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별이 내 옆에 앉아 있었기 때문에 더욱더 아름다운 밤이었다.
그날 밤, 모든 생명체는 활기에 넘쳐 보였다. 어쩌면 그들도 아름다운 별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개구리들과 벌레들은 더 큰 소리로 노래했다.
연못에 비친 불꽃은 더욱더 찬란하게 빛났다. 그날 밤은 정말 상쾌했다.
폭풍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주인집 딸이 그날 밤 나와 함께 거기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나는 그녀를 보고, 그녀가 떨고 있는 것을 알아챘다.
밤의 소리에 놀라서, 그녀는 나에게 더 가까이 다가왔다.
저 멀리 하늘에서, 우리는 가장 아름다운 별똥별을 보았다.
그것은 하늘을 쏜살같이 날아가서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저게 뭐예요?”
아가씨가 나에게 물었다.
“그것은 방금 천국으로 인도된 영혼이죠.”
나는 이렇게 대답하고 성호를 그었다.
아가씨도 나를 따라 성호를 긋고는 잠시 고개를 들고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명상에 잠겼다.
프랑스 프로방스 지방 뤼르봉 산에서 양을 치는 보잘것없는 스무 살 목동이 주인집딸 스테파네트와 별을 바라보며 밤을 지새우는 장면이다. 철없는 까까머리 중학생 시절, 떨리는 목동의 가슴처럼 첫사랑의 아련한 기대와 설렘을 부여잡고 가을 하늘을 바라보았다.
가을이면 알퐁스 도데의 <별>을 읽으며 하늘의 별을 보고 나의 별도 만들어보고, 내 사랑의 별도 어딘가에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깊은 밤하늘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하늘에 떠 있는 별을 관찰하는 천문학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유서 깊은 학문이다. 우주를 구성하는 태양계, 항성, 성운, 성단, 은하에서 일어나는 현상을 관측하고, 지구와 태양계의 운동, 별의 일생, 은하의 구조와 특성, 우주의 생성과 진화를 수학과 물리학 지식을 바탕으로 연구하는 학문이다.
이 중에서 아마추어 천문학은 수학과 물리학을 뺀 부분으로 볼 수 있는데, 그렇다고 쉬운 영역은 아니다. 망원경조차 없이 맨눈으로 하늘을 관측해야 했던 고대에도 천문학은 최첨단 학문이었다.
고대인들은 당시의 최첨단 수학 지식을 활용해 해와 달과 별의 움직임을 계산했고, 이를 근거로 정교한 달력을 만들었다. 달력의 완성은 여러 산업에 큰 영향을 미쳤다. 천문학을 영어로 ‘Astronomy’라고 한다. 이를 풀어 쓰면 ‘별의 이름을 짓는 학문’이다. 그리고 숫자 표현 중 천문학적(Astronomical)이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는 은하수(Miliky Way or Galaxy)에 해당하는 10의 11승이 되는 숫자를 말하며, 그 수는 천억 정도를 뜻한다.
정규 교육 과정을 보면 하늘의 별자리 관찰은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별자리를 찾아서’에서 시작된다. 5학년이 되면 태양의 가족, 그리고 6학년 2학기가 되면 계절의 변화를 배운다. 앞으로 손자 손녀의 손을 잡고 별자리에 얽힌 추억과 동화를 들려주려면 지나칠 수 없는 부분이다. 그러나 멀지 않은 곳에서 우리는 별자리와 자주 접하게 된다.
지폐 1만원권 뒷면에 점과 선으로 이어진 것이 바로 별자리다. 왼쪽 면에 있는 원형 기구의 조합체가 혼천의(渾天儀)로 조선 세종 때부터 활용한 천문 기구다. 혼천의로 해와 달, 오행성의 위치를 측정해 날씨를 예측했다고 한다. 그리고 오른쪽에 현미경이나 대포처럼 보이는 것은 국내 최대 규모의 보현산 천문대 광학천체망원경이다.
