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항상 현명한 사고를 가지고 무언가를 선택을 할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미국의 경제학자 조지 애컬로프 교수가 1970년 발표한 논문 '레몬시장 이론(Market for Lemons)'으로 개인의 선택이 꼭 합리적이지 않다고 설명하며 전통적인 시장에 대한 회의적 시각을 드러냈다. 그는 최근 변역된 “아이덴티티 경제학”에서 경제 선택을 좌우하는 것은 '합리적인 판단'이 아닌 '개인의 정체성'이라며 '합리적인 개인들이 최대 이익을 얻는 쪽을 택한다'는 '호모 이코노미쿠스(Homo Econimicus, 경제적 인간)' 신화를 또 한번 반박했다. 애컬로프 교수가 말한 역선택 이론에서 등장하는 것으로 불완전한 정보에 기초 하에 행동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비정상적인 선택이 이루어지는 시장을 말한다.
우리가 시장에서 과연 얼만큼 현명하지 못하다는 것일까?
실제 예를 보면 사실 맞는 말이기도 하다. 실물 시장에서도 이런 경제 현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수해가 난 도시에서 중고차 매물이 급증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은 늘 교체를 목적으로 하거나 처분을 목적으로 하지만, 유독 수해 난 이후에 급증하는 것은 수해로 인해서 피해를 본 상태가 좋지 않은 차를 내놓는 것이고, 구매자는 품질이 낮은 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금융시장에서 이를 파악해 보자. 그렇다면 은행에서 가장 반기는 사람은 어떤 대출자일까?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정해진 날에 맞추어 정해진 이자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정해진 날 이자를 내지 못해서 연체 이자를 내지만 꼭 갚아가는 사람이 가장 반기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연체자는 같은 대출금을 가지고 더 높은 이자 수익을 만들어주니까. 그렇다면 연체 이자를 지불하는 고객이 그 금융 회사의 우수 고객일까? 그렇지 않다. 회사의 수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고객이 당연 우수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 늘 지나치지만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다. 물론 어느 금융 회사가 연체 이자를 많이 낸 고객을 우수 고객으로 모신다면 좋지 않는 수익에 목을 매는 도적적 해이가 극에 달한다는 뭇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아무튼 은행은 가장 연체 이자를 내는 고객을 반기는 셈이고, 이자를 많이 내는 고객은 대접도 받지 못하는 셈이다. 다른 영역인 보험에 있어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보험료를 아끼려면 사고가 날 위험에 직면했을 때 또는 위험으로 인해 손실이 진행 중일 때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보험을 경제적으로 가입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계약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보험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선택하는 이기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하지 않은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많고,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은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고객들과 계약을 하게 되는 잘못된 선택, 즉 역선택을 하게 된다. 이것이 역선택 이론이며 이러한 시장을 개살구시장(Lemon) 시장이라고 한다.
이것을 빗대어 애컬로프 교수는 이를 ‘레몬’에 비유했다. 겉은 노랗고 예쁘지만 맛은 신 레몬처럼 보기엔 멀쩡하지만 결함이 있는 중고차를 구입하게 된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는 이러한 역선택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계약 전에 보험가입자에 대한 건강검진을 실시하고 가입 가능여부를 심사하게 된다. 따라서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보험에 가입하고 싶을 때는 이미 보험회사가 가입을 거절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예외없는 법은 없는 법. 반대로 가격에 비해 고품질 상품이 유통되는 현상은 ‘피치마켓(Peach Market)’이라고 한다. 바로 연금보험이 그런 상품이다.
연금보험에서는 이런 역선택을 방지하기 어렵다. 연금보험은 만기가 되었을 때 계약자가 적립된 돈을 일시에 받을지 연금으로 받을지 선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계약자가 연금을 개시하는 시점에 건강상태가 양호하거나 의학기술의 발달로 오래 살 확률이 높다면 살아있을 때까지 연금을 지급하는 종신형 연금을 선택하면 된다.
반대로 건강상태가 좋지 않다면 일시에 적립금을 인출하면 된다. 즉 보험회사는 건강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더 오랫동안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역선택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보험계약자가 만기시점에서 이런 선택 권한을 가진다는 것은 보험회사에게 재정적 어려움을 가져다 줄지 모르지만 계약자에서는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래서 연금보험을 들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복잡한 선택의 기로에서 연금보험이 귀하게 대접을 받는 이유이다. 다시 말하면 연금보험은 우리가 실수하는 역선택의 게임에서 예외라고 할 수 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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