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싱그러운 바람과 따스한 햇살을 즐기며 숲을 거닐기 좋은 시기다.
초록 숲을 찾는 이들에게 나무와 꽃, 풀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며 자연의 소중함과 지혜를 전하는 데에서 보람을 찾고 싶다면, 행복한 숲길 안내지기에 도전해보자.
대기업 간부 출신인 A씨는 최근 삶의 활력소를 찾았다. 은퇴 후 숲해설가로 변신해 어린이들에게 숲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면서부터다. 평소 젊은 세대와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노후를 보람 있게 보내고 싶었던 그는 얼마 전 숲해설가 전문 자격증을 땄다.“자, 어린이 여러분, 당나귀 귀를 가진 임금님 이야기 알고 있지요?”라는 한 시니어의 질문에 현장 학습 나온 초등학생들은 “네~” 하면서 함성으로 답한다. “여기 이 나무가 바로 그 이야기의 주인공입니다.”목청을 가다듬으면서 말문을 이어가자 산만하기만 하던 어린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해지며 한 곳에 집중한다. 경복궁 영추문 바로 왼쪽 앞에 있는 산수유를 가리키면서 얘기를 계속한다. “<삼국유사>라는 역사책에는 신라 시대 48대 경문왕에 대한 설화가 나옵니다. 경문왕은 왕위에 오르자 귀가 갑자기 길어져 당나귀의 귀와 모양이 같아졌다고 합니다. 왕비와 궁인들은 모두 이같은 사실을 알지 못했지만, 오직 모자를 만드는 장인만은 이를 알고 있었답니다. 모자 장인은 이 비밀을 평생 감추고 살았는데, 죽을 무렵 도림사 근처의 대나무 숲에서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답니다. 모자 장인은 죽었지만 바람만 불면 대나무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났더랍니다. 왕은 이 소리가 듣기 싫어서 대나무를 모두 베어내고 산수유를 심으면서 ‘너희도 헛소리하면 다 베어버릴 것이다’라는 경고를 했답니다. 그랬더니 바람이 불어도 ‘임금님 귀는 길다’는 소리만 났다고 해요. 그러나 어디 속에 있는 비밀을 끝까지 감출 수 있었겠어요? 산수유 열매가 땅을 향해 매달린 모양이 경순왕의 귀를 닮아 귓불이 크게 되었답니다. 여러분 재미있죠?” 숨죽이며 숲해설가의 얘기를 듣던 아이들은 침묵을 깨면서 “네~!” 하는 합창 소리로 화답했다. “자, 그럼 다음으로 ‘원숭이 미끄럼나무’를 찾아가 봅시다.” 어린이들은 발걸음도 경쾌하게 나무 얘기에 푹 빠졌고, 옆에서 엿듣듯 귀를 기울이던 시니어 몇 분도 ‘숲해설가’의 진행 방향으로 발길을 같이했다. 오늘따라 ‘숲해설가’의 발걸음은 개선 장군처럼 보였다. 숲해설가는 뒤따라오는 시니어에게 “‘원숭이 미끄럼나무’는 일본 사람들이 배롱나무를 그렇게 불렀답니다. 재밌죠?”라며 조용히 힌트를 준다.
순수한 자연의 가치를 전하는 숲해설가가 되려면?
창경궁에 있는 이른바 ‘왕의 숲’ 금천길 입구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후 2시,‘국립산림과학원(홍능숲)’의 정문엔 매주 토요일과 일요일 오전 10시 30분과오후 2시, 그리고 ‘서울숲’의 방문자 센터앞에서는 매주 일요일 오전 10시와 오후2시에 ‘숲해설가’를 만날 수 있다. 이 프로그램은 (사)한국숲해설가협회가 주관하는 정기 무료 숲 해설이다. 뚝섬 서울숲에서 시작해서 청계천 문화원까지 약 6.2km의 현장 학습을 이끄는 이들도 바로 ‘숲해설가’들이다. 숲해설가(Forest Expounder)는 숲을 이용하거나 찾는 사람들에게 숲의 형태, 구성 상태, 구성원 간의 관계 등 자연적 요소와 인간의 삶과 관련된 것이나 역사적 사항 등 문화적인 요소를 망라한 내용을 소개함으로써 이용자로 하여금 숲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증진시키고, 숲과 자연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유도·보조하는 정보를 제공하는 사람을 말한다. 따라서 숲해설가는 숲이라는 대상지 또는 주제를 가지고 방문자나 이용자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거나 관련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일을 하게 된다. 즉숲해설가란 숲과 자연 휴양림을 찾는 사람들에게 나무와 숲에 대한 올바른 이해와 효율적인 산림 탐방 활동 등을 도와주는 숲에 대한 소양과 지식을 갖춘 사람으로서 산림 내에서의 산림 휴양이나 자연 체험 활동 등을 지도하는 산림 환경 교육가다. 산림청에서는 지난 2012년 7월부터 ‘산림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따라서 산림교육 전문가 자격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산림 교육 전문가는 숲해설가, 유아숲지도사, 숲길체험지도사 등 세가지로 나눌 수 있는데, 모두 산림청에서지정한 기관이나 단체에서 법률에 정한 교육시간을 이수하고, 이론 및 실습평가를 받아 합격해야 한다.