그리고 배경에 희미하게 보이는 별자리 그림은 바로 초등학교 4학년 1학기 과학 시간에 배우는 ‘천상열차분야지도(天象列次分野之圖)’다. 온 하늘의 모습을 펼쳐놓은 별자리 그림으로 중심에 북극을 두고 태양이 지나가는 길인 황도를 그렸고, 남극과 북극 사이로 천구의 적도를 그렸다. 해가 지지 않는 한계인 주극원, 눈에 띄는 하얀 띠로 표시된 은하수, 동북아시아의 전통 천문 사상을 보여주는 28수의 구역도 표시되어 있다.
이는 국립고궁박물관에 가면 볼 수 있다. 그러니 우리네 별자리 보기는 최근에 시작된 서양 과학이 아니라 뼛속까지 깊은 우리의 전통 과학과 연결선에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 천문학 연구는 유구한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다. 경주의 첨성대가 바로 그렇다. 신라 중기 선덕여왕(632~647년) 때 축조된 것이라는 주장이 가장 보편적인데, 그 근거로 첨성대가 만들어진 이후 기록된 유성의 낙하 지점이 모두 첨성대를 중심으로 둘러싸고 있음을 든다. 첨성대가 현존하는 최고의 천문대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지만, 근세 천문대 중 가장 오래된 것으로 공인된 것은 1637년에 세운 덴마크의코펜하겐 천문대로 알려졌다.
천문대에 대한 우리나라의 관심은 지대한 편이다.
지난 8월 정부 출연 연구 기관 한국천문연구원이 세계 최대 전파망원경 ‘알마(ALMA)’의 지분을 확보해 1년 중 6~7일간 단독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는데, 이 정도의 사용 권한이면 1년 내내 연구할 수 있는 외계 전파를 수신할 수 있고, 해외 연구팀과 공동 연구도 할 수 있다고 한다. ‘알마’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 차이난토르 평원에 설치한 전파망원경으로, 우주 관측용 인공위성인 허블 우주망원경보다 해상도가 10배 이상 뛰어난데, 정밀 안테나 66대를 이용해 외계 전파를 분석한다.
칠레 사막으로 ‘별 보기 여행’을 떠나기는 쉽지 않은 일이고, 국내에 있는 천문대 여행을 계획해보면 어떨까.
이진만 시니어는 1944년 갑신생 원숭이띠, 올해 칠순을 맞이한다. 환갑이 되던 해인 2004년에 손자를 보았는데, 잠깐 사이에 초등학교 3학년이 되었다. 손자 민태는 유독 할아버지를 잘 따르고 시간만 나면 옛날이야기를 해달라고 졸라대는 살가운 녀석이다. 그런데 녀석이 요즘 별자리에 관심이 쏠린 모양이다. 민태는 11월 11일생으로 천칭자리 별자리라면서 할아버지 생년월일을 캐묻더니 사수자리라고 한다. 그날 밤 공원에서 천칭자리와 사수자리를 찾자는 손자와 손잡고 까맣게 먹물을 머금은 듯한 하늘을 쳐다보다 아무 소득 없이 돌아왔다. 그날 TV에서 오로라 관측 여행을 떠난 가족 얘기가 나오는 방송을 보고는 돋보기를 썼다.
여간해서는 늦은 밤 컴퓨터를 들여다보지 않는데, 손자 민태와의 별자리 여행을 생각하며 이곳저곳 기웃거려 정보를 구했다. 문든 까마득히 어렸을 적 하늘을 올려다 보며 별을 세던 추억이 떠올랐다.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 다음 날 아침, 이진만 시니어는 아들 내외 앞에 ‘칠순 잔치 변경 계획서’를 내놓았다. 자신의 별자리인 사수자리와 손자 민태의 천칭자리를 찾아 ‘별자리 여행’을 하기로 했다는 것이다. 마침 민태는 4학년이 되는 내년 1학기 과학 시간에 별자리 공부도 하게 되니 며느리는 대찬성이란다. 굳이 잔치를 거절하고 가족 여행을 하자고 막연하게 얘기했건만, 별 보기 여행으로 먼저 제안한 셈이다.
