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 시장에는 제도권의 반복적인 규제와 완화가 이어지고 있다. 아마도 시장경제 원리에 따라서 보면 한국의 사정이 특이하게 보일 수 밖에 없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자연적인 경제 흐름에 대해서 과도하다 싶으면 둑을 높게 쌓았다고 너무 물이 흐르지 않는다 싶으면 둑을 허물어 흐름을 키우는 반복적인 관리 기능을 연속하고 있다.
금융 시장의 개방이 점차 확대되어가면 갈수록 시장의 흐름을 관리하는 정책적 개입에 대해서 문화적 배경을 달리하는 투자자의 반응은 신경질적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정책 당국에서는 정상 흐름을 방해하는 요소가 확연히 눈에 뜨이는데도 불구하고 마냥 바라보기만 했다는 직무 유기라는 뜨거운 질타를 피할 수 없고 본연의 임무인 시장의 정상적인 운영에 대한 소명 의식을 버릴 수 없다는 직업 철학을 방해할 수도 없는 일이다. 그래서인지 규제와 완화를 반복하면서 시장 안정을 꾀하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 공매도가 과도한 금융주 하락으로 말미암아서 시장교란을 우려해서 공매도를 규제해왔고, 지난 11월 13일 열린 금융위원회에서 공매도 금지조치를 해제하기로 하였다.
듀람박물관(Duram Museum)에서 관람 중인 시니어. 그 인생의 경제는 어떤 방향으로 움직였을까? / 사진. 김형래
증권시장에서 공매도는 이러한 규제와 완화의 대표적인 주제가 된 것이 사실이다.
공매도(空賣渡, Nated Short Selling 또는 Naked Shorting)는 증권 거래 방식 중의 하나로, 가치가 하락할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보유하지 않는 상태에서 파는 것을 말한다. 그야말로 없는 유가증권을 파는 행위이니 한자로 빌 공자인 ‘공(空)’을 접두어로 ‘판다’는 의미의 ‘매도(賣渡)’와 합성어가 만들어진 것이다. 참고로 영어로 ‘Naked’는 옷을 입지 않았다는 의미이기도 하지만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다.’라는 뜻도 있다. 또 ‘Short’는 짧다는 뜻 이외에 ‘판다’라는 뜻으로 활용되었다. 이와 반대로 ‘산다’라는 Buy라는 용어도 쓰지만 Long도 같은 뜻으로 사용되는 단어다.
2008년 당시는 과도한 금융 주식의 가격 하락을 우려해서 공매도를 금지해왔는데, 이번 규제 완화 이유는 ‘올 하반기부터 주식시장 상황이 어느 정도 안정됐다.’이라는 한다. 그렇다고 공매도가 항상 주가 하락을 불러오지는 않는다. 없는 주식을 팔고는 정해진 기간 내에 다시 되사야 하는 숙명을 안게 되는데, 그 기간에 주식에 되려 올라가 버리는 상황이 벌어지면 싸게 팔아놓고 비싸게 사서 되갚아야 하는 희망과 다른 투자 결과가 발생하기도 한다. 우리가 흔히 외국인의 매수가 이어지면서 주가가 많이 올랐다고 희색 하던 상황을 반대로 돌려보면 외국인의 매도가 이어지면 주가가 하락하게 된다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규제 완화 시점에 시니어가 투자할 만한 금융 상품은 어떤 것이 있을까?
본인이 직접 주식을 사고파는 것에 대한 어려움을 피하고자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이 바로 펀드라는 상품인데, 그중에서도 시장 상황이 좋아서 주가가 오를 것이라는 일방향적 기대를 염두에 둔다면 ‘액티브 펀드(Active Fund)’에 가입하는 것이 좋다. 액티브 펀드는 펀드에 붙여진 이름 중의 하나로 싼 가격에 주식을 사서 높은 가격에 파는 것으로 운영하는 펀드의 일반적인 명칭이다. 이와는 달리 주가가 오르기도 하고 내리기도 하므로 이처럼 양뱡향적 상황을 보면 ‘롱숏 펀드(Long Short)’에 가입을 고려해봄 직하다. ‘롱숏 펀드’는 주가가 오를 것으로 예상하는 주식은 사고(Long), 내릴 것으로 예상되는 주식은 파는(Short) 거래로 수익을 남기는 펀드를 말한다. 대체로 오르락내리락을 반복하는 시장 상황에서는 ‘롱숏 펀드'가 유망해 보이는 이유가 바로 이런 펀드 운영의 특징을 잘 반영한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시장 움직임을 반영하듯 ‘액티브 펀드'는 환매 행렬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롱숏 펀드'는 계속 몸집을 키워가고 있다는 것이 그것을 잘 설명하고 있다.
아무리 전문가가 운영하는 펀드라고, 그중에서도 ‘롱숏 펀드'라고 해도 안정적인 수익을 보일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 분명히 조심스럽게 보아야 할 부분이 있다. 증권 시장이 현물 시장의 움직임과 연동하지 않고 갑작스러운 상승세로 돌아설 때 ‘액티브 펀드’로 교체해야 한다. 그냥 내버려 두어서는 투자수익을 높일 수 없다. 어찌 되었던 증권 시장은 가격의 움직임이라는 먹이로 살아간다. 펀드에 가입해서 기대 이상의 투자 수익을 얻기 위해서 시장에 대한 바른 판단과 행동이 필요하다는 투자의 기본을 모르는 이는 없지만, 높은 투자 수익을 내는 것은 모두의 몫이 아니더라는 과거의 경험도 꼭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다.
규제와 완화는 시장을 안정시킨다는 명목의 쌍두마차로 마부의 손아귀에 잡혀 있다. 이번에는 ‘금융주 공매도 해제'라는 완화의 고삐를 풀어주었지만, 정작 시니어 투자자에게 어떤 효과로 다가올지 자못 궁금해진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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