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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277] 50대 퇴직자여, 그대의 20년 경력을 사겠습니다

by Retireconomist 2013. 11. 6.

지난 4월 여야가 ‘정년 60세 연장'을 의결했다. 세부 견해 차이는 있지만 2016년 대규모 사업장부터 시작될 예정이다. 과거에 전혀 없었던 사항이 아니다. 기존 법률의 ‘정년은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하여야 한다.’라는 권고 조항을 ‘60세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의무 조항으로 바꾸는 방식에 불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해야 한다. 적용 대상과 시기는 근로자 300인 이상 사업장 및 지방 공사, 지방 공단은 2016년 1월 1일부터, 근로자 300인 미만 사업장 및 국가·지방자치단체는 2017년 1월 1일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은 또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미만으로 정하는 사업주에 대해서는 정년을 60세로 정한 것으로 간주하는 내용을 담았다. 정년연장을 준수하지 않는 사업주에 대한 사실상의 벌칙 조항이다.

 

기업가 입장에서는 ‘퇴직 예비군' 때문에 정년 연장이 고민이다. 예정된 퇴직 전 2~3년부터 중요한 의사결정에 참여하지 않고 고용된 상태이긴 하지만 곧 퇴직할 퇴직 예정자이기 때문에 ‘퇴직 예비군'으로 부르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사내 실업자로 취급받는 것에 대해서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 관행이 있을 것이다. 바로 ‘고용 보장'이라는 정년제도가 만들어낸 잘못된 근로 태도라고 볼 수 있다. 비단 일부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은 아니다.

 

일본에서는 이런 ‘퇴직 예비군'을 ‘마도기와(窓際)족'이라고 부른다. 해석하면 ‘창가를 배회하는 사람'으로, 특별히 꼭 해야 할 업무가 없으니 창밖이나 멍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것에서 만들어진 이름으로 추정된다. 고용계약 상으로 정년이 보장되었으니 강제로 퇴출하지는 않았지만 더는 일에 몰입하지 않기 때문에 일을 시키기도 어정쩡한 입장. 그래서 회사에서는 어쩔 수 없이 아예 일에 투입시키지 않고 소외시키는 것이 더 편할 수도 있다.

 

퇴직하는 날까지 월급만 축내는 추방대상으로 비치기도 한다. 마치 군대에서 제대 며칠 남지 않은 말년 병장과 같은 모습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모든 직장이 그렇게 ‘창가족'을 허용하지는 않는다. 대부분 수익을 추구하는 기업은 1980년대 임금인상률이 생산성 향상률을 초과하면서 성과주의를 확대했고 창밖을 보는 여유를 아예 주지 않을 정도로 근무 상황은 변해왔다고 할 수 있다.

 


일본에서도 이러한 ‘마도기와족'이 골칫거리가 되고 있는 모양이다. 과거 '마도기와족'은 퇴직 직전의 근로자였는데, 최근 들어서는 20~30대의 청년그룹이 압도적이라는 것이다. 이유는 기업이 직원을 기르고 키울 여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입사할 때의 능력을 스스로 더 키우지 않고 머물러 있다면 경력에 맞는 직급과 직책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결국 ‘마도가와족’ 으로 방치된다는 것이다. 35세가 일본 기업에서 미래 간부 여부를 결정짓는 분기점인데, 이때까지 장래성이 검증되지 못하면 잡무나 간단한 작업만 수행하면서 불평분자로 남는다는 것이다.


니트(NEET)는 영국 정부가 노동 정책상의 인구 분류로 정의한 말로 ‘Not currently engaged in Employment, Education or Training’의 약자이며, 교육을 받지 않고 노동도 하지 않으며 직업 훈련도 받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니트족이 사내로 들어왔다는 것이니, ‘사내 니트족' 또는 ‘마도기와족'이 같은 의미로 적용되는 셈이다.

 

일본 내각부 자료에 따르면 2011년 9월 현재 465만 명이 ‘사내 니트(NEET)족’이고, 이는 전체 급여 생활자의 8.5%에 해당하는 수치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이러한 ‘사내 니트족'이 없을까? 고용보장과 정년연장이 적용되는 사업주가 고민하는 부분은 바로 이런 곳에 있다.

 

조기에 본인의 뜻과 관계없이 퇴직한 이에게 ‘마도기와족’이나 ‘사내 니트족'에 대한 시각은 엄청난 분노와 저항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분노와 울분을 해소할 길은 없나? 퇴직한 나에게 또 다른 기회는 없을까? 능력이 있으면 기회는 언제든지 온다고 후배들에게도 했었던 말인데!


국내 굴지의 금융회사에서 20년 이상의 직장 근무 경력의 50대 남성을 모집한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국가 또는 공인단체 인정 자격증을 소지하고 있으면 우대하겠다는 조건도 달았다. 그 직업의 이름은 ‘시니어클래스 재무컨설턴트'다. 평균수명 80세의 시대에 50대 퇴직은 억울할 정도로 젊다. 일할 능력이 있는데도 일하지 않는 것은 공분을 사기에 충분하다.

 

기한이 12월 10일까지로 제한되어 있다는 점이 유의해야 할 정보이다. 50대 퇴직자여, 그대의 20년 경력을 제값에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퇴직한 50대가 경험을 살려 다시 일하면, 자신도 살고 가족도 행복하고 기업도 성장하고 나라도 부강해진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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