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 줄 아는 사람은 늙지 않는다!
미안하다, 나는 철없이 사는게 좋다『폭주노년』. 80대를 20대처럼 살아가는 저자 김욱의 삶과 철학, 배꼽 잡는 에피소드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것을 몸소 증명하며, 인생 후반기를 맞이한 모든 이들에게 ‘폭주하라’는 메시지를 전하며, 노후를 인생의 전반전에 대한 휴식기로 생각해 마냥 늘어진 채로 보내지 말 것을 조언한다.
시골살이가 인간에게, 특히 정신노동으로 먹고사는 인간에게 얼마나 치명적인지를 나는 20년 전에 몸소 배웠다. 책상 앞에 앉아 있어도 아무 생각이 안 난다. 시골은 도시와 달라서 태양이 무지하게 강렬하다. 뜨겁다는 의미가 아니라 비유컨대 도시의 태양은 비닐하우스에서 보는 태양이고, 시골의 태양은 노지에서 직접 몸속으로 투과되는 태양이다. 창밖으로 그 따스한 빛줄기가 쏟아지면 책도 눈에 안 들어오고, 컴퓨터 키보드도 만지기가 싫다. 그냥 밖에 나가서 혼자 멍하니 논둑을, 밭둑을 헤매고 싶은 살랑살랑한 마음뿐이다.
-「전원생활의 허상」 18p 중에서
‘전직’이란 말이 얼마나 무서운가 하면 이픔 앞에서 직함이 떼어진 사내는 노숙자나 교장이나 대기업 회장이나 대통령이나 다 똑같다. 아무도 써주는 데가 없고, 할 것도 없는 무산계급이다. 그것도 버려진 무산계급이다. 매력이 없다. 쓸 만한 구석이라곤 하나도 없다. 그런 걸 누가 찾겠나. 나라도 안 찾는다. 나만 해도 이 교장을 찾아간 게 아니라 데낄라를 찾아간 거다.
-「눈물 펑펑 쏟은 이 교장」 53p 중에서
내 친구들은 신문 보기도 버겁다고 한다. 기사 나부랭이를 몇 줄만 읽어도 눈이 아프고 머리가 뱅뱅 돈다고 한다. 소주도 잘 못 먹는다. 1930년대에 태어났으니 그럴 만도 하다. 하지만 다 그렇다고 해서 나까지 그렇게 살라는 법은 없다. 내 몸과 머리와 가슴은 나의 호적에 기록된 출생 년도를 무시하고 여전히 뜨겁다. 앞으로 10년은 더 뜨겁게 일하며 살아야 한다고 나를 다그친다. 나는 그 목소리를 따라갈 뿐이다.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내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살아갈 뿐이다.
-「'호적 연령‘에 집착하는 사회」80p 중에서
기껏해야 노는 게 목표라니, 무슨 망발이냐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막상 놀아보려고 하면 뜻대로 되지 않을 때가 많다. 놀이라는 ‘아웃풋’을 위한 ‘인풋’이 축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풋은 외부 자극에서 얻어지는 생각의 변화다. 바깥과의 접점을 만들어두라는 이야기다. 내 안에 고립되지 말고 바깥에서 고독이 느껴지더라도 여기저기 기웃거리고, 익숙한 곳, 익숙한 사람들이 아닌 처음 가는 곳, 살면서 만날 일이 거의 없던 이들과 얼굴을 마주하는 기회를 자꾸 만들다 보면 마음의 불씨가 다시금 빨갛게 타오를 것이다.
-「내 인생을 위한 총천연색 무지개」139p 중에서
일요일에 집 근처 대형 마트에 갔더니 여기가 치악산 등산로 입구의 파전 가게인가 싶을 만큼 돌아다니는 사람마다 등산복에 등산화를 신고 있다. 산에 가려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등산복을 외출복으로 입고 온 것이다. 부부가 나란히 등산복을 맞춰 입고 마트에 와서 장을 본다. 등산화도 척 보기에 좋은 걸 신었는데 흑이 하나도 안 묻는 새 거다. 그 꼴이 얼마나 우습던지 앞으로는 기분 나쁜 일이 있을 때마다 마트에 와서 등산복 입고 장 보는 군상들을 구경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 산을 오르면서 구두에 셔츠를 입는 것도 문제지만, 산에 가지도 않을 거면서 지금 당장 백두대간 종단이라도 떠날 것 같은 옷차림으로 마트 시식대에서 녹말 이쑤시개로 소시지나 주워 먹는 꼴도 여간 같잖은 게 아니다.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것」 151p 중에서
'일상Lifestyle > 책Book'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직 독서뿐>허균에서 홍길주까지 옛사람 9인의 책심 독서 전략 (0) | 2013.06.07 |
---|---|
<마흔 다섯, 꼭 한 번은 선택의 순간이 온다> (0) | 2013.06.05 |
How to Behave Like a Manager, Not a Nudnik. (0) | 2013.05.18 |
<조선의 승부사들> 열정과 집념으로 운명을 돌파한 사람들 (0) | 2013.05.11 |
대한민국을 재창조한 베이비붐 세대의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 <밥 돈 자유> (0) | 2013.05.02 |
삶에 대한 사색이 필요한 시간 <마흔, 고전에게 인생을 묻다> (0) | 2013.05.01 |
《조선의 9급 관원들》 하찮으나 존엄한 (0) | 2013.04.23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