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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156] 한때 증권맨은 빨간색 넥타이만 맨 적이 있었다.

by Retireconomist 2013. 5. 17.




본 칼럼은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http://newsplus.chosun.com/site/data/html_dir/2013/05/16/2013051601982.html



넥타이는 용도와 기능 면에서는 도저히 가치를 측정할 수 없는 장식품에 불과하지만, 이미 남성의 전유물처럼 사용되고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하여 버렸다. 여성이 립스틱 색을 바꾸면서 기분 전환을 하는 것처럼, 남성은 넥타이를 바꿔 매면서 분위기와 상태를 표시하기도 한다.


무늬를 통해서 넥타이를 구분해보면 재미있는 상상이 가능하다.


물방울 무늬 넥타이를 맨 것은 아주 일상적이고 반복적인 업무 속에 있다는 것이기 때문에 처음 만나는 사람과의 약속이나 상대방에게 편안한 인상을 주기에 적합한 것으로 간주한다. 줄무늬 넥타이는 많은 사람이 모이는 자리이거나 결단이 필요할 때, 무엇인가 정리된 생각을 전달해야 할 때 그 의지를 간접적으로 표시하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무늬가 복잡한 넥타이는 오히려 평화와 휴식을 기대한 편안한 심리가 작동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비즈니스를 가르치는 곳에서는 넥타이를 매는 것을 '국제적인 예절'이라고 가르친다.


넥타이가 무늬에 색을 입히면 조금 상황이 달라진다. 보편적으로 색이 가지고 있는 인상이나 연상 작용이 있는바, 증권맨이 파란색 넥타이를 매고 출근하면 선임 직원의 차가운 눈초리를 벗어날 수 없다. 증권 관련 업무를 하는 이에게는 파란색은 금기의 색이다. 주가가 내려가는 것을 파란색으로 표시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올라가면 거래량도 늘어나고 투자자들도 좋아하기 때문에 주가 상승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빨간색 넥타이를 매는 것이 일반적이었고 이를 당연시 생각했다. 반대로 파란색 넥타이를 맨 직원을 꾸중을 듣기까지 했었다.


증권맨에게 징크스는 빨간색 넥타이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새우도 마치 주가가 상승하다가 떨어지는 모습을 보인다고 해서 상에 올려서는 안 되는 음식으로 치부했었고, 올라가는 엘리베이터는 타지만, 내려가는 엘리베이터는 너무 빠르다는 이유로 걸어서 내려가는 징크스 추종자가 많았다. 지난 2011년 전국 만 40~49세 남성 5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로는 넥타이 색으로 빨간색이 31.6%를 차지해 파란색을 누르고 1위를 차지했다. 아마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 셈이 아닐까 한다. 또 다른 조사에서는 성취감을 얻을 때 빨간색 넥타이를 맨다고 표현한 것을 본 적이 있다.


빨간색 넥타이를 매야 한다고 강요받던 시절에는 비교적 주식시장이 좋았던 때로 기억된다. 시간이 지나면서 직장인에 대한 복장에 대한 자율성도 크게 개선되는 등 근무 분위기도 많이 바뀌었고, 금융 시장이 국제적으로 개방되면서 빨간색만 고집하는 것은 시대적 착오라는 생각도 들었을 것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동양에서는 주가 상승을 빨간색 기호로 표시하지만, 서양에서는 파란색으로 표시한다. 증권시장을 통해서 보면 서양인들의 파란색과 동양인의 빨간색을 같은 느낌이 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시장 개방 상황에서 만일 온통 빨간색으로 주가 전광판이 표시된다면 동서양은 어떻게 표현할까? 예상대로 서양에서는 '유혈이 낭자하도록 주가가 내려갔다.'고 폭락을 문학적으로 표현한다면, 동양에서는 '불꽃놀이로 축하의 분위기로 띄우고 있다'고 즐거워한다. 결국, 증권시장이 외국 투자자에게 개방되면서 빨간색에 대한 징크스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된 셈이다. 이런 시대적 변화를 주가 상승 하락의 색을 사용자가 맘대로 지정할 수 있도록 해 놓은 증권 투자 프로그램을 내놓은 증권회사도 생겼다. 그래도 보편적인 동양인 정서에는 빨간색 주가는 상승을 의미한다.


올 들어 일시적이기를 바라지만 일본의 주가는 4개월 만에 42% 상승이라는 기록을 만들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증권시장은 답보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가까운 중국도 우리나라보다는 더 나은 상황으로 확인되고 있다. 한국의 증권 시장은 우리나라의 주력 기업들이 엔저의 직격탄을 맞고 휘청거리고 있는 셈이다. 더구나 최근 증권 가에서는 증권 시장은 급감한 거래량 감소로 말미암아서 수익 기반도 약해지고 분위기도 침체하여 빠른 회복을 기대한다며 울상이다.


이참에 넥타이 부대가 역동적으로 경제 상승을 구가했던 그 시절을 생각하고 더욱 긍정적인 경기 회복을 기원하면서 빨간색 넥타이를 매어보는 것은 어떨까? 시장 환경이 조금이라도 더 나은 방향으로 회복되는 것에 대한 기대심이 이렇게 엉뚱한 발상으로 튀었는지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은 좋았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게 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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