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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행복한 인생 2막-08] 영원한 여행자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노후를 맞다. [GOLD & WISE] 6월호

by Retireconomist 2012. 6. 1.

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국민은행 VIP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Gold & Wise 6월호에 게재된 글임


영원한 여행자의 이름으로 아름다운 노후를 맞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떠났을 때 느끼는 긴장과 흥미로운 생활, 그림 같은 자연,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필드에 나가 즐길 수 있는 골프. 은퇴 후 외국으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는 데 드는 수고는 여유 있는 삶이 주는 매력으로 충분히 보상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새롭게 시작하는 제2의 인생 설계인 만큼 충분한 정보와 신중한 선택이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외국에서 보내는 황혼을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 것이 바람직한지 살펴본다. 

 행복한 제2인생을 위한 떠남, 은퇴 이민과 롱스테이

 “날마다 이렇게 먼 곳까지 바래다주는 데 지쳤어.” 이런 고백을 하는 애인의 말을 들은 젊은 처자의 눈에는 그렁그렁 보석 같은 눈물이 고인다. “우리 이제 같은 곳에 살자”라는 청혼으로 잠시 긴장이 고조에 이른 상태는 해피엔딩으로 끝난다. 드라마에 나오는 흔한 장면 중 하나인데 자주 보는 장면이지만 숨죽이며 고백의 장면을 즐긴다. 익숙한 것과 이별하고 떠나는 게 긴장과 흥미를 끌기 때문일까? 어디에 가면 무엇이 가능하다는 전제만 확실하다면 옮겨가야 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찾아 그곳에 가야 한다. “공기 좋은 곳에서 살고 싶다”거나 아니면 “이참에 외국에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은 적어도 은퇴가 주는 용기라는 선물의 보너스다. 은퇴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그것이 어떤 것이든 가능한 한 남은 인생을 멋지게 사는 것이다. 학교에 가서 공부를 더하고 싶거나 박물관에 다니면서 작품을 감상하고 싶으면 그곳이 가까운 장소를 주거지로 생각해볼 일이다. 

물론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지만, 바닷가에서 낚시를 하고 싶은데 깊은 산속에 주거지를 정해놓으면 하고 싶은 일을 가까이에서 할 수 없다는 단점이 그대로 노출되기 때문이다. 

은퇴 이민과 이민, 그리고 롱스테이는 무엇이 다른가? 

먼저 은퇴 이민과 이민을 혼용해서 사용하는 경우가 많으나, 은퇴 이민은 은퇴 후 생활을 다른 나라에서 여유롭게 지내고자 떠 나는 것으로 한정할 필요가 있다. 보통 이민이라면 생업을 다른 나라에서 영위하고자 하는 것이다. 지난 2005년 이후 2~3년간 은퇴 이민 열기가 무척 뜨거웠지만, 최근 들어서는 많이 시들해졌다. 오히려 최근에는 젊어서 이민 생활을 통해 생계를 이어갔지만 은퇴 후에는 고향에서 살기 위해서 되돌아오는 역이민이 늘고 있다. 

은퇴 이민은 은퇴한 후에 자기 나라를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할 목적으로 외국으로 이주하는 것이다. 이에 반해 롱스테이(Long-stay)는 2주 이상 비교적 장기로 떠나 특정 지역에서 머무는 것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한 주방과 거실 등 부대 시설이 완비된 거주지를 매입하거나 임대해 생활을 하고, 호텔의 경우에는 레지던스 호텔에 머무는 것을 말한다. 일반 여행과 달리,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에서 일상적 생활을 하는 것이고, 그런 특별한 생활을 목적으로 타국으로 떠나는 행위를 말한다. 

따라서 여가를 목적으로 현지 문화를 접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며, 필요한 생활 자금은 본국에서 조달해야 한다. 즉 오래 머무는 손님이 되어주는 것이 롱스테이라고 할 수 있다. 롱스테이는 1992년 일본 롱스테이 재단이 설립되면서 나온 용어로 이 단어를 등록하고 주도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그 재단에서 은퇴 이민과 롱스테이는 엄연히 다른 의미다. 롱스테이와 비슷한 용어로 ‘그레이 이민’이라는 것도 사용된다. 머리가 희끗희끗해진 시기에(Gray), 자식 눈치 보지 않고(Reliance-free), 경제적으로 여유롭게(Affluent), 젊은 시절의 꿈을 이루기 위해(Youthful) 떠나는 것을 말한다. 용어로는 이민이지만, 엄격한 의미에서 주거지를 완전히 바꾸는 이민과는 구별된다. 우리나라에 일과 집을 유지하면서 풍요로운 레저 활동과 투자, 자녀 교육 등을 목적으로 삼는다는 점에서 은퇴 이민, 영구 이민과는 개념이 완전히 다르다. 

