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시니어에겐 경험과 지혜라는 쉽게 범접할 수 없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경험을 직업으로 활용하게 되면 즐겁고 익숙하면서 상대적인 효율성도 높일 수 있는 장점을 잘 활용할 수 있게 된다. 세계는 둥글다. 그리고 물류뿐만 아니라 정보나 문화까지 자유롭게 유통되고 있으니 현재 우리나라에는 없지만, 앞으로 유입 가능하면서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을 찾아보는 것도 시대적 요구에 맞는 활동일 수 있다.
시니어에게 적합한 직업이 무엇이 있을까 하는 관심을 영국에서 활용 중인 직업 중에서 찾아볼 수 있었다. 어린이를 좋아하고 그들의 습성을 잘 아는 시니어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전문적인 지식이나 생업으로 인해서 별도의 시간을 할애할 수 없는 어린이 부모에게는 꼭 필요한 직업이다.
이 직업을 소개하는 한 사이트를 통해서 보면, 영국 정부에서 운영하는 국립경력자서비는(https://nationalcareersservice.direct.gov.uk/advice/planning/jobprofiles/Pages/portagehomevisitor.aspx)에 소개된 '가정방문 어린이 관리사(Portage Home Visitor)'가 바로 그런 일이다.
영어 단어 그대로 직업을 설명하자면 '집으로 방문하여 부모와 자식간을 왕래하는 사람'이라는 뜻이 맞을까? 가정을 방문해서 발달 장애 또는 학습 장애, 신체적 장애를 가진 취학 전 어린이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이다.
성장에 문제가 있는 경우 또는 학습을 정상적으로 할 수 없는 경우, 취학 전의 어린이에게는 절대적으로 누군가 경험을 가진 전문적인 인력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부모가 전문적인 지식이나 경험을 가지고 필요한 활동을 이끌어 내고 능력과 기능을 향상한다고 볼 수 없는 일이다. 더구나 시간을 갖고 끈기있게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인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도 쉽게 추론할 수 있는 일이다.
[동서양을 망라해서 시니어가 어린이를 훨씬 더 잘 돌본다. 미국 한 가정의 어린이 생일잔치 / 사진 김형래]
시니어라고 해서 누구나 ‘가정방문 어린이 관리사’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현재 '가정 방문 어린이 관리사'가 되기 위해서는 교육, 사회복지, 간호 관련 분야의 자격증이 있거나, 영국 국가직업자격(NVQ, National Vocational Qualification) 3단계 수준에 해당하는 어린이 돌봄과 교육에 대한 자격을 가져야 한다. 물론 어린이를 대상으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범죄사실이 없다는 것을 신원조회를 통해서 확인받아야 한다.
'가정 방문 어린이 관리사'가 왜 시니어에게 적합한 일일까? 이들은 '어린이의 발달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고, 어린이가 가진 재능을 확인하기 위해서 섬세하게 관찰하고 대화하는 구실을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잘 듣는 기술을 가져야 한다. 거기에 어린이의 미래 학습에 가장 중요한 기술을 찾아내고, 이것을 진행하기 위해 부모와 상의하고 결정을 돕는 일'을 한다.
또한 어린이와 부모가 함께할 수 있는 활동 프로그램을 제안하고, 어린이의 발달 과정을 기록하여 부모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한다. 이런 내용이라면 젊은이보다는 직접 어린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는 시니어에게 훨씬 유리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일을 시작하기 전에 '가정 방문 어린이 협회(NPA, National Portage Association)'에서 '훈련자 양성과정(http://www.portage.org.uk/training/portage-training)'으로 실시하는 3일간의 종일 교육을 이수해야 하고, 이수하게 되면 자격증을 부여해준다.
봉사활동으로 시작해서 본격적인 직업으로도 들어설 수 있는데, 현재 정규적으로 일하면 통상 일주일에 35시간 일을 하고 최초 연봉은 16,000파운드(한화 약 2,700만 원)를 받는다고 한다. (이 금액은 경제환경이 다르므로 직접 환산에는 무리가 있다.) 자료를 보면 영국에는 이러한 유형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가 5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살펴본 바와 같이 '가정 방문 어린이 관리사'의 경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의미에서도, 시니어가 가진 경험과 지혜를 살리는 측면에서 유용할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시니어에게 주어지는 일자리가 경험이나 지혜가 활용되지 않고 급여가 낮거나 젊은이들이 싫어하거나 피하는 일로 제한된다면 지식 강국으로 발전하는 우리나라의 인력 활용 측면에서 어긋나는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당장 영국의 '가정 방문 어린이 관리사'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다. 한편으로는 세밀하게 모든 시니어의 일자리를 관찰하고 있지는 못하기 때문에 이러한 일자리가 어디에선가 도입되어 실용화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만일 우리나라에 이러한 직업이 필요로 하고, 실제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면 환경에 맞게 잘 조율해서 도입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영국에는 이와 유사한 직업으로 ‘병원 내 놀이 전문가(Hospital Play Specialist)’가 있다. 아이들이 놀이를 활용해 치료에 대한 마음을 준비하게 하고, 불안과 공포 등을 없애도록 돕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시니어에겐 아주 큰 잠재력이 있음을 누구도 인정하는 바이다.
시니어가 가진 장점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일자리를 새롭게 만드는 노력이 필요하다. 시니어가 젊은이들의 일자리를 뺏는다는 갈등 요소를 피하면서 보람과 자긍심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힘써 노력해야 할 것이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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