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슬이 좋은 부부'가 시니어에게 주어진 가장 큰 복 중에 하나라고 여겨지곤 한다. 부러움의 대상임은 틀림이 없다. 그렇다면 무엇이 '금슬'인가? 금슬은 보통 거문고를 뜻하는 금(琴)과 큰 거문고를 뜻하는 슬(瑟)의 합성어. 큰 거문고와 작은 거문고가 어떻다는 것인가? 중국 시경(詩經)의 소아(小雅) 상체편(常?篇)에 "妻子好合 如鼓琴瑟 兄弟歸翕 和樂且湛 (처자가 마음이 맞는 것이 거문고를 켜는 것과 같고, 형제가 화합하여 화락하고 또 즐겁다)"라는 구절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관저편(關雎篇)에는 "窈窕淑女 琴瑟友之(요조숙녀는 금슬로써 벗한다)"라고 하여 얌전한 처녀를 아내로 맞아 거문고를 켜며 사이좋게 지낸다는 글에서 유래되어 금슬이란 말이 부부간의 화합을 이룬다는 뜻으로 후대에 금슬이라는 뜻으로만 본다면 서로 잘 화합하는 관계의 대명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이다. 여기서 슬이 큰거문고이니 큰 거문고 그리고 보통 거문고가 맞을 터인데 슬금이라 하지 않고 금슬이라고 한 것은 운을 맞추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풀어보면 큰 거문고와 보통 거문고가 가락에 맞추어 치듯 뜻이 잘 맞는다는 것이니, 이후에는 금슬이란 '부부가 크고 작은 거문고가 가락에 맞추어 연주하듯 뜻이 잘 맞는다.'라는 해석에 도달한다.
그렇다면 금슬이 좋은 부부란 어떤 상황으로 설명될까? 상대방이 좋도록 하기 위해서는 상대방의 뜻을 헤아려 원하는 것을 이루도록 해주는 것이 가장 좋은 대응 방법이다. 경영학의 한 분야인 마케팅으로 설명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케팅에서 말하는 고객의 욕구(Needs)와 고객의 필요(Wants)를 선별하고 그에 따라 대처하는 것으로 보면 큰 무리가 없어보인다. 예를 들어 '배가 고프다.'라는 것은 욕구(Needs)에 해당하는 것이고, '특정 식당의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라는 것은 필요(Wants)에 해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당연 '배가 고프다.'는 상대방의 뜻에 따라 '아무 식당에 들어가 식욕을 채워주는 것(Needs 충족)'은 기본적인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것인 반면에, '배가 고프다.'는 상대방의 의사를 파악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평상시 상대방이 먹고 싶어하던 '특정 식당의 특정 메뉴를 먹도록 해주는 것'에 해당할 것이다.
▲ 여행지에서 만난 한 부부, 이들 부부에게는 '금슬은 아주 좋아 보인다'는 찬사가 끊이지 않았었다./사진. 김형래
가만 돌이켜 보면, 연애하는 시절에 남녀는 상대방의 '욕구'을 알았을 때 '필요'로 대응하는 적극성을 띠는 것이 일반적이고 이를 통해서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를 넘어서서 상대방을 존중해주는 수준까지 높이려는 시도를 자발적으로 하게 된다. 그런데, 결혼을 한 이후에 부부간 서로 상대방에 대해서 '결혼 전과 달라.'라는 평가로 변질된 관계를 실토하게 된다. 가만히 들여다보면 '요구'를 '요구'로 대응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배가 고프다.'는 의사표시에 '(상대방이 가장 좋아하는 그 무엇이기 보다는 평범한)'밥을 준다.'로 대응하게 된다. 당장은 배고픈 욕구가 사라졌지만, 시간이 지나면 서로 상대방이 내 '요구'를 '필요'로 받아주지 않고 '요구'로 응대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심지어는 '필요'에 대한 의사표시를 '요구'로 대응하는 것이다. 만일 '어느 회사에서 어떤 상품의 운동화를 신고 싶어.'라는 아내의 '필요' 의사 표시에 대해서 '아내의 발치수 235mm에 맞는 운동화를 마트'에서 사다 주는 '요구'로 답한다면 아내는 실망을 금하지 못할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필요'에 대한 의사표시에 대해서 '무대응'을 보이면 서로의 관계가 좋아지길 기대하기는 어려워 지는 것이다. 이 정도가 되면 연애시절과 비교하는 바람직하지 못한 행동 양태가 나타나고 대립 관계를 보이기도 하는 것이다. 경제적이던 상황적이던 부부가 서로에 대한 기대치와 충족치가 완벽하게 일치되는 경우는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지만, 적어도 노력하는 차원에서 본다면 '요구'와 '필요'사이에서 현명한 선택과 실천이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면 꼭 상대방의 '요구'나 '필요'를 충족시킬 때만 금슬이 좋은 경우일까? 그것은 절대적으로 아니다. 어쩌면 '요구'나 '필요'는 물질만능주의의 산물일 수도 있고, 무언가 상대방에 대한 끊임없는 갈구나 희생을 바탕으로하는 부담스런 관계를 표시하는 것 일수도 있다. 가장 쉬운 방법 중에 하나가 바로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것'이 큰 사랑이 될 수 있다. 부부는 서로의 '필요'나 '요구'가 충족되지 않았을 때보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했을 때' 더 크게 실망한다는 것을 검증해볼 필요가 있다. 상대방이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부부의 금슬은 절대적으로 좋다고 단언할 수 있다.
연금을 가입한 고객의 마음을 잘 헤아려 '(큰 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고객의) 필요'에 집중하는 그렇게 실현시켜 주겠노라고 마케팅(필요)을 벌이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고객은 어쩌면 '(시장 금리 수준의 투자수익율) 요구' 수준의 기대도 아닌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는' 그러니까 손실을 내지 않는 운용실력을 기대하는 것에 대해서 알아둘 필요가 있다. 금융회사는 고객의 '욕구'와 '필요'도 이해하고 준비해야 하지만 '싫어하는 것을 하지 않기 위한 노력'이 어쩌면 가장 큰 사랑일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했으면 한다.
<(주)시니어파트너즈 김형래 상무>
본 칼럼은 조선닷컴과 시니어파트너즈가 운영하는 50+ 커뮤니티 유어스테이지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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