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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Lifestyle/책Book

[거짓된 ‘다빈치 암호’를 해부한다] 라은성 교수

by Retireconomist 2005. 1. 28.


http://www.hanshin.or.kr/html/webzine/200412/think_book.htm

40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영어 판으로 1200만권이나 팔렸고 영화로도 만들어지는, 댄 브라운이라는 미국인 영어 선생이 쓴 ‘다빈치 암호’(Da Vinci Code)는 국내에도 지난 3월 번역돼 유행처럼 읽혀지고 있다. 세계적으로 독서 열풍이 불고 있는 이 책은 철저한 추리소설이다. 어두운 중세 역사에 깊고 폭넓은 지식을 갖추지 못한 독자들은 역사를 그럴 듯하게 왜곡시키는 이 소설을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쉽지 않다. 역사적 사실인 것처럼 독자들을 현혹시키고 있는 거짓된 ‘다빈치 암호’라는 소설은 우리 청소년 독자들에게 급속하게 유행되면서 현재 80만권 이상이나 팔렸다. 이에 따라 ‘다빈치 암호’의 왜곡되고 위조된 사실들을 밝히고자 한다.

다빈치 암호 - 줄거리

‘다빈치 암호’는 의문의 살인과 관련된 ‘성배’(Holy Grail)에 대한 의문으로 시작하여 음모이론으로 끝을 맺는다. 성배는 프랑스어로 ‘상 그리엘’(san greal)이다. 성배는 단순한 ‘잔’(chalice)이 아니고 예수님의 피를 담은 여성의 태를 의미한다. ‘상 그리엘’을 ‘상리엘’(sang real)로 읽으면 ‘왕족의 혈통’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예수님은 결혼했을 뿐만 아니라 그의 후손들이 존재했다는 엄청난 사실이 된다. 이것이 바로 2000년 동안 지켜 내려온 성배의 비밀이었다. 이것이 만일 세상에 폭로되면 2000년 동안 고이 간직해온 기독교는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이 비밀을 간직하기 위해 예수님의 인성을 강조하는 여러 문서들을 도외시하고 신성을 강조하는 사복음서만 투표로 정하도록 했다. 이 일을 기독교인들에게 신앙의 자유를 허용한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주도했을 뿐만 아니라 예수님의 신성을 옹호하기 위해 중세시대에서는 이단이라는 미명 아래 예수님의 결혼 설을 알고 있는 자들을 무참하게 살해했다는 것이다.

이 소설은 계속하여 성배의 비밀을 지키려는 시온수도회와 이를 막으려는 로마가톨릭의 ‘오푸스 데이’의 두 축을 이루면서 진행된다. 성배의 비밀 즉, 예수님께서 결혼했다는 비밀을 지켜온 기사단들의 명단 중에 레오나르드 다빈치가 들어있었다. 다빈치는 이러한 비밀을 자신의 그림들에 남겼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성배가 최후의 만찬에서 예수님이 사용하셨던 실제 잔이 아니라는 사실을 말한다. 그것은 막달라 마리아가 예수님과 결혼했고 ‘사라’라는 딸의 후손이 오늘날까지 생존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문서 집을 위한 암호였다는 것이다.

댄 브라운의 소설 ‘다빈치 암호’는 두 가지 거짓에 근거하고 있다. 소설 속에서 브라운은 ‘오푸스 데이’와 ‘시온수도회’가 존재한다는 것을 역사적 사실화 했다. 오푸스 데이의 존재는 그렇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 이유는 소설의 내용을 좌우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의 관심은 시온수도회의 존재 여부에 있다. 왜냐 하면 자신의 소설이 역사적 사실에 근거했다는 식으로 독자들을 미혹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그 책의 머리말에 말하기를 1차 십자군운동 직후 1099년에 설립된 유럽의 비밀단체인 시온수도회는 실제 존재했던 조직이다. 1975년 파리 국립도서관에서 ‘비밀문서’(Les Dossiers Secrets)로 알려진 양피지들이 발견되었다. “그 안에는 아이작 뉴턴, 보티첼리, 빅토르 위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시온수도회의 수많은 명단이 들어 있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이런 진술은 위조된 문서에 근거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거짓이다. 실제로 시온수도회는 1099년 설립된 것이 아니라 1956년에 피에르 플랑타르(Pierre Plantard)라는 프랑스 몽상가에 의해 설립됐다. 80세로 2000년에 세상을 떠난 그는 당시 아네마세에 있는 샤노빈 현장에서 도안 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1960년대 그는 파리 국립도서관에 위조된 수도회의 문서들을 등록했다. 프랑스 저널리스트인 잔-루크 샤멜은 1980년대에 플랑타르의 사기 행위를 폭로했고 그 주제와 관련된 여러 책들을 출판했다. 더욱이 그는 1996년 영국의 BBC2 방송에 출연해 모든 이야기가 허구이며 거짓이라는 사실을 공개했다. 브라운은 이런 사실에는 전혀 관심을 갖지 않고 자신의 소설에만 몰두하여 ‘다빈치 암호’를 썼다.

또한 댄 브라운이 쓴 ‘다빈치 코드’는 ‘보혈과 성배’를 쓴 2명의 영국저자들에게 자신들의 소설을 브라운이 표절했다며 그를 기소당한 상태에 있다. 두 소설의 내용 차이는 별로 찾아볼 수 없다. 거짓되고 위조된 문서들을 기초로 한 두 소설의 핵심은 기독교가 2000년 동안 진실을 숨기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진실은 예수님께서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사실로 그들의 후손들이 현존한다는 것이다. 위조된 사실을 숨기기 위한 역사적 근거로 두 소설의 저자들은 1∼2세기 혼합주의 종파인 영지주의자들의 익명의 저작물들인 ‘낙 함마디’(Nag Hammadi) 문서들 가운데 ‘도마 복음서’와 ‘마리아 복음서’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어디서도 ‘예수님께서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했다.’는 분명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다. 단지 유대인들의 관습상 모든 남성이 결혼한다는 것, 문서들에서 나오는 막달라 마리아가 지도자적 위치에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제자들보다 더 사랑했다는 표현을 가지고 결혼했다고 유추한다. 그러나 유사점들만 가지고 유추한다는 것은 설득력이 없고 웃음거리만 될 뿐이다.

아무리 물질에 눈이 어두워졌다고 하지만 사실과 진실을 간과하고 수십 가지의 거짓들을 위조하여 소설에 삽입했을 뿐만 아니라 역사를 왜곡시킨다는 것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더욱이 댄 브라운은 역사에 대해 객관적 지식을 아직 갖추진 못한 독자들을 우롱하여 합법적으로 주머니의 돈을 끄집어내는 자이다. 그것은 독자들이 역사적 사실들을 모른다는 것을 가정하여 독자들을 무시하고 있는 처사일 뿐이다. 또 현명한 독자들은 객관적 사실을 알기도 전에 흥미 위주로 왜곡된 거짓을 유포하지 말아야 한다. 그렇게 되면 마치 끔찍한 살해를 당한 여러 희생자를 정치적으로 악용하여 이익을 보려는 자로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제 독자들은 더 이상 비역사적 사실과 거짓에 우롱당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라은성 교수<국제신학대학원대학교 역사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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