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자동차나 자전거를 이용하는 이들에게 필수품이 있다. 지름길을 알려주는 '내비게이션(Navigation)'이라는 도구다. 인공위성을 통해서 받는 지도 정보에 각 도로 거점에서 확보된 최선 교통정보가 합하여 조회하는 시점에 가장 빠른 길을 찾아준다. 그러다 보니 운전자들에게는 교통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운행길이 만들어지고, 시각적 기억에 의존하던 길 찾기보다 경제적이고 합리적인 길 안내자로 철석같이 믿고 의지하는 귀한 존재로 자리매김하였다. ‘내비게이션’은 큰길이 아닌 지름길을 찾아주는 도구인 셈이다.
지름길과 큰길,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동양권에서 태어난 사람들에게 '큰길'은 군자(君子)의 길이라는 정서적 공감이 내재하여 있다. ‘군자대로행(君子大路行)’이라는 구절을 잘 인용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군자는 큰길로 다니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여기서 군자란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를 말한다. 그래서 군자는 자신을 속이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바른길로 가는 사람을 말하고 그렇게 행동하고 실천하는 이어야 한다.
[출근길 정체를 피하는 방법은 막히기 전에 길을 나서는 것이다. /사진. 김형래]
아쉽게도 '군자대로행'이라는 이 구절과 정확히 일치하는 원전을 찾아내지 못했다. 그 흔한 인터넷 검색에서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알고 보니 특별히 어떤 특정한 고전의 원문에서 나온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덕적으로 완성된 인격자라면 정정당당하게 바른길로 가라는 뜻이라고 조언할 뿐이다.
이 구절과 가장 유사한 문장을 찾았다. 《논어(論語)》의 '옹야(雍也)' 편에 나오는 글이다. 공자의 제자였던 자유(子游)가 무성(武城)이라는 지역의 행정 책임자로 발령받았다. 공자는 자유에게 훌륭한 인재를 얻었느냐고 질문했고, 자유는 담대멸명(澹臺滅明)이라는 사람을 자신이 만난 최고의 인재라고 대답했다.
이유는 "그는 지름길로 가지 않는 사람이다(行不由徑)."라는 것이다. 비록 아무리 빨리 가는 방법이 있더라도 원칙을 무시하고 잘못된 길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구절 중에 ‘행불유경(行不由徑, 길을 갈(行) 때 지름길(徑)로 가지 않는 것)’이라는 문구가 ‘군자대로행’과 정서상 가장 가까이 있었던 구절이 아닌가 싶다. 길을 갈 때 지름길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것은 편법보다는 원칙으로 일을 처리하는 자세를 천명한 것이다. 지름길로 가는 것이 훨씬 빠르고 이익인 것 같지만, 큰길로 가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는 뜻에서 일맥상통한다고 할 수 있다.
재테크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지름길을 가지 않는 것이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길이다.
맹자(孟子)는 인간이 가야 할 가장 편안한 길을 안로(安路)라고 하면서 그것이 의(義)로운 길이고 인간이 걸어가야 할 마땅한 길(當行之路)이고 하고 있다. 원칙을 벗어나 편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면 반드시 목표에 도달하지 못한다는 말이 《논어》에 나와 있다. ‘욕속부달(欲速不達)’이라는 구절이다. 원칙을 어기고 빨리빨리(速) 문제를 해결하려고(欲) 하면 목표에 도달(達)할 수 없다는 것이다. 조그만 이익(小利)에 눈이 멀면 큰일(大事)은 절대 이뤄질 수 없다(不成). 마땅히 가야 할 길을 가고, 원칙과 기본을 지키고, 조그만 이익에 눈이 멀지 않아야 비로소 먼 길을 제대로 갈 수 있다. 조그만 탐욕에 큰 것을 놓치는 결과(小貪大失)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다.
금융전문가들이 제시하는 '지름길'은 모두 사실이 아닐까?
전문가별로 금융시장을 보는 전문적인 식견이 있기 때문에 사실일 수도 있다. 그러나 진리는 아니라는 것이다. 수십, 아니 수백 명의 전문가 집단이 모여 만든 국외 펀드가 1/3토막이 나고, 한 증권사의 전 직원이 판매에 열을 올리던 수익률 높다던 그 채권은 휴짓조각이 될 판이 벌어지고 있다. 지름길이라고 선전했던 그 방법이 항상 큰길이 아니라는 것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물론 부실을 의도한 바는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편안하지 않았고 의롭지 않았으며 마땅하지도 않았다.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고수 몇 년만에 수십 원 수익올린 사연은?’, ‘오랜 연구 끝에 밝혀낸 급등주의 비밀로 대한민국 최고의 주식고수로 인정받아 수십억을 번 투자비책을 무료로 공개하다.’ 또는 ‘국내 유일하게 고급주식정보를 수집하고, 재야 고수의 투자 노하우를 공유하는 절망에 빠진 개미들에게 큰 희망’ 이런 문구의 기사로 위장한 광고를 지름길로 착각하지 말라는 것이다.
편법과 불공정, 불완전판매와 실명제 위반 등 옳지 않은 일들이 개입된 상품은 결코 좋은 성과를 내지 못했다. 하물며 길을 찾아가는 데 있어서 최강자로 자리 잡고 '지름길'을 척척 찾아주는 내비게이션도 최적길, 무료도로, 최소시간 등 적어도 세 가지의 길을 선택할 수 있도록 추천해준다. 지름길도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재테크에 있어서 더 가까운 지름길을 찾는데 몰두하는 것은 더 큰 위험을 찾는 것에 몰두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정정당당하게 바른길, 가장 안전하고 편안한 큰길을 찾는 것이 왕도(王道)임을 재확인하고, 재테크에 있어서도 예외 없이 큰길을 추천한다. ⓒ 김형래
'칼럼Column' 카테고리의 다른 글
[준비하는 재테크-203] 재테크에선 지름길 찾지말고 큰길을 찾아야 한다 (0) | 2014.04.18 |
---|---|
[금융주의보-300] 'G-Life 세대'는 누구인가? (0) | 2014.04.16 |
[준비하는 재테크-202] 조기퇴직 유도하던 유럽국가들이 주는 교훈 (0) | 2014.04.12 |
[준비하는 재테크-201] 시니어 의견을 경청한 교통사고 절감 대책이 필요하다. (0) | 2014.04.04 |
[금융주의보-298] 조기퇴직 유도하던 유럽국가들이 주는 교훈 (0) | 2014.04.03 |
[준비하는 재테크-200] 미국 베이부머들이 경제적 위험에 노출된 까닭 (0) | 2014.03.28 |
[금융주의보-297] 시니어 의견을 경청한 교통사고 절감대책이 필요하다. (0) | 2014.03.26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