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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금융주의보-213] 항상 빠지기 쉬운 역선택의 법칙에서 벗어나자

by Retireconomist 2012. 8. 9.
역선택(Adverse Selection)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보면 항상 힘없는 약한 존재는 불리한 쪽에, 그리고 유리한 쪽에는 강한 존재가 서 있는 경우를 목격한다. 이른바 도덕적 해이(Maral Hazard)와는 다른 부분이다. 금융 회사에 돈을 빌리러 간다면 그 고객은 돈이 필요한 고객이다.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리지 못하고 더 높은 대출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고객은, 1금융권에서 돈을 빌린 고객보다 더욱 불리한 입장에 있는 고객이다. 금융 회사는 돈이 없는 고객을 좋아하게 마련이다. 금융 회사는 돈이 없는 고객을 좋아하는 셈이다. 이것이 역선택의 법칙이다. 물론 돈이 많은 고객은 금융 회사에서 돈을 빌릴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은행에서 가장 반기는 사람은 어떤 대출자일까? 꼬박꼬박 정기적으로 정해진 날에 맞추어 정해진 이자를 내는 사람이 아니다. 정해진 날 이자를 내지 못해서 연체 이자를 내지만 꼭 갚아가는 사람이 가장 반기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연체자는 같은 대출금을 가지고 더 높은 이자 수익을 만들어주니까. 그렇다면 연체 이자를 지불하는 고객이 그 금융 회사의 우수 고객일까? 그렇지 않다. 회사의 수익에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고객이 당연 우수 고객으로 대접을 받아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금융 거래에 있어서 늘 지나치지만 아이러니컬한 사실이다. 물론 어느 금융 회사가 연체 이자를 많이 낸 고객을 우수 고객으로 모신다면 좋지 않는 수익에 목을 매는 도적적 해이가 극에 달한다는 뭇 여론의 지탄을 받을 것이다. 이 내용은 대출이라는 부분에 국한해서 정리해 본 것이지만, 다른 영역인 보험에 있어서도 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The_Road_To_Europe_2008-02-09_3732[에펠탑은 파리 시민에겐 흉물로 비난받았지만, 세계인은 파리의 상징으로 간주하고 사랑한다.]

보험료를 아끼려면 사고가 날 위험에 직면했을 때 또는 위험으로 인해 손실이 진행 중일 때 보험에 가입하는 것이 가장 보험을 경제적으로 가입하는 방법이다. 그러나 보험회사는 계약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보험회사에 불리한 계약을 선택하는 이기적 선택을 방지하기 위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예를 들어 건강하지 않은 사람만 보험에 가입하려는 경향이 많고, 결과적으로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 확률이 높은 건강 상태가 좋지 못한 고객들과 계약을 하게 되는 잘못된 선택, 즉 역선택을 하게 된다.

신용카드 현금서비스 이자는 가혹할 정도로 높다. 이자가 높아서 불리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쓸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신용카드 회사도 연체 위험이 높은 현금서비스 이용자들을 위해 수수료나 현금서비스 이자를 내릴 수 없는 상황이라 역선택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신용카드는 신용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편리한 결재수단이다. 그러나 역선택의 법칙이 엄연히 존재하고 있는 거래의 하나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그 편리함을 누리는 수준을 넘어서지 말아야 할 것이다. 편리함을 넘어서면 회복하기 아주 힘든 여정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꼭 금융회사만 이런 역선택의 입장에 있는 것은 아니다. 실물 시장에서도 이런 경제 현상을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바로 중고차 시장이다. 수해가 난 도시에서 중고차 매물이 급증하는 이유가 바로 그런 현상을 잘 설명하고 있는 것이다. 중고차 시장은 늘 교체를 목적으로 하거나 처분을 목적으로 하지만, 유독 수해 난 이후에 급증하는 것은 수해로 인해서 피해를 본 상태가 좋지 않은 차를 내놓는 것이고, 구매자는 품질이 낮은 차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대출 금리가 낮은 은행이 대출의 기회를 주지 않으면 할 수 없이 제 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있지만, 때에 따라서 우리는 항상 합리적인 판단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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