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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202] 조기퇴직 유도하던 유럽국가들이 주는 교훈

by Retireconomist 2014. 4. 12.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조치로 유럽 연합국가들은 조기 퇴직통로를 일제히 제공했었다.


상당수의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 이후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한 청년실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령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였다. 특히 공적연금 수급연령을 낮추거나 연금 이외의 조기 퇴직통로(Pathways to Early Exit)를 제공함으로써 심각한 소득상실의 위험 없이 고령근로자가 조기 퇴직할 수 있는 발판을 구축하게 된 것이다.


연금수급연령과 관련하여 프랑스는 1977년부터 1986년까지 기업의 대규모 구조조정과정에서 고령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기 위해 공적연금의 연금수급개시연령을 65세에서 60세로 낮추었다. 그러나 채 10년도 되지 않은 1993년 고령근로자 조기 퇴직에 따른 연금재정 불안정 문제를 없애기 위해 연금개혁을 단행하게 되었다. 전체 노후소득보장체계에서 공적연금의 비중이 큰 프랑스는 연금수급개시연령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손쉽게 고령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유도할 수 있었다. 


네덜란드는 1980년대에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근로자의 조기 퇴직수단으로 장애 급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였다. 원칙적으로 장애 급여는 소득활동을 할 수 없다는 판정을 받을 경우에만 등급에 따라 급여를 제공하게 되어 있었으나, 일반적으로 고령근로자는 등급판정이 까다롭지 않고 근로 무능력으로 말미암은 실직상태가 지속될 경우 장애로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다. 따라서 급여수급 기간에는 보험료가 면제되면서도 법정퇴직연령까지 급여를 받을 수 있는 장애급여가 네덜란드 사용자들의 고령근로자 조기 퇴직의 수단으로 선호되었다.


상당수 유럽연합 회원국들은 1970년대 발생한 경제불황과 청년실업을 극복하기 위해 고령근로자의 조기 퇴직을 유도하였으며 이를 위해 공적연금을 포함한 별도의 사회보장제도를 활용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조기 퇴직제도가 근로가 가능한 고령근로자들에게 형태만 달리할 뿐 실질적인 의미에서 ‘무노동․유임금’의 형태로 운영됨에 따라 1980년대 들어서 고령근로자의 자발적인 조기 퇴직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유럽 각국에서는 봇물처럼 조기 퇴직을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함에 따라 근로가 가능한 근로자들이 공공부조제도로 운영되는 제도를 통해 대거 조기퇴직자 행렬에 동참하게 되고 이에 따라 국가의 재정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불어나게 되었고 이러한 현상은 급격한 인구구조 고령화 및 감속 경제성장으로 인해 해당 국가별로 조기 퇴직을 엄격하게 제한하는 방향으로의 제도개선을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 [도쿄역 앞 거리에서 600엔짜리 라면장사를 하고 계시는 정년 없는 사업자 시니어 / 사진. 김형래]


조기 퇴직의 역습이 시작되자 유럽연합국가들은 대책을 논의하게 되었다.


유럽연합회원국들은 급속한 인구 고령화 추세에 대비하여 연금제도를 포함한 노후소득보장제도를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제도로 재구축하기 위해 2001년 6월 고덴버그(Gothenburg)회의에서 3가지 대원칙을 설정하고, 이 같은 3가지 대원칙을 바탕으로 고령근로자의 근로유인 제고를 위한 유인장치 마련 등을 포함한 11가지의 세부목표를 2001년 12월 레켄(Laeken)회의에서 수립하였다. 3대 원칙은 보장의 적절성(Adequacy), 재정의 장기 건전성 (Financial sustainability), 제도의 현대화(Modernization)로 정리되었다. 


국가별로 내린 조치를 살펴보면, 네덜란드는 조기 퇴직제도(VUT 네덜란드어 Vervroegde Uitterding의 약자, 영어로는 Early Retirement)의 세제혜택을 폐지하고, 실업급여와 장애연금(WAO 네덜란드어 Werknemer Arbeidsongeschiktheidspensioen의 약자 )제도를 개혁하였다.


실업급여 수급대상자를 감소시키기 위해 정부는 고용주가 실업급여 보험료를 강제로 납부하도록 함으로써 57.5세 이상 고령근로자의 해고를 방지하도록 하였다. 결국, 네덜란드 정부는 강제퇴직은 가능한 한 억제하면서 자발적인 퇴직과 관련된 의사결정은 근로자 본인에 맡겨두되, 자발적인 퇴직에 따르는 모든 비용은 근로자 자신이 전적으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노동시장으로 고령 근로자들을 재진입시키는 대통합의 과정(Reintegration)을 적극적으로 장려하고 있다.


독일 정부는 법정퇴직연령인 65세 이전에 조기 퇴직하는 경우 단축된 근로 기간에 따라 매년 3.6%의 연금액이 감액되도록 설계함으로써 60세에 퇴직하는 가입자에 대해서는 최대 18%의 연금액이 감액되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65세 이후에도 근로 활동을 지속할 때 근로유인을 부여하기 위하여 연장된 근로 기간에 대해 매년 6%의 추가 연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독일은 근로시간을 점차 줄여가는 점진적인 퇴직과 시간제 근로 활동으로 인해 발생하는 소득부족을 보충하기 위해 1992년 부분연금제도(partial-pension)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50세 이상을 위한 뉴딜 정책(New Deal 50 plus)을 통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제고하고 있다. 뉴딜제도(New Deal 50 plus)는 6개월 이상 급여를 받고 있는 고령구직자에 적용되는 임의 프로그램으로, 취직되거나 자영자가 되기 최대 52주까지 교육수당과 직업상담서비스뿐만 아니라 고용 크레딧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광고 등을 통해 1999년에 도입된 연령다양성 고용관행법(Code of Practice on Age Diversity in Employment)을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고령근로자에 대한 차별 없는 고용문화 창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프랑스에서는 조기 퇴직에 따른 연금 조기지급 및 인구구조의 고령화 전망으로 말미암은 연금제정의 장기 불안정을 걱정하여 1993년 임금연동에서 물가연동으로 변경, 연금산정 기준임금을 과거 10년에서 25년으로 변경, 완전 노령연금 가입기간을 37.5년에서 42년으로 연장하는 연금개혁을 단행하였다. 따라서 65세 이하 프랑스 민간부문 피용자는 가입기간이 완전 노령연금 수급에 필요한 40년에 미달할 때 그 기간만큼 연금액이 감액되므로 40년 가입기간이 되기 전에 퇴직하지 않도록 하는 유인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조기 퇴직방식도 이제는 새로운 시각으로 들여다보아야 할 것이다. 


공공부조방식의 조기 퇴직제도를 남용한 상당수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뼈아픈 경험을 답습하지 않도록 될 수 있는 대로 고령 근로 유인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노후 소득 공백 기간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민연금제도를 포함한 여타 소득보장제도의 효과적인 설계 여부가 중요한 정책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최근 재취업과 창업 등을 통해 노동 일선으로 되돌아가려는 시니어의 자발적인 시도를 긍정적이고 전향적인 태도로 받아들여 그들의 지혜와 경륜이 더 이상 노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전사회적 국가적 관심과 제도가 뒷받침되어야 할 것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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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4/04/10/201404100084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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