그래서 이진만 시니어의 칠순 잔치는 꽤 이색적인 ‘별 볼 일 있는 잔치’가 될 듯하다.
여행을 떠나기 전 “천체망원경을 사야 하나?” 고민하는 시니어를 보면 단도직입적으로 “구매하지 마세요”라고 권한다. 시니어에겐 천문대 관측만으로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일단 천문대 관측 후에 개인 천문대를 만들고 싶다면 그때 가서 천체망원경을 구입하는 게 순서라고 천문 관측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어디에서 어떤 방법으로 잊고 지냈건 ‘나 하나의 별, 너 하나의 별’을 보러 가자
언제 무엇을 준비하는 것이 좋을까? 별이 가장 잘 보이는 계절은 당연히 겨울이다. 대기가 맑기 때문이다. 그러나 추위를 견뎌야 하는 고통이 따른다. 그래서 보통은 대기가 맑은 가을에 관측 여행을 떠난다. 산 정상 부근에 천문대가 있으므로 두꺼운 외투를 준비해야 한다. 물론 사전에 날씨 확인은 필수다. 별자리 안내 책자와 매서운 한기를 막아줄 따뜻한 차와 열량 높은 간식을 준비하면 좋다. 예약 역시 필수다.
시니어에겐 시민천문대보다 사설천문대를 권한다. 사설천문대는 대부분 1박 2일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고, 입장료가 비싼 대신 개관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기 때문에 휴식을 취하면서 천체 탐색을 즐길 수 있다. 프로그램 내용도 제법 규모 있게 구성해 자연과 별자리 관측을 심도 있게 즐길 수 있다.
11월에는 어떤 별 볼 일이 있을까?
낮에는 금성(Venus), 아크투루스(Arcturus), 베가(Vega)와 태양 흑점(Sunspot), 태양 홍염(Prominence)을 관측할 수 있다. 금성은 태양계 행성 중 두 번째에 자리하고, 지구에서 볼 때 태양과 달 다음으로 밝은 천체다. ‘샛별' 또는 ‘개밥바라기별’이라고도 한다. 아크투루스는 목동자리의 가장 밝은 별이다. 베가는 직녀성으로 거문고 자리에서 가장 밝은 별로 이름은 ‘낙하하는 독수리’를 뜻한다. 밤에는 낮에 본 ‘베가’ 외에 ‘달(Moon)’, ‘알비레오(Albireo)’, ‘목성(Jupiter)’, ‘알마크(Almach)’, ‘플레이아데스성단(Pleiades Clister)’ 그리고 ‘페르세우스 이중성단(Perseus Cluster)’ 등을 볼 수 있다.
이 중에 달은 음력 10월 5일부터 15일까지 관측할 수 있으므로 올해는 11월 7일부터 17일까지 천문대에서 관측할 수 있다.
알비레오는 백조자리에 있는 별로 ‘백조의 부리’를 뜻한다. 청색과 오렌지색 별로 이뤄진 아름다운 이중별이다. 알마크는 안드로메다자리에 있는 별로 아랍어로 ‘족제비’란 뜻이며, 알비레오처럼 이중별이다. 플레이아데스성단은 황소자리에 있는 산개성단으로 지구와는 약 408광년 떨어져 있으며, 밝은 별 40여 개를 관측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생이별'로 불리지만, 서양에서는 ‘7공주별’이라고 한다.
가을철 밤하늘의 길잡이는 페가수스 사각형이다. 계절별 별자리는 그 계절의 밤 9시경에 가장 잘 보이는 별자리를 말한다. 페가수스를 찾고 이어서 나 하나의 별을 찾고, 너 하나의 별을 찾으며 추억을 쌓고 낭만을 즐겨보면 어떨까? 스산한 바람이 별을 흩날릴 때 별 하나를 보고 별 둘을 세고 별 셋을 노래하며 별 넷을 헤아리고 별 다섯을 꿈꾸는 가을을 맞아봄도 좋을 듯하다.
칠순을 맞은 이진만 시니어와 손자 민태의 ‘별 본 일’의 후일담이 기대된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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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GOLD & WISE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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