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사회는 개인과 개인 사이의 상호작용이 얼마나 중요한지 간과했다. 단지 개인 차원의 기술을 개발하는 데만 역점을 둔 탓에 도덕적이고 정서적인 능력을 개발하는 데 실패한 것이다. 어린이들은 입시 관문을 무사히 통과하는 데 필요한 훈련을 받는다. 그러나 이 학생들이 장차 하게 될 중요한 판단은, 누구를 친구로 삼고 누구와 결혼하며 충동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 하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학생들은 혼자 힘으로 해결해야 한다. 우리는 기술적인 부분은 잘 가르치지만 인성 같이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서는 학생들에게 아무것도 해줄 말이 없다.
실패의 공통적인 특징은 바로 인간 성정을 지나치게 단순화했다는 점이다. 실패로 끝나고 만 정책들을 살펴보면, 인간 행동에 대한 천박한 사회과학적 모델을 기반으로 삼았음을 알 수 있다. 이런 정책을 제안한 사람들은, 계량하고 측정할 수 있어야만 안심하는 좀스러운 꼼꼼쟁이들이다. 인간 행동이 샘솟는 깊은 우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입법부의 온갖 위원회가 정책을 제정했고, 절대 변하지 않는 것과 변화가 가능한 것이 무엇인지 피상적으로밖에 알지 못하는 관리들이 정책을 실행했다. 그러니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 인간의 진정한 특성에 대한 새로운 지식이 공공정책에서 온전하게 반영되지 않는 한, 그리고 이 정서적이고 매혹적인 이야기가 논리적인 이야기와 함께 나란히 언급되지 않는 한, 정책은 앞으로도 계속 실패할 수밖에 없다.-서문 중에서
이성은 감정에 둥지를 틀고 감정에 의존한다. 감정은 사물이나 상황에 가치를 부여하고, 이성은 이렇게 형성된 가치를 바탕으로 선택을 할 뿐이다. 더 나아가 인간의 마음 혹은 자아는 단일하지 않다. 마음은 어지러울 정도로 복잡한 일련의 수평적인 과정이다. 의사결정을 하는 데는 최후의 결정자가 따로 없다. 생물학자 제럴드 에덜만이 표현했듯이 뇌는 생태계와 비슷하다. 점화, 경향, 반응, 감정 등이 환상적일 정도로 복잡하게 연관되어 있는 네트워크이다. 결국 인간은 의사결정을 하는 존재가 아니라 그저 방랑자일 뿐이다. 우리는 수많은 사람과 온갖 가능성으로 만들어진 환경 속을 걸어가고 있다. 걸어가면서 마음은 무한대에 가까울 정도로 많은 가치판단을 하고 이것이 쌓여서 목표가 되고, 야망이 되고, 꿈이 되고, 욕망이 된다.-본문 44쪽
사람이 성장한 뒤에 인간관계를 맺는다는 말은 잘못된 말이라는 뜻이다.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부모, 조상과 인간관계를 맺는다. 이런 관계가 사람을 창조한다.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한 사람의 뇌는 하나의 두개골 안에 담겨 있는 물질이다. 사람의 마음은 오로지 네트워크, 즉 인간관계의 그물망 속에서 존재한다.-본문 75쪽
발달심리학자들이 확인한 사실 중에 뛰어난 심리학자가 아니라도 얼마든지 훌륭한 부모가 될 수 있다는 항목이 있다. 굳이 엄청난 교사 재능을 타고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이다. 대부분의 부모는 낱말카드나 스티커 따위를 이용해 훌륭하게 아이들을 가르친다. 그런 부모들이 갖추고 있는 조건이 하나 있다. 너그럽고 착하다는 점이다. 아이에게 편안하고 예측 가능한 안정된 리듬을 주어야 한다. 아이와 눈높이를 맞추고 애정과 엄격함을 조화롭게 결합해야 한다. 세상이 던지는 어려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생생한 사례를 얼른 줄 수 있어야 한다..-본문 102쪽
인간관계가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잘 조율된 조건에서 태어난 아이는 사람들과 어떻게 대화를 시작할지 알고 있으며,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오가는 신호가 무슨 뜻인지 파악한다. 세상을 반갑고 유쾌한 곳으로 바라본다. 이에 비해 위협적인 관계 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겁이 많고 움츠러들고 공격적이다.-본문 104쪽
해럴드의 부모는 해럴드에게 돈만 물려준 게 아니었다. 습관과 지식, 자기 계층의 인지적 특성까지 함께 물려주었다. 해럴드는 유전자와 정열적인 교양 개발을 통해서 스스로를 강화하는, 대대손손 대물림되는 우월한 계층의 구성원인 셈이었다. 에리카는 이런 보이지 않는 강점을 대부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녀는 한층 더 찢어지고 갈라진 세상에 살았다. 이것은 돈이나 기회가 부족하기 때문에 빚어진 결과가 아니다 가난과 가정불화는 개인의 무의식, 즉 자기 미래와 자기가 사는 세상을 인식하고 이해하는 방법을 바꾸어놓을 수 있다.-본문 167쪽
심리학자 안젤라 덕워드와 마틴 셀리그만은 실험을 통해 고등학교 때의 성적, 출석율, 최종 성적을 예측하는 데는 자기통제력이 지능지수보다 두 배나 더 정확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본문 190쪽
학계·정계·재계에서 예외적인 성공을 거둔 사람들은 예외적인 지능지수를 가진 사람들이 아니었다. ①어린 시절 부모와 애착 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된 사람(110쪽), ②꼭 대단한 재능이 아니라도 어떤 사소한 일을 계기로 '나는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정체성을 갖게 된 사람(205쪽), ③자기를 통제할 줄 아는 사람(198쪽), 무엇보다 ④복잡한 상황을 단순명쾌하게 창의적으로 정리할 줄 아는 사람들이 성공했다(507쪽).
브룩스는 "인간은 누구나 행복해지고 싶어하지만 무엇이 진정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만드는지 판단하는 데는 서툴다"고 했다. 우리는 일과 돈, 부동산이 행복에 기여하는 정도를 과대평가한다. 친밀한 유대감과 힘들게 노력하는 과정은 과소평가한다. 친밀함에 대한 갈망은 인간 존재의 핵심이다. 인간을 행복하게 하는 것은 퇴근 후 친구들과 한잔하거나 애인과 섹스하는 것 같은 사회적 활동들이다. 출·퇴근처럼 혼자 하는 활동은 행복에 해롭다(294~295쪽).
브룩스는 "20대 시절부터 나는 줄곧 '사람들은 이성과 의식을 강조하지만 실제로는 감정과 무의식이 훨씬 막강한 것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갖고 있었다"면서 "감정이 이성보다 중요하고, 무의식이 의식보다 강력하며, 인간은 다른 인간과 소통하지 않고선 살 수 없는 존재라는 게 내 책의 요지"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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