숲해설가 전문 과정은 170시간 이상의 교육 시간을, 숲길체험지도사 전문가 과정은130시간 이상의 교육 시간을, 유아숲지도사 전문 과정은 210시간 이상의 교육 시간을 이수해야 한다. 세 과정모두 이론과 실습 평가에서70점이상을 얻어야 한다. 숲해설가 전문 과정만 하더라도 교육 기간을 따져보면 6~7개월이 소요된다. 과목도 숲 해설 개론을 포함한 산림 환경 교육론 15시간, 야생 동식물학을 포함한 산림과 생태계 실습과 이론 40시간, 산림과 인간 그리고 환경 윤리 10시간, 산림 환경 교육과 교수 학습 방법실습 포함 10시간, 인간 발달과 교육 심리10시간, 커뮤니케이션이론 실습 포함 10시간, 교육 프로그램 운영 방법에 관한 실습 30시간, 응급 처치를 포함한 안전 교육 및 안전 관리에 관한 실습 15시간, 거기에 산림청 인증 교육 시간외에도 숲해설가로서 현장 활동에 필요한 교육을 추가로 이수해야 한다. 그러니 숲해설가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주부나 시니어가 아닌 다음에야 엄두가 나지 않는일이다. 교육비도 100만원이 넘고, 현장 실습을 위한 교통비 등은 개인이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시니어에게 숲해설가가 매력적인 이유
‘숲해설가’는 나무와 숲을 아는 사람들이 친분을 맺고 운영하는 친목 단체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숲해설가가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소득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더더욱 아니다.그래도 숲해설가가 되려는 열정을 품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숲에대한 지적욕구를 충족하고,구체적인 배움의 기회를 갖게된다. 나무의 이름, 유래, 얽힌 설화를 비롯해 모양, 특징등을 배운다.그뿐 아니라 들풀·들꽃·곤충에 이르기까지 산과 숲에 얽힌 자연의 이야기를 배울 수 있는 좋은 학습의 장이된다.
둘째, 숲은 그 자체가 치유와 건강을 선물해 주는데, 그곳에서 자주 활동하게 된다. 산림의 다양한 환경 요소는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건강 회복에 좋은 활동으로 이끈다. 산림욕으로 대표되던 치유 효과가 생리적·심리적 효과를 넘어서고 있다는 것을 볼 때, 숲에서의 활동은 현역 시절의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심신의 쾌적성을 유지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는 장점을 들 수 있다.
셋째, 숲해설가는 사회적 소통과 재능 기부의기회와 연결된다. 등산은 동행인 몇 사람과의 소통이고 반복적인 관계지만, 숲해설가는 늘 새로운 사람과의 만남이라는 신선함과 지식을 전달하면서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의미있는 활동이다.
넷째, 숲해설가는 나이와 관계없이 세대 간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소재를 갖게 된다. 숲에서 만나는 생소한 자연을 감성과 경험으로 세대를 넘어 화제의 중심을 이끌 수있고,어쩌면 자연과 함께한 경험이많은 시니어에게더욱 유리한 자격일 수도있다.
다섯째, 전문가라는 소속감과 건강한 인간관계를 가질 수 있다. 교육과 실습 시간을 통해 취득한 전문가로서의 자부심을 얻는 것외에 숲해설가 사이에 소속감을 갖게 됨으로써 단절된 사회적 건강을 회복하는 데 큰 도움이된다. 사람은 물론 모든 생명을 포근히 감싸주는 숲은 우리 삶의 터전이며 후손에게 물려줄 소중한 자원이다. 은퇴 후 제2의 인생을 시작하는 시니어에게 숲해설가는 자연의 소중함을 알리는 보람된 일이자 자연과 함께 숨 쉬며 삶의 활력을 찾고, 숲을 찾아오는 어린이에게 자연의 지혜를 들려주는 자상한 할아버지가 되는 기회가 되어줄 것이다.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ㆍ시니어파트너즈 상무, <어느 날 갑자기 포스트부머가 되었다>의 저자)
시니어의 잠재적 감성과 삶의 여유를 살릴 수 있는 무대
지난 3월 23일 개정된 산림 교육의 활성화에 관한 법률에서는 ‘숲해설가’를 국민이 산림 문화 휴양에 관한 활동을 통해 산림에 대한 지식을 습득하고 올바른 가치관을 가질 수 있도록 해설하거나 지도 교육하는 사람을, ‘유아숲지도사’는 유아가 산림 교육을 통해 정서를 함양하고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도 교육하는 사람을, ‘숲길체험지도사’는 국민이 안전하고 쾌적하게 등산 또는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해설하거나 지도 교육하는 사람을 일컫는다. 따라서 좀 더 전문적인 부분으로 따져보면서 교육기관을 선정해 참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숲해설 활동은 각종수목원, 휴양림, 공원, 체험 학습 장소, 도시숲 등에서이뤄진다.
숲해설가전문과정
(사)숲연구소02-772-4527
(사)한국숲해설가협회02-747-6518
꿈꾸는숲031-773-9488
인천녹색연합032-548-6274
환경교육연구지원센터031-431-4245
충북숲해설가협회043-255-2845
숲환경교육센터043-253-3339
(사)한국숲해설가협회광주전남협회
062-223-3279(사)전북생명의숲063-231-4455
(사)한국숲해설가협회부경협회051-465-2022
경상남도산림환경연구원055-771-6545(
사)울산생명의숲052-277-8280
(사)한국숲해설가협회경북협회054-273-2739
(사)대전충남생명의숲042-226-5355
(사)춘천생명의숲/강원녹색환경지원센터033-242-7454
(사)강릉생명의숲033-646-5222
(사)태백생명의숲033-552-1190
유아숲지도사전문과정
(사)한국숲유치원협회02-786-2846
숲길체험지도사전문과정
(사)한국등산연합회02-2699-3636
(사)대한산악연맹02-414-2750
(사)대한산악연맹전라북도전주시산악연맹063-221-2682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2013년 5월호에 게재된 글임
국민은행 사보 연결 사이트 https://omoney.kbstar.com/quics?page=C017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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