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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Column

[준비하는 재테크-091] ‘꿈 추격대’, 고령화가 광고시장의 주제도 바꾼다.

by Retireconomist 2012. 2. 10.

창업을 할 때는 ‘누가 돈을 쓰는지 잘 관찰하라.’는 조언을 받는다. 가장 돈을 잘 쓰는 대상을 향해 비즈니스를 해야 성공한다는 것이다. 한 때는 돈을 버는 이들을 위해 광고를 해야 한다는 얘기가 팽배한 적도 있다. 그러나 돈을 버는 이들은 돈벌이에 충실할 뿐 돈 쓸 시간이 없기에, 오히려 그 번 돈을 쓰는 가족에 주목해야 한다고 주문하곤 했다. 주부가 가정 지출의 80%를 책임지고 있기 때문에 주부의 시선을 빼앗는 광고가 가장 선호하던 시절도 있었다. 그러나 요즘 들어 광고는 광고주의 요청에 따라서 소비자의 눈동자 움직임까지 추적할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하게 집중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얼마 전 대만 여행을 떠나기 앞서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유튜브 동영상 공유사이트에서 특이한 대만 은행 광고를 보았다. 제목은 ‘꿈 추격대(Dream Rangers)’ 언뜻 보니 평균 81세 노인 다섯 명이 오토바이를 타고 달리는 광고였다. ‘오토바이 회사가 노인들에게 오토바이를 팔려고 하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내용을 한 번 다시 돌아보자. (위의 '꿈의 추격대' 링크를 클릭하면 동영상을 볼 수 있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81세 평균의 노인 '꿈 추격대' 
 
실제 방영시간 3분짜리 이 동영상은 ‘실화를 바탕으로(Based on a true story)’라는 문장으로 시작된다. 철학적 문장이 뒤를 잇는다.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What do people live for?)’ 어두운 터널을 빠져 나오며 부인의 영정 앞에 고개를 숙이는 노인의 모습이 나타난다. ‘먼저 떠난 이를 위해?(For missing someone?)’ 그리고 젊은 시절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들여다 본다. 다음 장면은 엑스레이에서 종양의 위치를 가르치는 의사가 나타난다.  ‘계속 살기 위해?(For keep living?)’라고 자막이 장면을 설명한다. 또 다른 노인이 좌절한 모습으로 왼손으로 이마를 감싸듯 쓰다듬으며 쓰다듬고 있다.또 다른 장면의 노인은 탁자 위에 수 십 개의 알약이 흩어져 있는 약을 고르고 있다. 자막은 ‘더 오래 살기 위해?(For live longer?)’라고 흐른다.
 
또 다른 장면이 나온다. 전화를 받고 있는 노인은 고래 소리를 지르다가는 전화기를 내려놓고 털썩 자리에 주저 앉는다. ‘떠나기 위해?(Or for leaving?)’ 다음 장면은 젊은 시절 사진 중 가장 건장했던 청년의 머리 위에 나지막하게 펜으로 원을 그린다. 그 친구의 사망 소식이다. 다음 장면은 원탁에 앉아서 식사를 하는 다섯 명의 노인 그리고 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영정 사진으로 자리를 잡은 친구 한 명. 분위기는 침울하다. 그 중 한 친구가 탁자를 오른 손으로 세게 내리치면서 외친다. “오토바이를 타러 가자.”라고. 낡은 창고 문이 열리고 먼지 가득한 오토바이에 빛이 들어온다. 지팡이를 집어 던지고, 먹던 약을 집어 방바닥으로 버리듯 던지고, 병원에서 링거 주사액을 빼 버리는 장면. 이 다섯 명의 평균 81세의 노인은 오토바이를 타고 여행을 떠난다.
 
한 명은 청각장애가 있고, 한 명은 암에 걸렸고, 세 명은 심장 질환이 있고, 모두가 관절염에 시달리고 있지만, 6개월간의 준비 끝에 대만을 13일간 전국 일주한다. 총 주행거리 1,139km 북에서 남으로 밤낮으로 달린다. 오직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사람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 (What do people live for?)’ 노인친구 다섯 명은 과거를 회상하면서 석양을 바라보고 있다. 잠시 암전이 흐르고 ‘꿈(Dream)’이라는 자막이 작은 글씨로 보인다.

대만에는 유독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사진.김형래

전세계에 크게 이목을 집중시켰다는 이 광고는 오길비 타이완이라는 광고회사에서 제작한 TC Bank(大衆銀行)의 광고로 만들었지만, 2007년 ‘늙지 않는 기사(不老騎士)’들에게 홍도노인복리기금(弘道老人福利基金會)에서 유럽 횡단을 지원했고, 2010년에 TC Bank(大衆銀行) 광고 개편 때 제작되어 사용된 것이다.

<대만도 예외없이 고령화에 직면하고 있다. 물론 대만의 사회복지제도는 아주 일찍 눈을 뜬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1953년 장제스(蔣介石 ) 총통은 가족구조의 붕괴로 인한 노부모부양 문제를 예견하고 부양과 양로의 문제 그리고 양로원의 설립에 대한 대안을 제시하고, 그동안 추진되어 오던 소극적 공적부조(social assistance)에서 적극적 사회복지로 전환하면서 노인복지(aged welfare)의 독자적 행정체계를 수립하게 되었고, 1965년부터 사회복지부분 예산이 15%를 상회하고 있으나, 2011년 이미 65세 인구 비중이 10.9%를 기록하면서 고령화의 흐름에서는 벗어날 수 없게 된 것이다. 역시 문제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맞물려 중위연령이 37.6세(2011년)를 기록하면서 우리나라 38.4세(2011년)에 근접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중위 연령(median age)은 이미 노인부양 중심축 40세를 훌쩍 넘은 44.8세(2011년)를 기록하고 있지만 말이다.
 
대만 역시 고령층이 많은 재산을 보유하고 있으며 이들은 지출하기 보다는 유지하고 증식하는데 관심이 더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기 때문에 광고 시장에서도 노인들을 겨냥한 주제가 등장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일본에서도 이미 고령자에게 경제력이 집중된 것을 반영하듯 노인 지향 광고가 일반화되고 주요 시간대 등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도 노인을 주제로 한 광고가 많이 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고령화가 광고 시장의 주제도 바꿀 것이라는 것이다. ⓒ김형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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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칼럼은 김형래가 작성한 것으로 조선닷컴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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