤의 통일된 규칙을 처음 만든 이는 영국의 월터 레이드(Walter Laird). 그가 1961년 출간한 <라틴 댄스의 기술(Technique of Latin Dance)>을 통해 전 세계의 춤이 하나의 언어로 통일되고 규칙이 정립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 배우든 다른 나라에서 배우든 ‘왈츠(Walts)’는 같다. 서양 문화에 대한 사대적 조류라는 비판이 일기도 하지만 세계 공통의 춤인 ‘댄스 스포츠(Dance Sports)’, 즉 모던 볼륨 댄스와 라틴아메리카 댄스를 시니어에게 권한다. 시니어의 외국 여행이 잦아지면서 춤은 점점 더 필수 요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해외여행을 준비하면서 드레스나 연미복을 준비하는 시니어는 거의 없을 것으로 확신한다. 그런데 ‘크루즈 여행’ 프로그램 가운데 밤마다 열리는 무도회를 외면하면 여행을 절반도 못 즐기는 셈이다. 적어도 ‘왈츠’ 정도는 기본으로 추어야 세계인과 함께 무대를 즐길 수 있다.
둘째, 춤을 추는 사람은 예의가 바르다. 요즘은 남을 배려하며 예의범절을 지키는 사람은 정말 드물다. 반면 예절 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몸에 밴 습관처럼 행동으로 보여주는 사람이 있다. 바로 ‘춤’을 추는 사람이다. 춤을 청하는 허리 숙인 남자의 손길에서 나오는 ‘우리 함께 춤을 추시겠습니까?’를 연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춤은 예절에서부터 시작하기 때문이다. 시작부터 예절이기 때문에, 춤을 이해하는 혹자는 ‘춤 추는 사람이 그나마 예절이 있다’라고 칭찬하는 것의 근거가 되는 셈이다. 불륜이나 부도덕한 행위라는 선입견은 춤과 직접 연관이 없음을 설명하는 것이기도 하다.
셋째. 춤(Dance)은 복합 균형 운동이다. 춤은 한쪽 운동인 골프, 야구, 배드민턴, 탁구와 달리 몸 전체를 골고루 사용한다. 또 뒤꿈치를 가급적 쓰지 않고 앞꿈치를 사용하기 때문에 완충 작용을 한다. ‘왈츠’를 예로 들어보자. 왈츠가 한쪽으로만 회전하는 춤처럼 보일지 모르나, 왼쪽으로 여러 바퀴 돌았다면 그만큼 오른쪽으로도 돌아서 양쪽 균형을 맞추는 규칙이 있다. 춤을 ‘자연 가로 운동’이라고도 한다. 자연스럽게 걷는 듯이 하는 게 춤이라는 뜻이다. 따라서 연골을 덜 쓰게 하는 특징이 있어 시니어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운동이다. 우리 몸의 근육 70%가 하체에 몰려 있는데, 춤은 하체를 집중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최적의 운동 프로그램이라고도 할 수 있다.
넷째, 춤은 즐거움을 가져다주는 예술이다. 마라톤에서 희열을 느끼기 위해서는 숨이 넘어가거나 목이 타들어가고 심장이 멈출 것 같은 고통을 이겨야 한다고 한다. 그런 경지에 도달하는 것도 그리 쉽지 않고 그 과정 중에 많은 이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한다. 그런 반면에 춤은 음악을 들으며 박자에 맞춰 몸을 움직이는 행위이기 때문에 운동 효과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조예도 깊어지고, 혼자 추기도 하지만 여럿이 함께 추면서 상호 작용하는 집단 활동이기도 하다. 그러니 춤을 예술이라고 함에 이의를 다는 이는 없을 것이다.
몸치인 그대여! 몸치는 없다고 하니, 춤추는 것을 두려워 말라
노래를 잘 하지 못하는 사람을 일컬어 음치(音痴)라고 한다. 노래를 부르는 데 필요한 소리를 표현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음치는 비교적 흔한 편이다. 춤을 잘 못 추는 사람에게도 여지없이 몸치라는 단어를 붙인다. 그런데 춤 전문가는 몸에 장애가 없는 한 몸치는 없다고 한다. 춤은 운전을 배우는 것처럼 정확한 규칙이 있어 이를 따라 훈련하다 보면 점차 속도를 높일 수 있게 되고, 주차장에 주차하는 것과 같은 속도와 기술 그리고 감각을 배우는 것이라고 한다. 운전 실력과 마찬가지로 단지 늦을 뿐이지 노력하면 누구나 잘 출 수 있다는 말이다.
춤을 배우려면 어디로 가야 할까?
전문가들은 댄스 강습소 성지로 답십리와 장한평을 꼽는다. 학원에서는 춤을 크게 라틴댄스, 모던댄스와 사교댄스 등으로 나눈다. 라틴댄스에는 룸바(Rumba), 차차차(Cha Cha Cha), 삼바(Samba), 자이브(Latin Jive), 파소도블레(Paso Doble), 지터벅(Jiterbug) 등이, 모던댄스에는 왈츠(Waltz), 비엔나왈츠(Viennese Waltz), 퀵스텝(Quickstep), 탱고(Tango), 폭스트롯(Fox Trot) 등이 있다.
수강료는 학원에서 배우면 단체반은 주 2회, 회당 1시간 30분, 1개월에 15만원 정도고, 개인 교습은 기간에 제한 없이 회당 1시간에 20회, 150만원으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좀 더 편안하게 춤을 배우는 방법으로 댄스 동호회도 있다. 선택이 쉽지 않다면 거의 매주 열리는 댄스 경연 대회 현장에서 직접 보고 느낀 뒤 배울 곳을 정해도 된다. 또 인터넷에 ‘댄스 배우기’를 검색만 해도 내 입맛에 맞는 곳을 찾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단지 춤바람에 몸을 맡길 마음을 먹었느냐에 달렸을 뿐이다.
사교댄스는 더는 불륜과 부도덕의 상징이 아니다. 시니어에게 강력 추천할 만한 생활 체육이다.
이 봄, 춤바람에 흔들려보시겠습니까?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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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KB국민은행에서 발행하는 GOLD&WISE 2014년 4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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