은퇴 이민 전 점검해야 할 것들 

은퇴 이민이 생각하는 것처럼 은퇴 이후의 달콤한 로망을 실현해주지는 않는다. 그림 같은 해변에 누워 석양에 물든 야자수 아래서 사랑하는 아내와 시간을 보내고, 나만의 전속 하인을 두고 마당 앞에 펼쳐진 골프장에서 멋진 라운딩을 하는 등 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 은퇴 이민을 통해 모두 이뤄질 거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인생 후반을 보낼 곳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만큼 미리 꼼꼼히 챙겨야 한다. 직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의 한계 때문에 거주가 자유롭지 못한 현실에서 이제야 벗어나 제약 없는 무한 자율 경쟁 환경이 조성되더라도 주거지를 바꾸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해야 할 것이 있다. 이를 위해 은퇴 이민의 사례가 풍부한 미국인의 은퇴 전 검토 사항을 짚어본다. 

먼저, 경제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지역에 따라 물가의 높낮이가 다른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물론 전국 어딜 가나 같은 가격으로 통용되는 것도 있지만 특별히 비싼 곳도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쇼핑몰을 애용하는 경우, 판매 가격은 전국 균일하나 제주도 특별자치구는 다른 곳에 비해 배송료가 비싸기 때문에 선택에서 제외될 수 있는 것처럼 미국의 경우, 한 주(州)에서는 소득세가 없고, 어떤 주에서는 판매세가 없다. 이런 이유가 주거지를 결정하는 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본인은 동남아행을 많이 택했다. 그리고 이들은 ‘은퇴 이민’이라 하지 않고 ‘연금 이민’이라고 했다. 연금만으로 일본보다 월등히 높은 수준의 이민 생활을 한다는 의미에서. 명심해야 할 것은 전 세계 어디서나 호사스럽게 생활하려면 그만큼의 비용을 치러야 한다. 하인 몇 명을 거느리는 식의 유혹을 떨치지 못하고 쉽게 판단해서는 안 된다. 

두 번째로 가족과 친구를 생각해야 한다. 은퇴 이민의 가장 큰 어려움 중 하나가 가족, 친구와 멀리 떨어진 곳에서 살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쩌다 한 번 멀리 떨어져 지내는 것은 있을 수 있으나 아주 멀리 떨어져서 산다는 것은 상당히 힘든 일이다. 직장 때문에 가족과 멀리 떨어져 살았다면 이제는 가족과 가까이 사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 충분히 어린 자녀들이 할머니, 할아버지와 가까이 살고 싶어 한다면 특히 고려해봐야 한다. 멀리 떨어져 부모님께 효도하는 것이 어려워 동반 거주를 희망했을 때,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거절하시는 이유 중 하나가 이웃 사촌과의 작별이 두렵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특별한 이유가 없다면 굳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멀리 떨어져서 살려고 애쓸 필요가 없다. 나이 들어서 새로이 친구를 사귄다는 것은 쉬울 수도 있지만, 반대의 경우도 예상해야 한다. 특히 언어와 풍습의 차이는 쉽게 극복하기 어렵다. 실제로 많은 은퇴 이민자의 생활이 그리 활동적이지 않으며,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고 배우자 사별 후 모든 생활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충분히 감안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로 날씨를 고려해야 한다. 추운 겨울을 얼마나 잘 견딜수 있는가? 더운 여름을 얼마나 잘 이겨낼 수 있는가? 지역의 날씨는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지역적 특성으로 견디기 힘든 요소가 있다면, 신중히 고려해야 한다. 습도가 높은 지역은 특정 질환에 치명적일 수 있고, 건조한 지역 역시 건강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최근 들어 기후의 변화가 자주 언급되지만 겨울과 여름의 뚜렷한 특징은 변하지 않고 있다. 그래서 이런 날씨를 피해 계절에 맞춰 단기 이민을 떠났다 돌아오는 경우도 있고, 이민을 떠나는 이들도 있다. 은퇴 후의 생활에서 거주지와 관련해 날씨도 주요 변수로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은퇴 이민의 또 다른 난관은 비자 문제다. 은퇴 이민을 장려하는 동남아 국가의 대부분에서는 은퇴 비자나 은퇴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2003년 말부터 MM2H(말레이시아 나의 두 번째 고향) 은퇴 이민 정책을 진행하고 있는데, 50세 이상이면 4,000만원 정도를 말레이시아 은행에 예치하거나, 월 300만원 이상 말레이시아 외부에서 발생되는 고정 소득이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태국은 타일랜드 엘리트 회원(http://www.thailandelite.com)을 운영 중이다. 한화로 2,500만원을 지불하면 회원권과 5년 기한의 비자를 받는데, 일반 은퇴 비자의 연장이 쉽지 않기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엄밀하게 말하면 롱스테이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여행보다는 오래 머물지만 그 나라로 살 곳을 아예 옮기는 것은 아니니 말이다. 필리핀은 외국에 고정 수입이 있는 은퇴자를 유치하기 위해 영주나 다름없는 장기 거주를 위한 은퇴 비자를 발급하고 있는데, 50세 이상은 미화 5만 달러(약 5,500만원)를 필리핀 은퇴청이 지정하는 필리핀 국내 은행에 예치해야 하는 조건이다. 

