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하고 싶은 얘기가 있고, 꺼내는 것이 부담스러운 일이 있다. 가까운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이 그 중 하나이다. 지난주 후배 어머니께서 하나님의 부름을 받으셨다는 문자를 받았다. 빈소가 차려진 병원 영안실에 가니 문상객들이 밖에 머물러 한 무리가 되었는데도 움직이질 않는 것이다. 이유도 모른 채 한참을 기다리다 보니 앞사람들 대화가 들렸다.
“상주가 너무 슬퍼하는 것을 보니 안됐어!" 무녀독남으로 자라온 후배는 마흔 되도록 결혼도 하지 않고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다가 생각지도 못한 이별을 맞게 되었다는 것이다. 어찌 이별의 슬픔이 컸던지, 후배는 거의 실성한 사람처럼 문상객이 와서 영정 앞에 예를 드리지도 못할 정도로 통곡하는데 누구도 그에게 위로가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그래도 가시는 분에게 마지막 예를 차리러 오는 문상객에게 감사의 인사라도 나누어야 할 텐데, 현 직장 상사가 나서 말려 보았어도 관리되지 않았다.
단지 상조회사 직원이 제복을 입고 이곳저곳을 살피는 모습이 조금은 다행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런 일에 대한 경험이 많았을 상조회사 직원 중 누구도 상주의 슬픔을 위로해주지 못했고, 상주 접근조차 아예 엄두도 못 내는 것 같았다. 그러던 가운데 두어 시간 많은 문상객을 불편할 정도로 했던 상주의 울부짖음이 어느 순간 잦아들었다.
상주의 어깨를 연신 쓰다듬으며 달래신 분은 돌아가신 어머니의 절친한 친구분이라는 얘기였다. 거의 이틀 동안 깊은 슬픔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고 있던 상주를 마치 숙련된 조련사처럼 쉽게 달래는 모습을 목격하게 되었다. 문상객들은 다소 안심의 표정을 보이며 하나 둘 예를 드리고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 살아있는 사람은 어려움을 딛고 일어서야 한다. 2006년 여름 한강 수해의 한 장면 / 사진 김형래
어떤 문화권에서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영원한 이별인 죽음이라는 것은 쉽지 않은 아쉬움 또는 슬픔과 고통으로 다가오기 마련이다.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직업인이 있다. 미국에는 사별 상담원(Bereavement Counselor 또는 Grief Counselor)이라는 이름의 직업을 가진 이들이 있다.
죽음으로 이별하게 된 사람들의 심리적 고통을 덜어주고 빠른 시일 내에 정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심리 상담을 하는 직업이다. 또한, 이들은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방법은 어떤 것인지, 삶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일반 대중에게 알려주는 인식 전환을 위한 활동도 한다.
미국 온라인 직업 검색 사이트인 '인디드(www.indeed.com)'를 검색해보니, 주로 활동하는 곳이 병원과 종교단체 등이고 급여수준은 연간 $30,000에서 최고 $90,000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병원에서 낸 모집 공고를 보면, '사별 상담원은 병원에 입원한 뒤 돌아가신 분의 가족 또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임종봉사자 표준과 사별 상담원의 정책과 절차에 따라 슬픔을 극복하고 일상생활을 할 수 있도록 문제 해결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하면서 '사회복지학', '심리학' 또는 '상담학'을 전공한 사람을 찾는다고 게시해 놓고 있다. 팀장급은 관련 석사 학위를 받고, 사별 상담 2년 이상의 경험을 요구하고 있다.
사별 상담원(Bereavement Counselor 또는 Grief Counselor)이라는 직업은 우리네 일상에서 익숙하지 않은 직업이다. 하지만, 점차 핵가족화되면서 혈연도 줄고 가족의 이별 경험도 많지 않은 관계의 척박한 환경에서 생활하다 보니 감정을 스스로 다스리고 관리하는데 어려움이 점차 커질 것으로 생각된다. 이런 사회적 환경 변화를 감안하면 앞으로 부각되는 직업이 아닐까 한다.
삶의 경험이 풍부하고 다른 이의 어렵고 불편한 것을 치유하는데 큰 보람과 기쁨을 얻는 능력을 갖춘 시니어에겐 더 없이 '사별 상담원'이 좋은 직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상조회사도 이러한 다른 나라의 직업 사례를 적극 도입하고 활용한다면 기업의 서비스 품질뿐만 아니라 새로운 직업을 요구하는 국가적 과제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으로 보여진다.
시니어에게 '사별 상담원'과 같이 지혜와 경험이 발휘될 도전과 기회가 더 많이 만들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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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7/12/201307120067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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