생활 여건이 낙후된 지역 가운데 적은 은퇴 자금으로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생활을 할 수 있는 곳도 있다. 네팔이나 몽골 같은 경우인데, 두 나라는 대자연과 호흡하기 좋은 지역으로 꼽힌다. 하지만 우리와 다른 현지 문화와 관습, 그리고 익숙지 않은 언어를 써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은 감당해야 한다. 최근에는 국내 거주지를 없애지 않고 추운 겨울철이나 필요에 따라 몇 년 다녀오는 롱스테이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그러나 롱스테이도 그저 잠시 다녀오는 여행이 아니므로 사전에 충분히 조사해서 진행해야 하며, 항상 차선책을 마련해 대비해야 하며, 머무는 동안에는 현지인도 존중하며 함께해야 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세계인이 선호하는 은퇴지는 어디일까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 은퇴자들의 새로운 롱스테이 선호 지역으로 꼽힌다. 올봄 일본의 롱스테이 재단이 우리나라에 지부를 개설했다. 

롱스테이 재단은 해외에 장기 체류하고 싶어 하는 일본인을 지원하는 공익 법인으로, 한국 롱스테이 재단은 지난 4월, 전 세계에서 15번째로 설립되었다. 

법무부 출입국관리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일본인의 한국 장기 체류는 2만1,000명 정도로 2010년 증가율보다 2배가량 늘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일본의 자연재해와 한류 열풍이 요인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는데 특히 부산에 사무실을 개설한 것은 부산에 일본인이 1,000명 가량 거주하고 있고, 부산이 서울 못지않은 의료 및 교육 시설을 갖췄으면서도 집세는 서울보다 휠씬 싸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한국인들이 은퇴 후에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는 어디일까? 세계 각국에 대해 전문가급 정보를 가진 여행사 직원들은 영어권 도시 세 곳을 꼽았다. 호주의 시드니, 캐나다의 밴쿠버, 뉴질랜드의 오클랜드. 비용에 상관없이 치안, 위생, 환경, 교육, 의료 등 종합적인 주거 환경이 좋은 곳이다. 그러나 은퇴 이민을 꿈꾸는 당사자들은 동남아 국가를 꼽았다. 태국의 방콕과 필리핀의 마닐라, 말레이시아의 쿠알라룸푸르 그리고 미국의 도시로는 하와이와 로스앤젤레스가 10개 선호 도시 중 낮은 순위에 포함되었다. 

미국인이 은퇴지로 선호하는 도시나 지역은 어디일까? 그리고 그 기준은 무엇일까? 미국 유에스뉴스(www.usnews.com)는 올해의 미국 내 최적 은퇴지 10곳을 꼽았다. 1위는 애리조나 주의 플래그스태프, 연중 내내 기분 좋은 날씨가 계속된다는 이유로 꼽았다. 다음은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산악 마을 분을 꼽았다. 저렴한 예산으로 호수를 바라볼 수 있는 미시간의 트래버스시티, 은퇴자를 위한 녹지 공간이 훌륭한 캘리포니아의 월넛 크릭, 은퇴자들이 공부하기 좋은 대학 도시인 뉴욕 주의 이타카, 두 번째 경력을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네브라스카 주의 링컨, 경제성과 편의 시설이 잘 어우러진 펜실베이니아 주의 피츠버그, 저렴한 주거지를 찾을 수 있는 플로리다 주의 포트샬롯, 독신 은퇴자를 위한 최고의 은퇴지 매사추세츠 주의 피츠필드, 레크리에이션과 문화를 위한 최고의 장소 뉴멕시코 주의 산타페를 선호한 것으로 전해진다. 

한편, 미국에서 1979년 설립된 <국제생활(International Living)> 이라는 잡지는 2010년 9월 은퇴해서 머물기 좋은 25곳을 선정해 발표했다. 최고 점수를 받은 나라는 에콰도르다. 파나마, 멕시코, 프랑스, 이탈리아, 우루과이, 몰타, 칠레, 스페인, 코스타리카, 브라질 등이 꼽혔는데, 동양권에서는 말레이시아가 19위로 등극했다. 부동산, 사회 기반, 생활비, 문화, 건강, 사회적 안정성, 기후 등을 점수로 낸 결과다.(http://internationalliving.com/2010/08/retirement-index-2010/)

글 김형래(시니어 칼럼니스트·시니어 파트너즈 상무, <나는 치사(致仕)하게 은퇴하고싶다>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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